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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6일 화요일(음 2월 17일)
3월 26일 화요일(음 2월 17일)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자신을 위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라. 84년생 분주히 움직이니 하루 해가 짧은 날. 72년생 인맥도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60년생 무리한 일의 추진만 아니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48년생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해야 할 때. 36년생 좋은 일과 궂은 일이 한 몸과 같이 붙어 다닌다.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가진 재능을 다 드러내기는 힘이 들 듯. 85년생 내 생각대로 추진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시킬 시기. 73년생 평이한 인생인 것 같지만 그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듯. 61년생 해결 못한 고민거리가 정리되니 마음이 후련하다. 49년 금전 따라 움직여 보면 뜻밖의 이익을 얻을 수도. 37년생 작은 만족에서 행복을 찾아야.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자꾸 다툼이 일어나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듯. 86년생 비가 왔다 햇빛이 비췄다 하는 격이니. 74년생 이곳저곳 둘러볼 곳이 많은 양상. 62년생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걱정, 근심을 다 버려라. 50년생 편안하게 지내고 싶으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38년생 마음의 여유를 가지니 평화가 찾아올 듯.
금전△ 애정X 건강○
토끼
99년생 컨디션이 좋지 못하니 집중력도 떨어져 다소 산만한 모양. 87년생 동분서주하면서 바삐 움직여 보지만 기대 이하일 수도. 75년생 결심한 것과는 달리 일이 더딜 수도. 63년생 먼 곳 출입을 통하여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도. 51년생 계획대로 해서 손이 두 번 갈 일이 없도록. 39년생 일상의 소박한 일에서 만족을.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정열의 발휘를 의미하기도 하고 성공과도 뜻이 통하는 하루. 88년생 스타일 구겨지는 일이 있어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76년생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치기 쉽다. 64년생 갈 길은 바쁜데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52년생 식복이 있으니 입이 즐거운 날. 40년생 아랫사람의 고집 때문에 내가 피곤할 수 있다.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도전해 보라. 지금 쌓는 경험이 약이 되리니. 89년생 조금 더 힘을 기른 후 일을 추진해야. 77년생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새 정보를 접할 일이. 65년생 외화내빈이라 겉은 화려하나 실속이 없을 수도. 53년생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일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듯. 41년생 귀인을 만나서 도움을 받을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떠나갈 사람은 잡지 말고 그냥 가게 둬야. 90년생 차근차근 준비하면 순조로이 일이 이루어진다. 78년생 우두머리가 되려 하기보다 고개 숙이는 자세를. 66년생 고집을 부리다간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이니 조절할 것. 54년생 괜한 욕심은 손과 발이 바쁠 뿐. 42년생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되니 걱정 안 해도.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하고 있는 일에서 부가적인 보너스가 생긴다. 91년생 자신의 말과 행동은 다가올 행운의 열쇠. 79년생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성과 지혜를 구해야. 67년생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는 날. 55년생 몸도 마음도 재충전을 해야. 가벼운 산행이나 산책을 해 보는 것도. 43년생 지금 상황을 행복으로 생각하라.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실천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운을 돕는다. 92년생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 참고 견디어 내야. 80년생 앞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뒤도 돌아보아라. 68년생 억지로 밀어붙여 보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 양상. 56년생 옳다고 생각해도 모든 것을 걸지는 말아야. 44년생 세상일이 내 뜻과 맞지 않으니 마음만 분주할 뿐.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현명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라. 93년생 없는 것은 새로이 생기고 과했던 것은 수그러들 듯. 81년생 대인관계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면 일의 상승 효과를 얻을 듯. 69년생 북쪽을 깨끗이 하면 운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 57년생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는 기분 좋은 하루. 45년생 소화기 계통 건강이 불리하니 과식은 삼가야.
금전○ 애정△ 건강△
개
94년생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스스로를 재정비하라. 82년생 성실한 마음으로 임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다. 70년생 돈 씀씀이가 많아지니 계획성 있는 금전 관리가 필요할 때. 58년생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행동해야. 46년생 성급한 문서 계약에 주의. 득보다 실이 많다. 34년생 판단력이 흐려지니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혼자 결정하지 말고 상대와 의논해서 하라. 83년생 주동하면 구설수를 겪을 수 있으니 일단 한 번 참아야. 71년생 하던 일 말고도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수 있다. 59년생 여유로운 만큼 게을러질 수 있으니 정진하는 자세가. 47년생 내게 주어진 선택권은 없어도 따라가면 무난. 35년생 옆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지 말아야.
금전△ 애정△ 건강△
2024-03-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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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5일 월요일(음 2월 16일)
3월 25일 월요일(음 2월 16일)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문제 해결 능력이 돋보이는 하루. 84년생 주도권을 쥐고 움직이나 훗날을 생각해 적당히. 72년생 중심에 서면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생기니 신중한 행동을. 60년생 꼬인 일이 풀리고 노력의 결실을 맺는다. 48년생 내 가족과 아군 덕분에 행복을 느끼니. 36년생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두 가지 계획으로 고민하게 된다. 85년생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불이익이 오기 쉬우니 겸손한 마음을. 73년생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61년생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감사할 일이 생길 듯. 49년생 남의 집 마당 쓸어준다는 식의 마음으로. 37년생 주변 사람들의 덕이 있는 날.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다시 굳은 의지가 생기는 날. 86년생 목적지로 가려면 고달픔이 있으니 인내의 마음으로. 74년생 조급해 하지 마라. 곧 해결점이 보인다. 62년생 대인 관계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으니 융통성을 보여야. 50년생 지금은 움직이면 불리한 모양이 될 듯. 38년생 작은 손실은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순간의 유혹을 조심하고 양심을 어기지 않도록 해야. 87년생 주변을 정돈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75년생 방심하면 위험하니 끝까지 경계를. 63년생 집이나 활동 공간을 새로 보수하거나 장식할 일이. 51년생 금전, 건강 등 여러 가지에 길한 운수. 39년생 도와주는 이가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듯.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성급한 마음으로 임하면 무리수가 따르니. 88년생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자신을 과신하지 말 것. 76년생 성심과 성의로 임하면 당장은 아니라도 좋은 결과가. 64년생 발전, 명예를 이루는 길한 날이 될 듯. 52년생 외지로 이동할 때 안전 주의해야. 40년생 긴장을 풀어주는 마음 관리와 건강 관리가 필요.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용맹심과 과감성이 발동하는 하루. 89년생 외부적 희생은 따라도 노력만큼의 결과가 따를 듯. 77년생 구설을 타지 않게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 듯. 65년생 주변 사람에게 베풀면 막혔던 일이 순조롭게. 53년생 수확물을 놓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듯. 41년생 옳고 그름을 잘 생각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듯.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요령과 잔재주로는 큰일을 성취할 수 없다. 90년생 당장에 해야 할 일은 나중으로 미루지 마라. 78년생 희생정신으로 노력해도 결과는 애매. 66년생 협력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적당한 타협선을 찾아라. 54년생 주변의 일을 정리,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42년생 심사숙고하여 권리를 행사하라.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분주다사한 날이 되기 쉬우니 하나씩 처리를. 91년생 믿음과 노력으로 행하면 결과는 기대해 보아도 좋을 듯. 79년생 추진하던 일이 서서히 빛을 발하겠다. 67년생 크게 벌이면 곤란을 겪을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55년생 개인적 생각보다는 전체를 이해하는 마음을. 43년생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번거롭게 만들 듯.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고민하던 것을 해결할 방도가 열릴 듯. 92년생 끌고 오던 일들의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여 전력 질주하라. 80년생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주변을 다시 점검하라. 68년생 비 올 때 우산을 챙기듯 준비는 단단히. 56년생 인생의 경륜이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 44년생 지출 시 필요 여부를 다시 생각해야.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마음에 갈등이나 답답함을 거쳐도 당장은 해결되지 않으니. 93년생 지속되어 오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81년생 작은 일도 소중히 하면 생각지 못한 보상이 따를 터. 69년생 작은 성과에 만족해야 하는 일진이다. 57년생 힘들게 시작해도 지혜롭게 마무리할 듯. 45년생 이동, 여행은 하는 것이 좋지 않으니.
금전○ 애정△ 건강△
개
94년생 자존심만 앞세우면 손해 보게 될 수도. 있는 척 처신하면 짐을 질 듯. 82년생 큰일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니 꿈도 꾸지 말 것. 70년생 껄끄러운 사이라도 평소대로 대하는 것이 상책. 58년생 주위의 정보를 분석하여 잘 결정하라. 46년생 입장을 바꾸어 이해해주는 아량을 보여라. 34년생 매사에 조심하는 마음으로 지내야.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마지막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미진. 83년생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 당장은 아니라도 부담이. 71년생 마음과 행동이 다를 수 있으니 성의를 다하여라. 59년생 배우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이로울 듯. 47년생 마음과 몸이 따로 노니 차근차근 움직여야. 35년생 지나온 과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봄도.
금전○ 애정△ 건강X
2024-03-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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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파묘’, 국내 오컬트 첫 ‘천만 영화’ 올랐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올랐다. 한국 오컬트 장르 영화 중 1000만 관객을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의 누적 관객 수는 이날 오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2일 개봉한지 32일 만의 기록이다. 이 작품은 개봉 이후 단 하루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다른 작품에 내주지 않고 흥행 몰이를 해왔다.
이번 기록으로 ‘파묘’는 역대 개봉작 가운데 32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한국 영화로 범위를 좁히면 23번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작 가운데는 ‘범죄도시2’(2022년) ‘아바타: 물의 길’(2022년) ‘범죄도시3’(2023년) ‘서울의 봄’(2023년)에 이어 다섯 번째 기록이다.
이 영화는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 무속인 화림과 봉길이 거액을 받고 부잣집 조상의 묘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2015년)과 ‘사바하’(2019년)를 만든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컬트 장르 외피를 입은 작품이 ‘천만 영화’에 오른 건 이 영화가 최초다.
주연 최민식은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배출하게 됐다. 그는 영화 ‘명량’(2014년)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었다. 유해진은 ‘왕의 남자’(2005년) ‘베테랑’(2015년) ‘택시운전사’(2017년)에 이어 네 번째다. 김고은과 이도현은 이 작품으로 첫 번째 ‘천만 영화’를 냈다.
눈에 띄는 건 통상 극장가 비수기로 여겨졌던 2월 개봉작이 ‘천만 영화’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작품 전에 ‘천만 영화’에 올랐던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도 비수기로 분류됐던 11월 개봉작이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 성수기와 비수기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볼만한 영화가 있고, 입소문이 나면 언제든 극장을 찾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간 오컬트 장르물이 특정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과 달리 ‘파묘’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끈 것도 주목된다. CJ CGV에 따르면 ‘파묘’의 세대별 관객 비중은 20대가 25%, 30대 31%, 40대 22%, 50대 이상 17% 등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한국인의 DNA에 담겨 있는 오래된 문화 습관이 잘 녹아 있다”며 “전통적인 정서적 연대감이 잘 통해서 다양한 연령층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강 평론가는 “또 보통 오컬트 장르가 미해결된 결말로 찝찝함을 남겼다면 ‘파묘’는 끝이 명확하다”면서 “오컬트 장르 기존 특성을 뒤집어 깔끔하게 마무리한 덕분에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점도 통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기존 오컬트는 악령 퇴마나 공포에 집중했다면 ‘파묘’는 한국적이고 대중적으로 풀어냈다”면서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잘 녹여내 인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2024-03-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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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어렵게 쓰는 시 넘어서야 한다”
부산 경남, 아니 진주에 김언희 시인이 ‘있다’. 지역에 그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복락이다.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걸 다 내던져 쓰는 시인이다. 지역 시인들에게 김언희는 하나의 전범이다. 무엇보다 그는 무서운 시인이다. 그가 시의 질료로 삼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그 욕망을 시에서 그는 칼날처럼 구사한다. 독자의 살도 베고 그의 살도 베어 시의 안쪽을 그는 보여준다. “생선 배를 가르듯이 인간의 불가해한 영역을 갈라 보이는 시는 불가능한가”라는 물음에 그의 시적 지향이 들어 있다.
<경남문학> 2023년 겨울호에 문학평론가 송희복이 김언희 시를 다룬 ‘성적 욕동과 추악의 수사’란 글에서 하나의 문장을 부려놓았다. “김언희 이전에 김언희가 없었고, 김언희 이후에 김언희가 없었다.” 그렇게 김언희는 전무후무하다는 것이다.
송 평론가는 “(김언희 시는) 이전의 여성시 대부분을 내숭으로 만들었고, 이후의 여성시 상당수를 아류로 만들어버렸다”라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문장을 더욱 다듬는다. 송희복은 그 문장을 더욱 밀어붙여 “김언희 이전의 여성시는 내숭이었고, 김언희 이후의 여성시는 아류였다”고 예각화한다.
‘벼락을 맞는 동안//나무는 뭘 했을까//번개가 입속으로//치고 들어가 자궁을//뚫고 나오는 동안//벼락에 입술을 대고’(‘벼락 키스’ 전문). 이렇게 벼락 맞는 순간 같은 것이 김언희의 시에 있다. 그걸 송희복은 ‘불가사의한 매혹의 오르가슴’이라 표현한다.
왜 김언희 시인인가. 지역 시인들이 머리로 어렵게 쓰는 시를 넘어서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가슴으로 어렵게 쓰는 시가 있다면 그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시인은 무당”이라는 김언희의 말처럼 그의 시는 귀기를 품고 있다. 물론 시인 모두가 무당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에, 시행에 독자를 전율하게 하는, 사로잡는 그 무엇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즈음 지역 시에서 부족한 점이라는 게 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머리로 쓰는 어려운 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언희는 “시인은 시를 30~40% 쓰고, 독자가 나머지를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독자가 쓴다”라는 말은 “독자가 전율로, 감동으로 반응해야 한다, 정서적 반응을 통해 그 나머지를 채워야 한다”는 것의 다른 소리다.
그런데 머리로 쓰는 시는 감동을 주기는커녕 이해도 어렵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렵게 쓰는 시는 독자를 염두에 둔 시가 아니라 비슷하게 쓰는 특정한 상대의 시인을 염두에 둔 시라는 혐의가 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만하고 고립된 방식의 시 쓰기라는 지적이다. “나는 이렇게 어렵게 쓴다. 한 번 읽어내 봐라”고 하니 독자가 들어갈 틈이 좁거나 아예 없어 안 읽고야 마는 것이다. 40여 년 시를 썼다는 한 시인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시행을 너무 많이 본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단에서 이런 시들이 많다면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 어렵게 쓰는 시는, 시의 입지를 스스로 고립시키는 한편으로, 매달 두서너 명의 신인을 배출하는 월간지가 있는 것처럼 너무 쉽게 쓰는 시인들의 양산에 자리를 깔아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부산의 경우 모더니즘 시가 강세라는 분석이 있고, 부산 시단의 요즘 대세는 모더니즘 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은 복잡한 근대적(modern) 삶의 도시이니까, 그 속에서 사는 이들이 자연스레 모더니즘 시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산 산복도로에 1층 우체국, 2층 슈퍼, 3층 교회, 4층 목욕탕 식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한 건물에 들어가 있는 모습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비틀기의 언어를 한 데 집어넣어 구사하는 것이 모더니즘 시의 전략이다.
그러나 모더니즘 시의 난점은 어렵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 난점을 극복하는 것은 가슴으로 쓰기인데 머리로 더욱 밀어붙여 난처하게도 난점의 탑을 쌓아올리는 것이다. 김언희는 “시는 독자의 상상력에 대한 방화를 노리고 그어 던진 한 개비의 위험한 성냥”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비추어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한 개비의 위험한 불붙은 성냥을 던졌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즈음의 풍토다. “김언희 이전에 김언희가 없었고, 김언희 이후에 김언희가 없었다”는 것은 오를 수 없는 성채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관성적인 둔탁한 시 쓰기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새로운 시 쓰기에 대한 도전의 유혹이다.
2024-03-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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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주년 맞은 드림씨어터 온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부산 드림씨어터가 개관 5주년을 맞아 뮤지컬 각계 전문가를 초청하는 렉처 시리즈 ‘드림 클래스’와 백스테이지 투어 이벤트를 개최한다.
오는 4월 8일과 22일 총 2회에 걸쳐 진행할 드림 클래스는 아트컨시어지 이상훈 대표와 드림씨어터 백형근 무대기술감독이 각각 강사로 나선다. 이 대표는 뮤지컬 장르 자체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거장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강연하고, 백 감독은 ‘무대 위의 상상-뮤지컬 전용 극장의 이해’를 주제로 잡았다.
이번 행사는 사전 예약자 30명 한정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2만 5000원이다. 클래스 참가자 전원에게는 뮤지컬 MD(랜덤 증정), 공연장 안에 위치한 카페 아덴 음료 쿠폰을 선물한다. 드림씨어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26일 오후 2시 티켓을 오픈한다. 골드 회원(드림씨어터 공연 관람 스태프 4회 이상 적립하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멤버십)은 하루 앞서 25일 오후 2시 선예매할 수 있다.
백스테이지 투어는 오는 4월 2일부터 14일까지 공연되는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의 무대 감독, 컴퍼니 매니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공간 백스테이지의 투어와 질의응답 시간이 예정돼 있다. 4월 10일 오후 2시 마티네 공연 이후 약 30분간 20명 대상으로 진행하며 골드회원이 응모 대상이다.
이 밖에 공연장을 방문하는 관객과 함께하는 드림씨어터 5주년 기념 포토존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한다. 4월 공연장 로비에 설치될 특별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 혹은 영상을 촬영한 뒤 지정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포스팅하면 응모할 수 있으며 추첨해 드림씨어터 공연 초대권과 음료 쿠폰을 선물한다.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는 지난 2019년 4월 1일 개관 이래 개관작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으로 ‘위키드’,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킹키부츠’ ‘하데스타운’ ‘오페라의 유령’ 등의 부산 초연과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영웅’ ‘캣츠’ ‘레베카’ 등 스테디셀러 작품을 선보였다.
2024-03-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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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연] 이번 주에 뭐 볼까? [2024년 3월 25~31일]
◆루보체 레이디스 싱어즈 제3회 정기 연주회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지난 2015년 결성된 루보체 레이디스 싱어즈가 마련하는 세 번째 정기 연주회. 루보체 레이디스 싱어즈는 그동안 병원 로비 음악회 등 음악으로 치유를 전하는 재능 기부 음악회를 여러 차례 개최해 온 여성 합창단이다. 단장 최영은을 비롯해 지휘자 권영기, 반주자 전미리가 합창단을 이끌고 있으며 이번 음악회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유미, 타악기 이영훈, 해운대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사회는 한태양이 맡고, ‘항해’ ‘향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진달래꽃’ ‘가을꽃’ 등을 들려준다. ▶3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전석 초대.
◆국립부산국악원 2024 한·일 교류 음악회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한국과 일본의 청년 전통 음악가들이 함께 펼치는 2024 한일 교류음악회. 지난 20일 서울 국립국악원에 이어 23일 국립민속국원, 그리고 26일 국립부산국악원으로 이어지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을 공동 주최하는 (재)민주음악협회는 예술 교류를 추진하는 일본의 음악문화단체로, 한국을 포함해 100개국 이상의 국가와 폭넓게 음악 교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과 (재)민주음악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 국립국악원 국악연주단이 참여한 ‘한·일 청년 전통음악가의 만남’이 있었고, 1년 만에 한국에서 양국의 전통 예술가들이 다시 만난다.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과 공연은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음악과 창작음악, 한일 협업 음악(‘매화 한 송이’, ‘아리랑 연곡’)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가야금과 대금, 일본의 고토와 샤쿠하치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역사를 가진 양국 악기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해설 정영진(경성대 한국학 교수). 출연 나카이 토모야(25현 고토), 하세가와 쇼잔(샤쿠하치), 이진희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악장(타악), 피리 수석 이종철, 대금 부수석 정성훈, 해금 수석 조윤경, 가야금 부수석 김현승, 타악 수석 강정용, 경기민요 성악단 이은혜. ▶3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관람료 A석 1만 원, B석 8000원.
◆2024 11시 영화음악콘서트 3월 ‘선율로 영화를 말하다 PART I. 조성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시 음악회’ 주인공은 영화음악이다. 공연 타이틀 자체를 아예 ‘11시 영화음악콘서트’로 명명했다. 한국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한 콘서트를 이어 갈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의 호스트는 한국 영화음악의 거장 조성우 영화음악감독이 맡았다. 27일 첫 순서는 영화 ‘봄날은 간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여고고담2’ ‘만추’ 등에서 아름다운 선율로 영화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조성우 영화음악 세계에 대해 들어본다. 연주는 코리아 필름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3월 27일(수) 오전 11시 영화의전당. 전석 2만 원.
◆제845회 금정수요음악회:바리톤 허종훈 독창회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바리톤 허종훈은 부산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극장(플라시도 도밍고 센터)과 발렌시아 호아킨 로드리고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이후 아일랜드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과 프랑스 베르사유 시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1년 국내 활동을 시작해 다수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칸타타 가수로 활동 중이다. 이번 독창회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작품 34 제14번, 슈만 ‘시인의 사랑’ 16곡 전곡, 우리 가곡 ‘잔향’(윤학준 곡), ‘못 잊어’(조혜영 곡) 등을 준비한다. 특히 허종훈은 17세기에 크게 유행한 스페인 고유의 오페라 ‘사르수엘라(Zarzuela)’를 20세기 스타일에 맞게 발전시킨 스페인 작곡가 페데리코 모레노 토로바(1891~1982)의 ‘마라빌라’ 중 ‘사랑, 내 인생의 사랑’을 선보인다. 피아노 김경미, 콘서트 가이드 김성민. ▶3월 27일(수) 오후 7시 30분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입장료 1만 원(현장 구매).
◆라온 하우스 콘서트:물속의 여인들-로렐라이와 사이렌 [음악당라온]
지난해 첫 저서인 <오페라의 여인들> 출간 후 서울대에서 오페라사 강의로 출강하고, 연주와 강연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메조소프라노 지나 오의 하우스 콘서트. 인어공주, 사이렌, 로렐라이 등 이들이 등장하는 오페라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알려주고, 연주를 들려준다. 지나 오는 서울대 성악과와 독일 쾰른 국립음대 성악과 석사, 마인츠 국립음대 콘체르트엑자멘 과정을 졸업했다. 피아노 김아름. ▶3월 28일(목)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음악당라온. 입장료 3만 원.
◆제24회 굿모닝 콘서트-드미트리의 ‘환상의 트럼펫 세계’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
부산시향 트럼펫 수석으로 있는 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무대. 드미트리는 러시아 그네신 국립음대와 모스크바 음악원(차이콥스키 컨서바토리)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제 트럼펫 콩쿠르 3위 입상, 볼쇼이 국립가극장 트럼펫 수석, 모스크바 심포니 트럼펫 수석, 말리 국립심포니 트럼펫 수석을 역임하고, 지난 2000년부터 부산시립교향악단 트럼펫 수석으로 있다. 연주곡은 영화 ‘시네마천국’ OST, 바트 하워드 ‘Fly Me to the Moon’, ‘Someone to Watch Over Me’ 등을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태평소 연주자 김혜지와 함께 하모니를 이루기도 한다. ▶3월 29일(금) 오전 11시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 전석 1만 5000원(블랙업커피 포함).
◆트리오 피아체 연주회-왈츠와 변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지난 2015년 결성돼 부산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트리오 피아체(피아노 박정희, 바이올린 조무종, 첼로 정윤혜)가 2022년 1월 만들어진 트리오 피아체 후원회(후원회장 장숙희·청희당한의원)를 위해 여는 다섯 번째 연주회다. 프로그램은 전반부에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사장조 작품번호 423’, 오펜바흐 ‘재클린의 눈물’, 차이콥스키 왈츠-스케르초, 슈만의 아베크 변주곡 작품번호 1번을 연주하고, 후반부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와 더불어 피아노 3중주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라벨의 피아노 3중주를 선사한다. ▶3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입장료 전석 2만 원(학생 50% 할인).
◆해운대문화회관 개관 17주년 특별 기획 ‘봄을 알리는 포크 콘서트’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지난 2007년 개관해 올해로 개관 17주년을 맞는 해운대문화회관의 특별 기획 음악회.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꿈을 먹는 젊은이’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2세대 포크 가수 남궁옥분과 ‘사랑의 썰물’ ‘회상’으로 유명한 포크 가수 임지훈이 출연한다. 공연 1부는 임지훈이, 2부는 남궁옥분의 무대로 각각 구성되며, 3부는 듀엣 무대로 마무리된다. ▶3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관람료 1층 VIP석 4만 원, R석 3만 원, 2층 S석 2만 원.
◆제536회 스페이스 움 음악회 ‘Piano Conversation’ [스페이스 움]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 한동일(83)의 무대. 한동일은 지난 1965년 제24회 뉴욕 리벤트리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하며, 한국인 최초의 국제 콩쿠르 우승자가 됐다. 2019년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영구 귀국해 65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 정착했다. 이번 연주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즉흥곡 제3번 작품 90, 슈만 어린이의 정경 작품15, 쇼팽 녹턴 제2번과 3번, 환상곡 F단조 작품 49로 정했다. ▶3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 424번지 스페이스 움. 입장료 2만 원.
◆홍영호 트리오 정규 3집 ‘From Nature’ 앨범 발매 기념 부산소공연장 투어 콘서트 [게네랄파우제]
홍영호 트리오의 정규 3집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팀 리더이자 드러머인 홍영호가 나고 자란 부산의 자연을 주제로 한 ‘오륙도’ ‘삼각주’ ‘산만디’ ‘7번 국도’ 등을 홍영호 트리오만의 색깔로 작곡해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재즈 사운드로 들려준다. 특히 이번 앨범은 부산을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 손태호와 트롬보니스트 심규성의 협연으로 홍영호 트리오의 이전 앨범과는 또 다른 색깔로 웅장하고 원초적인 재즈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 드럼 홍영호, 베이스 신세영, 피아노 강혜인, 색소폰 손태호, 트롬본 심규성. ▶3월 29일 (금) 오후 8시 부산 중구 광복로49번길 31 2층 게네랄파우제. 입장료 2만 원.
◆국립부산국악원 2024 무용단 정기 공연 ‘학’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제17회 정기 공연. 지난해 7월 부임한 복미경 예술감독이 부산에서 첫선을 보이는 안무작이기도 하다. 부산국악원 측은 이번 작품에 대해 “전통춤 속에서 선조들이 담고 싶었던 학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학이 지닌 상징성과 그 정신세계를 현대적 미감으로 풀어낸 창작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학’을 소재로 하고 ‘풍류정신’을 주제로, ‘합설’이라는 양식으로 펼친다는 게 부연 설명이다. 이번 무대는 협력 안무 강미리 부산대 교수를 비롯해, 연출 이재환, 대본 박희준, 음악감독 신현식, 작곡 정송희, 조명디자인 김철희, 무대디자인 황경호, 의상디자인 민천홍, 영상디자인 황정남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및 외부 연주단 등 총 4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한다. 또한 김덕수(장구) 명인이 특별출연하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즉흥연주를 하는 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와 합설도 기대된다. ▶3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30일(토)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관람료 S석 2만 원, A석 1만 원.
◆2024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부산 공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6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공연.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끝으로 부산 대구 광주 세종 등 지방 공연에 나선다. 부산이 지방 순회 첫 도시다. 대문장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5세기 파리,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욕망과 사랑을 그린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흉측한 종지기 콰지모도(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주교 프롤로(이정열 민영기 최민), 헌병대장 페뷔스(김승대 백형훈 이재환)가 모두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유리아 정유지 솔라)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초연부터 작품의 안무가를 맡고 있는 마르티노 뮐러는 현대무용과 곡예, 브레이킹 등 시대를 뛰어넘은 동작으로 안무를 구성해 눈길을 끈다. ▶3월 29일(금)~4월 7일(일)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수~금요일 오후 7시 30분(3월 29일 기업 전관으로 마감), 토·일요일 오후 2시, 6시 30분(4월 7일 오후 2시 1회 공연). 관람료 VIP 17만 원, R석 14만 원, S석 11만 원, A석 9만 원.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 특별 연주회 ‘프렌들리 콘서트’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지난해 창단 50주년을 맞았던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수석지휘자 천경필)이 2024년을 여는 첫 공연은 ‘프렌들리 콘서트’이다.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2003년부터 전국의 소년소녀합창단과 교류하며 합창을 통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이번엔 안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지휘 이건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지휘 고석우)을 초청했다. 특히 마지막엔 세 합창단의 연합 합창곡 ‘꿈꾸는 사람’을 통해 서로가 하나가 되고 합창으로 하나 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헝가리 현대 작곡가 죄르지 오르반의 ‘글로리아’를 비롯해 ‘여우야’(이동훈 곡), ‘Changes’(오드리 스나이더 곡), ‘함께’(윤학준 곡), ‘우리들의 세상’(조성은 곡)을 들려준다. ▶3월 30일(토)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입장료 균일 3000원.
2024-03-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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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날’ 제정이 뭐가 중헌디… 본질 벗어난 ‘국악진흥법’ 간담회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국악인들의 숙원이던 국악진흥법이 지난해 국회 통과 후 오는 7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최근 전국 5개 권역(18일 서울·경기권, 19일 강원권, 20일 호남권, 21일 충청권, 22일 영남권)을 돌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때마침 부산에서 영남권 간담회가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갔다. 말 그대로 국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되면 국악의 위상이나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가 궁금해서였다. 특히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된 4개 조항(제6조 실태조사, 11조 전문 인력의 양성, 14조 국악의 날 지정, 16조 지원 기관의 지정 등)에 대해 국악인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는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간담회는 의견 수렴 절차라고 하기엔 너무 실망스러웠다. 주최 측인 문체부에서는 한 명의 직원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으며, 주관처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간담회 자료집은 고사하고 관련 유인물 하나 준비해 오지 않았다. 행사 장소를 제공한 국립부산국악원 관계자와 발표자 10여 명을 제하면 순수 시민 참석자는 10여 명에 불과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을 위해 마련한 공론의 장”이라는 취지가 무색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정희 박사의 ‘국악진흥법 제정 과정과 향후 과제’라는 기본 발제에 이어 3명의 패널이 각각 △국악의 날 지정에 대한 의견(최헌 부산대 명예교수) △국악의 날을 즐길 사람과 공간(이승희 영남대 교수) △청년 국악인이 바라본 국악진흥법 제정에 대한 기대(이진희 국립부산국악원 악장)를 10분 남짓에 걸쳐 제안, 발표했다.
관련 종사자와 시민 등 현장 참석자의 자유 토론 순서가 마지막에 있었지만,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국악진흥법을 통해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묻고 싶은데 자꾸만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20년 경력의 현장 교사), “이번 간담회가 다섯 번째라고 하는데 목적성이 불분명하다. 공교육 안에서의 국악 교육 부재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국악 강사), “국악진흥법에 따르면 국악이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를 포함하는데 특정 분야로 한정되지 않으면 좋겠다.”(현장 무용인), “이미 서울에선 새로운 법인체를 만드니 뭐니 하는데 지방에선 감감하다. 법 만드는 사람들과 원로들 몇몇만 머리를 맞댈 게 아니라 폭넓은 홍보를 당부한다.”(국악인) 등이다.
이날 시민 자격으로 참석한 정은경 부산교대 교수가 중요한 지적을 했다. “국악진흥법은 국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이다. 이게 핵심이다. 국악의 날 제정이나 국악 주간을 만들어 공연 몇 개를 더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국악계의 체질 개선과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에 공교육 안에서 국악 교육을 강화하고,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가 필요하다.” 나중엔 사회자까지 거들었다. “법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데, 이걸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부디 시민들이 견제하고 감시해 주기 바란다.” 이번 간담회를 진행한 문체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2024-03-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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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안 감아서 지저분한데… 그냥 미용실 가도 되나? [궁물받는다]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갈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진짜 머리 안 감고 가도 괜찮나?" 어차피 미용실에 가면 머리를 감겨주는 데다 머리에 기름이 있어야 모발에 손상이 덜 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름진 머리를 누군가 만진다는 것이 찝찝해 머리를 감고 미용실에 가곤 했습니다. 실제로도 머릿기름이 모발 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대한미용사회중앙회 소속 자연주의먹는펌헤어 김춘희 원장에게 문의해 봤습니다.
Q1. 염색이나 파마 시술 전 머리를 감지 않고 가는 것이 좋다는데, 진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저녁에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 유분(일명 개기름)을 분비합니다. 이 기름이 땀과 결합되면 방어막을 형성하는데요, 이는 모발·두피에 필요한 수분과 외부로부터 파마·염모제 등의 화학 약제의 물질에 의한 밸런스를 조절해 모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술 당일 머리를 감고 파마나 염색을 하면 결과가 잘 나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모발은 샴푸로 방어막이 씻겨나가 구멍이 뚫린 상태입니다. 이때 화학 약제가 갑자기 많이 들어간다면 모발 손상과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급적 하루 전날 샴푸를 한 뒤 미용실에 가는 것이 건강한 모발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Q2. 염색한 뒤 흰옷을 입으면 이염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미용실에서 30~40분 정도 걸리는 염색 시술과 달리, 멜라닌 색소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는 7~10일 정도의 사후 정착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 기간에 샴푸를 했을 경우 흰 타월에 염색약이 조금씩 묻어나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있을 텐데요. 머리에 물기가 없도록 완전히 말린다면 흰옷을 입어도 염색되지 않습니다.
색상이 완전히 정착된 뒤에는 파마를 하더라도 색상이 빠지지 않고 유지됩니다.
Q3. 뜨거운 물에 머리를 감으면 염색이나 파마가 빨리 없어지나요?
파마는 모발에 화학 약제를 첨가해 웨이브를 만들고, 이후 중화제로 고정시키는 시술입니다. 한번 고정된 웨이브는 뜨거운 물이든 찬물이든 물에 의해 풀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샴푸의 알칼리성에 의해 파마가 풀어질 수 있으므로, 시술 당일 머리를 감아야 한다면 물로만 가볍게 씻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염색 역시 정착 기간이 지난다면 뜨거운 물에 색상이 빠지지 않습니다.
Q4. 파마 시술 후 탈색은 되는데 왜 탈색 이후에는 파마가 안 되나요?
탈색은 모발 내부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시술이기 때문에, 이미 탈색을 거쳐 뼈대가 무너진 모발이라면 파마 약제가 첨가되어도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습니다.
Q5. 염색이 잘 되지 않는 머리의 경우, 일부러 파마 등의 시술로 머리를 상하게 한 뒤 염색을 한다는데 진짜인가?
염색의 색상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 시술 상의 문제입니다. 염색이 잘 되지 않는 머리는 없습니다.
※ '궁물('궁금한 것은 물어본다'는 뜻) 받는다'는 독자들의 사소한 질문을 받아 전문가들에게 대신 질문해 주는 코너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zoohihi@busan.com)로 알려주세요.
2024-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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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이춘기(부산 미남병원 대표원장) 씨 부친상
▲이춘기 부산 미남병원 대표원장 부친 이우방 씨 21일 별세. 빈소 해운대백병원장례식장 VIP실. 발인 23일 오전 9시 30분. 장지 양산천주교하늘공원. 010-3232-1779
2024-03-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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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학 찾아 떠돈 40년 항적] 망국의 헐벗은 여인네들 거리로 내몰려
‘병사들의 구두코엔 먼지만 쌓이고 공장의 기계는 녹슬기만 한다. 호밀빵 배급소 대기 줄은 길어만 가고 노동자의 허리는 줄어만 간다. 이대로는 싫다, 이대로는 싫다. 우리는 원한다, 변화된 내일을!’ 러시아에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 빅토르 최가 결성한 록그룹 키노가 불러서 젊은이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다. 변화를 꿈꾸던 빅토르 최의 노래들이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 페레스트로이카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빅토르 최는 1962년 6월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학교 공예학과를 졸업했지만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는 캄차트카 거리의 지하 보일러실에서 화부 노릇을 하면서 숙명처럼 노래를 불렀다. 1984년 22세 때 게오르규, 유노, 알렉세이와 함께 4인조 록그룹 키노(Kino)를 결성하여 레닌그라드 록 축제에 참가하여 이름을 알렸다. 1987년에는 ‘혈액형’이라는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전쟁을 반대하고 변화를 꿈꾸는 메시지라 소련 사회에 염증을 느끼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지자 그해 12월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개국에서 소비에트 중앙정부의 강제 병합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봉기가 일어났다. 차츰 규모가 커지면서 소련 정부는 통제 불능 상황이 되었다. 1987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시행되면서 키노의 인기와 활동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빅토르 최의 인기는 1988년에 절정에 올라 공연 입장권은 암거래로 열 배를 주고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목덜미를 덮는 긴 머리에 낡은 청바지를 입고 신들린 듯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기타를 치면 젊은 남녀 팬들은 우레같이 열광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덴마크 등 자유국가에서도 공연을 했다. 1990년 초 모스크바 레닌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에는 6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 축구경기장이 꽉 찼다고 한다. 어렵사리 당국의 허가를 받아 10월에는 아버지의 조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8월 15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빅토르 최가 몰고 가던 승용차가 맞은편에서 오던 대형버스와 정면 충돌해 차체가 뭉개지면서 시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었던 것이다. 사고 버스 운전수는 빅토르 최가 누군지 알지도 못했고 그가 과속 운전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돌발 사고였다고 주장했지만 그걸 믿는 러시아인은 별로 없었다. 개혁 개방을 반대하는 보수파와 뒷전에서 암약하는 KGB 출신들이 눈엣가시 같은 빅토르 최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의심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고 추모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장례식을 몇 차례나 연기했다고 한다.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다음 해인 1991년 12월, 소비에트 연방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1994년 5월 24일, 나는 냉동화물선 미스트라우(Mistrau)호를 타고 빅토르 최의 묘지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항에 입항했다. 화물은 콜롬비아 투르보(Turbo)항에서 선적한 바나나 16만 6000박스였다. 당시 러시아는 정치, 경제, 사회가 극도로 혼란한 시기라 입항하는 외국 배 선주들은 아무도 국영 대리점을 믿지 않았다. 미스트라우호도 발트해에 들어서기 전, 덴마크의 칼룬드 보그(Kalund borg)에서 미리 연료유를 싣고 주·부식을 구입하고 선용금을 받았다. 미스트라우호가 접안한 부두는 대(大)네바 강어귀에 있는 23번석 잡화 부두였다. 부둣가에 늘어서 있는 크레인들은 말라죽은 고목처럼 녹슨 팔을 내려뜨리고 움직일 줄 몰랐다. 근처에 우뚝우뚝 치솟은 높은 굴뚝에서는 한 군데도 연기를 내뿜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공장들은 원료 부족으로 놀고 있었다.
현문사다리를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입항 수속 관리들이 올라왔다. 저마다 권력과 지위를 과시하듯 제복의 어깨에는 왕별 견장을, 소매에는 금줄 수장을, 가슴에는 약장을 울긋불긋하게 달고 있었다. 관리들은 입항 서류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밀쳐놓고 먹이에만 눈독을 들였다. 본드 스토어에 담배 위스키가 얼마나 있는지, 부식 창고에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가 얼마나 있는지 그것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 검역관과 세관원이 창고에 들어가 재고를 확인하고는 관리 한 사람당 쇠고기 2kg, 말보로 두 보루를 달라고 억지를 부렸다. 세계 여러 항구에 입항해 봤지만 쇠고기를 달라는 관리는 처음이었다. 시중에서는 쇠고기 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소리였다. 선원들이 먹는 부식을 줄 수는 없다고 거절하자 부식 창고를 밀폐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부식 창고가 불결해 전염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고……. 아무리 국가 경제가 파탄 났다고 해도 제복을 입은 관리들이 쇠고기 한 덩이에 자존심을 내던지다니. 그건 부패하고 가난한 아프리카 관리들이 써먹는 가장 치사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관리들이 염치 불고하고 내놓으라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고성을 지르며 흥정한 끝에 쇠고기 1kg과 담배 한 보루로 낙착을 봤다.
수속이 끝난 뒤 누군가가 선장 방문을 두드렸다. 금방 수속을 마친 여자 출입국 담당 관리였다. 검은 제복 차림 그대로였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서 있다가 선장이 문을 열자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 여자가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또 찾아왔을까? 선장은 경계심이 앞섰다. 여인은 다 안다는 듯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캡틴, 죄송하지만 절 좀 도와주세요. 혹시 보드카 좋아하세요? 사실은 제 남편이 월급도 못 받고 있어 내 월급만 가지고는 세 아이들 게라쿨래스(보리죽) 먹여 키우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이렇게……. 이 로원베리 레드라벨은 한 병에 5달러이고 블루라벨은 10달러입니다.” 여인은 가방 속에서 보드카 두 병을 꺼내놓으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선장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살기가 어려우면 제복 입은 관리가 이렇게 남 부끄러운 짓을 하겠는가? 선장은 쇠고기 때문에 치솟았던 짜증도 잊고 측은지심이 앞서 두 병을 모두 사 주었다.
부원 식당에서는 가죽 점퍼를 걸친 두 건달 녀석이 선원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한국 선원들을 많이 상대해 본 듯 제법 능숙한 우리말과 쉬운 영어를 섞어가며. “한국 친구들, 만나서 반갑다. 내 이름은 드미트리, 이 친구는 오시모프다. 우리 나쁜 사람 아니다. 한국 친구들도 많이 있고 예쁜 아가씨들도 많이 알고 있다. 모두 직장 여성이다. 재봉사, 간호사, 제빵사, 굼 점원, 요리사……. 연애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말해라. 그래야 퇴근할 때 미팅을 시켜줄 수 있으니까. 우리 거짓말 안 한다.” 공산국가에서는 어느 나라나 매춘이 불법이다. 그러나 공공연하게 뚜쟁이 노릇을 했다. 그들은 러시아 마피아의 행동 대원들이었다. 선원들과 부두 노동자들은 세관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몸수색을 당했지만 그들은 승용차를 몰고 맘대로 드나들었다. 게이트 밖에서 상륙하는 선원들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수들도 모두 그들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자동차 부두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 수십 대가 통관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으로 낡아빠진 고물차 한 대가 굴러왔다. 건장한 두 젊은이가 내리더니 고물차의 번호판을 뜯어내어 고급 외제차에 부착했다. 고물차는 버려두고 외제차만 몰고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는 세관 게이트로 버젓이 빠져나갔다.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이 바로 러시아 마피아들이었다. 그들의 보스는 은퇴한 KGB 고위층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열린다는 인민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전차를 탔다. 리테아누이 대로로 가는 155번 노선이었다. 요금은 150루불이었다. 1992년 3월까지만 해도 15코페이카–1루불은 100코페이카-였는데 1993년 10월에 30루불로 오르고 1994년 5월에는 150루불로 올랐다. 4개월이 지난 그해 9월에는 1000루불로 한꺼번에 거의 7배나 올랐다고 한다. 155번 전차 터미널은 모스크바행 역 앞에 있었다. 역 광장에는 꽃과 과일을 파는 좌판 상인들과 담배, 보드카, 신문, 캐비아 등속을 파는 박스 가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주로 할머니들이 지키고 앉은 꽃 좌판에는 장미 백합 글라디올러스 튤립 같은 화훼와 오이 샐러리 토마토 피망 브로콜리 같은 채소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 꽃과 채소들은 개인 소유로 분배해준 50평 정도의 텃밭에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했다.
인민 시장은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에 대로를 따라 굼(백화점)을 빙 둘러싸며 자연스럽게 줄을 지어 열렸다. 젊은 남자만 눈에 띄지 않을 뿐 열서너 살 소녀부터 아가씨, 아주머니, 중늙은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한 푼이라도 돈이 궁하고 배고픈 사람은 다 나왔다. 어느 누구도 입으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직 눈빛으로만 말했다. 4시가 지나자 나올 사람은 거의 다 나왔는지 길게 이어진 줄은 굼을 한 바퀴 에워싸고도 남았다. 벨벳 투피스를 입은 미모의 30대 여인은 하이힐과 실크 블라우스를 들고서 수치심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어느 40대 여인은 약사 출신인지 아스피린, 페니실린, 마이신 같은 약 종류를 양 손바닥에 올려놓고 있었다. 팔러 나온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사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굼에서 한 블록 떨어진 뒷골목에는 더욱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터가 있었다. 여기는 시골 장바닥같이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거리낌 없이 웃고 떠들었다. 들고나온 물건도 대로변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헌 운동화, 낡은 구두, 재봉틀의 북, 드라이브 세트, 톱, 망치, 탁상시계……. 팔아 봐야 흑빵 한 덩이 값도 안 될 성싶었다.
한 집안이 망하면 처자식이 헐벗고 굶주리지만 나라가 망하면 제일 먼저 무너지는 게 아녀자들의 순결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인민 시장에 들고 나갈 겉옷은커녕 갈아입을 속옷 한 장도 없는 여인들은 당장 빵과 바꿀 것이라곤 젊은 육체뿐이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흑빵 한 조각 구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국가를 원망하고 정치 지도자를 원망해봐야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스크바 근교에 사는 어느 30대 여성은 자기 자식 2명을 목 졸라 죽이고 경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게라쿨레스(보리죽)도 먹일 수 없는데 어떻게 키우겠는가.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고 이런 비참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자수를 했다.” 판매 부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러시아 언론은 이 비극을 사실 그대로 보도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굶어 죽느냐, 비굴하게 사느냐? 자포자기에 빠졌던 여인들은 하나둘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수없이 빨고 빨아서 너덜너덜해진 팬티와 함께 자존심은 던져버리고……. 최근에는 정치 지도자를 잘못 만난 베네수엘라 인텔리 여성들이 먹고살기 힘들어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고 한다. 글/ 김종찬 해양소설가
2024-03-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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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진영의 더 많은 투표 참여가 필요하다
“내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지면 미국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며칠 전 연설에서 한 이야기다. 트럼프는 또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그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animal)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쩌다 미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나 싶다. 올해는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면서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린다. 세계 인구의 무려 25%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22대 총선 날짜도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웬만하면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오는 지경이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다. 오늘날 좌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스트들은 상대방을 악마화해 모두 없어져야 할 존재인 것처럼 말한다. 늪에서 물을 완전히 빼자는 식이다. 만약 그렇게 특정 색을 빼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는 정치를 필요로 하면서도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이 역설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정치가 왜 실패했는지 이해해야 비로소 정치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 촉망받는 젊은 정치학자 벤 앤셀은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도 대부분이 동의하는 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이라는 다섯 가지 지점에 주목했다. 문제는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목표가 대부분의 경우 불일치하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 지점에서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것을 각각의 ‘덫’이라고 표현한다. 그 불일치 안에서 타협과 협의의 길을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지난 10년간 고생을 많이 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전제주의 정권은 강화됐고, 그리스·영국·미국 등 민주주의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국가의 민주주의는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다. 오늘날 정치적 양극화는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SNS가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주장만을 접하게 만들어 ‘정보 사일로’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이 흥미롭다. 정보 사일로는 한 집단이 외부 집단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정보가 마치 곡물처럼 내부에 갇히는 현상을 일컫는다.
민주주의는 이제 답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일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도 성장하니 판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처칠은 “민주주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선택지는 훨씬 더 나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린 현실적인 대안은 중도 진영의 더 많은 투표 참여다. 양측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극단적인 사람들이 정치판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우리처럼 공정에 민감한 사회도 드물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 불평등의 심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른 수준이다. 저자는 심화하는 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부(富)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유권자들이 겁을 먹지 않는 수준에서 부유세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엘리트 교육의 수혜자들이 그들의 지위를 전적으로 능력주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유리했던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교육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관심이 많은 보편적 기본소득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흥미롭다.
잠시 정치를 외면할 수는 있어도 정치를 피해 달아날 수는 없다. 그러니 정치를 무조건 비난만 해서는 안 되겠다. 막스 베버는 정치를 두고 “딱딱한 판에 서서히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말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이런 불완전성은 모두를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치는 우리를 미래의 꿈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든다. 벤 앤셀 지음/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472쪽/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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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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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새 책] 불통의 중국몽 外
■초저출산은 왜 생겼을까?
한국의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은 이제 세계인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 7명이 초저출산 현상의 이유를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 없이 청년들의 복지 확충 등에만 초점을 맞추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경쟁에 대한 심리적 밀도를 줄여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 조영태 외 6명 지음/김영사/240쪽/1만 6800원.
■60년대생이 온다
60대의 재취업은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는 비유가 귀에 꽂힌다. 내가 보는 나의 생산성과 사회가 보는 나의 생산성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 고도성장기와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60년대생이 다시 초고령사회의 주역으로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60년대생이 ‘도망치는 세대’가 아니라 ‘길을 고르는 세대’로 남아 달라고 부탁한다. 김경록 지음/비아북/248쪽/1만 7500원.
■미세 좌절의 시대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은 <댓글부대>와 <한국이 싫어서> 같은 문제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90여 편의 글을 모았다. 한국의 신문사들은 원자재를 포털이나 SNS에 공급하는 통신사 신세라는 해석이 씁쓸하다. 만연한 실패의 감각을 ‘미세 좌절’이라고 명명했다. 이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장강명 지음/문학동네/432쪽/1만 8000원.
■불통의 중국몽
저자는 지금의 중국은 자신이 좋아하던 중국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중국의 안하무인 방식 외교에 개탄하는 것이다. 이제 을이 아닌데도 사대주의 의식에 젖어 저자세의 외교로 대응하는 한국도 큰 문제다. 중국은 한국의 약점을 파고 들어 ‘영향력 공작’을 확대하고 있다. 갑질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 방법을 극중팔계(克中八計)로 제시했다. 주재우 지음/인문공간/288쪽/3만 원.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
신안이라고 하면 섬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든 퍼플섬부터 떠오른다. 신안은 매년 방문하는 관광객이 10만 명씩 증가하고, 섬 지역이지만 인구 이탈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다. 환경활동가이자 청와대 행정관 출신 저자가 신안의 섬 곳곳에 머물며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혁명을 펼치는 신안군의 성장 과정을 담은 최초의 기록물이다. 박진우 지음/혜윰터/248쪽/2만 원.
■도쿄를 바꾼 빌딩들
엔데믹 이후 도시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도쿄가 눈에 띈다. 도쿄는 최근 재개발을 통한 ‘아자부다이 힐즈’ 개관 등 컴팩트 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도쿄대개조’는 경제불황을 타개할 해법이라고 단정한다. 이 책은 도쿄에서 꼭 가 봐야 할 10개 지역과 그 중심이 되는 빌딩을 통해, 도쿄라는 도시의 미래와 경쟁력을 다룬다. 박희윤 지음/북스톤/296쪽/1만 9000원.
■나쁜 감정의 법칙
누구나 욱하는 마음에 심한 말을 내뱉어 인간관계를 망친 적이 있을 것이다. 하버드에는 심리학 수업이 있고, 그 덕분인지 하버드를 졸업한 많은 유명인은 탁월한 감정조절 능력을 자랑한다. ‘감정조절 능력’과 ‘성숙한 자아’를 기르고 연마하는 하버드의 지혜를 담은 책이다. 감정을 다스려 마음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 보자. 쉬셴장 지음/송은진 옮김/와이즈맵/320쪽/1만 9000원.
2024-03-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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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읽기] 남녀가 유별? 옛 사랑이 더 발칙했다
<고전 스캔들>은 조선시대 연애소설 ‘운영전’,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 김시습의 ‘이생규장전’ 등 우리 옛 이야기 속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스무 살의 혈기방장한 최치원은 외국(당나라)의 외딴 시골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오죽하면 자매가 죽어 나란히 묻힌 무덤(雙女墳)의 비석에다 자매 귀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시를 썼을까. 이 판타스틱한 이야기의 전개는 실로 대담무쌍하여 실제로 자매 귀신이 나타나 ‘3인 혼숙’(더 적절한 단어는 있지만 사용할 수 없음이 답답할 따름이다)을 하게 된다.
소개하는 모든 이야기가 이처럼 ‘대담’하지는 않다. 오히려 평양의 관기(官妓) 옥소선의 이야기는 춘향전과 닮았지만 춘향전보다 소박하면서도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애절하다. 평안감사 아들 A(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임기가 끝나 한양으로 돌아와서도 평양에서 자신의 수청을 들던 관기 소선을 잊지 못한다. 어느날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평양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다른 평안감사 아들의 수청을 들고 있는 소선을 만날 방도가 없다. A는 소선을 만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날 눈(雪)을 치우는 하인으로 분해 소선의 거처 앞마당을 쓸고, 마침내 창밖을 바라보던 소선과 눈(目)을 마주치는데….
그 외에도 선덕여왕을 흠모한 죄로 불귀신이 되어버린 역졸의 사연, 경남 밀양부사의 딸 아랑의 죽음에 얽힌 전설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시의 세태와 여성의 지위, 사회적 문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이 가득하다. 유광수 지음/북플랫/320쪽/1만 9000원.
2024-03-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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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는 위기 이후에 온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위기를 맞는다. <여론 전쟁, 출구는 있다>의 저자는 “(위기) 발생 이후가 진짜 위기”라고 강조한다. 지금 처한 위기가 무엇이든 간에, 정작 치명적인 위기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더 큰 위기가 뒤따르기도 하고, 반대로 현명하게 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선 6명이 연쇄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사망자 모두 죽기 전에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존슨앤드존슨은 즉각 캡슐 전량을 수거했고, 공개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사건 직후 타이레놀 판매량은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시민들은 회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이후 존슨앤드존슨은 3년 만에 과거의 점유율을 회복했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10년 도요타 자동차의 부품 결함으로 미국에서 일가족 네 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자사의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라고 주장하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1000만여 대의 차량 리콜 명령까지 받았다.
위기 사건을 대하는 두 기업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위기 커뮤니케이션’ 성공 여부의 차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한 후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 메시지와 해결 방향을 찾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자칫 ‘하나마나한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기 쉬운 이야기를 ‘위기 삼각형’ ‘포지션 방정식’ 등으로 구체화·도식화함으로써 보다 명쾌하게 설명한다.
위기에는 삼각형의 세 꼭지처럼 세 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 저자는 이를 ‘위기 삼각형’이라 불렀다. 세 가지 구성요소는 ①‘위기’ 그 자체와 ②위기를 초래하고 또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해자’ ③위기로 인한 ‘피해자’이다. 세 구성요소를 꼭지점으로 삼각형을 그릴 때, 세 개의 빗변은 각각의 질문을 만든다. ‘위기-피해자’ 빗변(X)은 사건의 영향(피해 정도)과 의미를 묻는다. ‘위기-가해자’ 빗변(Y)은 사건의 책임 소재를 가린다. ‘가해자-피해자’ 빗변(Z)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떤 보상과 대안을 내놓을 것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포지션 방정식’은 위기 당사자(가해자)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세 개의 빗변(X, Y, Z) 중 X, Y에 여러 선택지를 각각 대입해 Z의 값을 이끌어낸다. X값은 ‘위기와 피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장이다. 이를 ‘인정’하거나 ‘축소’하거나 ‘부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전에서 내뿜는 방사능과 원전 인근 갑상선암 피해자의 인과관계다. 한수원은 ‘부정’이라는 입장을 택하고 있다. Y값은 위기-피해의 인과관계를 전제로 ‘가해자가 위기를 일으켰냐’의 여부다. 이번엔 ‘인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혹은 ‘인정하되 의도는 없었다’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X, Y값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Z값(보상과 대안)도 달라진다.
책은 전반적으로 기업 위기에 대해 다룬다. 실제로 위기를 겪은 기업과 그 기업의 대처 방식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해 흥미롭게 읽힌다. 기업 위기를 다루지만 대처 방식은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겪는 위기에도 충분히 통용된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막말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정치인들이 읽으면 좋겠다. 아뿔싸, 이미 손 쓰기엔 때늦은 정치인도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영훈 지음/한국경제신문출판사/336쪽/2만 원.
2024-03-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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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하니 해산물이 ‘펑’… 마술 도시 부산이 열린다
2006년부터 시작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운영되는 국내 유일 마술 페스티벌인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 오는 23일부터 무려 12월까지 진행되는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시작부터 화려하다. 인도 출신 마술사의 불꽃 마술과 살아있는 바다 생물을 활용한 해산물 마술 등 독특한 마술 공연이 마련돼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매직 판타지아 시즌2’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제19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의 시즌제 공연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선보인 ‘한가위 매직 판타지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공연이다.
‘매직 판타지아 시즌2’에서는 인도에서 한국을 찾은 마술사의 불꽃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마술 공연이 진행된다. 낙지, 멍게, 우럭 등 여러 해산물을 활용해 마술을 선보이는 ‘해산물 매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볼거리다. 이 밖에도 서커스 공연과 함께 마술을 선보이는 서커스매직, 관객과 마술사가 함께 만드는 드로잉 매직 아트쇼, 국내 최대규모의 자이언트 벌룬쇼 등이 준비돼 연인과 친구는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큰 즐거움을 전달할 예정이다.
2006년 처음 시작된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국내 유일 마술 페스티벌이다. 제19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매직 판타지아 시즌2를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매직서커스(봄), 매직컨벤션(여름), 매직서커스(가을), 매직갈라쇼(겨울) 등의 행사가 마련돼 사계절 내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첫 공연을 선보이는 ‘매직 판타지아 시즌2’는 총 4회차 공연으로 진행된다. 23일 오후 2시와 오후 5시, 24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입장권 가격은 2만 1000원으로, 입장권 구매는 YES24 공연, 네이버, 인터파크 티켓 등에서 가능하다.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SNS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4-03-21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