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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으로 만나는 ‘아시아 인권 파괴의 역사’
냉전 시대 아시아에서 벌어진 인권 파괴의 역사를 공연으로 만난다.
예술집단C의 ‘Life and Death-the old, old story(삶과 죽음-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21일 무대에 오른다.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국민보도연맹(이하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공연은 한국, 대만, 태국의 극단이 ‘단면-아시아 극단의 교류-기억의 공간과 육체적 행위’라는 주제로 냉전 시대 역사를 공유하고 역사·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예술로 같이 나누는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프로젝트에는 대만의 극단 차사, 태국의 극단 아나타, 한국의 예술집단C가 참여했다.
‘삶과 죽음-아주 오래된 이야기’
한국·대만·태국 극단 참여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등 다뤄
예술집단C의 황지선 대표는 “2019년부터 대만과 부산에서 모여 교류회, 워크숍을 갖고 작품을 준비했다. 당초 3개국이 모여 축제처럼 공연을 선보이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에서 개별로 공연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술집단C는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루고 대만은 1950년대 좌익 세력을 상대로 한 백색테러, 태국은 1970년대 군과 경찰이 대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탐마삿 학살을 소재로 한 작품을 올렸다. 각 극단의 작품은 공연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로도 공개된다.
예술집단C는 연극, 무용, 전통연희, 미술, 영상, 음악 등 다장르 예술가들이 모여 ‘연극과 신체, 이미지와 신체’에 대한 고민을 공연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품 ‘Life and Death-the old, old story’도 다장르로 풀어냈다. 한국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에 전래 민요와 한국적 춤사위가 결합했다. 사운드는 전통 악기와 디지털 악기, 구음을 함께 활용했다. 무대 공간에 꼭두의 얼굴을 이용한 프로젝션 맵핑 기법도 활용했다.
공연은 전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총 6개의 장으로 액자식으로 구성했다. 1장 ‘삶-할미’는 탈춤 속 할미과장처럼 연출했다. 2장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퍼포먼스식 신체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3장 ‘인간을 향한 총구’는 워크 카메라를 이용해 배우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잡아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4장 ‘죽음의 인지’에는 머리 뒤에 탈을 쓰고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번 공연에는 종이 신발부터 중고 신발까지 700여 켤레의 신발이 무대에 나온다. 작품을 연출한 황 대표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신발이 나온 사진을 봤다. 이 신발이 희생자를 의미한다고 생각해 즉흥 형식으로 작업을 하고, 거기서 내용을 추려냈다”고 밝혔다. 그는 “에필로그에는 아기 신발을 마리오네뜨처럼 데리고 나와서 엄마와 딸, 할머니와 아이가 이야기하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Life and Death-the old, old story’는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의 죽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냉전의 광기에 희생당한 억울한 죽음을 먼 타인의 죽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삶 속에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전하려는 작품이다. ▶‘Life and Death-the old, old story’=21일 민주공원 소극장. 오후 7시 30분. 관람료 1만 원. 사전예약제. 010-2591-0624.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2021-01-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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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출근하다
2021-01-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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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바다에 앉고 마음 닿는 곳에 불상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야수마냥 제법 사납다. 경남 고성군 무이산 중턱에 마련된 주차장 겸 휴게실에 잠시 내렸는데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다. ‘문수암 보현식당’ 간판에 붙은 산채음식 메뉴에 눈길이 갔지만 서둘러 차로 돌아갔다. 이렇게 싸늘한 날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암자를 찾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전설 깃든 사찰
종일 햇살 받고 바다 내려보는 문수암
바위 벽감 속 부처상 반겨주는 보현암
13m 약사여래불은 보는 곳마다 달라
■문수암,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뒤 차를 몰고 다시 올라간다. 문수암은 오른쪽, 보현암은 왼쪽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차를 돌려 조금 더 올라가자 문수암 주차장이 보인다.
차에서 내리니 동자승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담긴 화장실 벽화와 그 뒤로 광대무변하게 펼쳐진 남해 바다가 보인다.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붙은 나무 숲, 그 뒤를 병풍처럼 가리고 선 푸른 산, 그리고 많은 섬이 점점이 뿌려진 다도해가 잊을 수 없는 풍경화를 이루고 있다. 산과 바다를 잠시 내려다보는 사이 눈이 맑아지면서 가슴은 상쾌해진다.
이곳은 정남향이어서 구름이 심술을 부리지 않는 한 해가 하루 종일 포근한 미소를 멈추지 않는다. 오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갔다 언덕에 드러누워 잠든 동자승을 담은 화장실 벽화는 이곳이 얼마나 푸근한 곳인지를 잘 보여준다.
문수암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쪽에 파란 풀들이 겨울을 잊고 있다. 여러 가지 채소가 작은 텃밭에서 자라고 있다. 뒤쪽은 언덕이, 오른쪽은 큰 바위가 가로막은 좁은 공간에 마련된 손바닥만한 땅이다. 언덕과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고 정면에서는 하루 종일 뜨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기막힌 공간 배치 덕분이다.
고성군 상리면 무선리 무이산 중턱에 자리잡은 문수암은 신라시대인 668년에 창건한 절이다. 절을 만들 때의 전설이 지금까지 내려온다.
‘의상조사는 남해 금산으로 수행하러 가는 길에 무선리의 한 민가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너무 피곤해 잠이 든 의상조사의 꿈에 노승이 나타났다.
“내일 아침 귀인을 만날 것이오. 그들을 따라 산에 가시오.”
다음날 행색이 남루한 두 걸인이 그를 찾아왔다. 당혹스러워하며 그들을 따라간 의상은 청량산(무이산)에 오르던 도중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비단에 촘촘히 수놓은 듯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다도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가 섬에 매혹된 사이 두 걸인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바위 틈 사이로 사라졌다. 의상조사가 따라가 보니 문수보살 조각상이 안연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두 걸인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임을 깨닫고 문수암을 창건했다.’
문수암은 삼국시대 때부터 명승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화랑들은 이곳에서 무예를 익히며 기개를 키웠다. ‘무예를 수련하는 화랑들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고 해서 무이산이 있는 마을은 무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수암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청담스님 사리탑이 세워져 있는 전망대다. 천불전 약수터를 지나 법당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오르면 된다. 도무지 눈길을 돌리고 싶지 않은 세 가지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왼쪽에는 무선저수지를 중심으로 무선리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산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게 글자 그대로 산해(山海)다. 여러 산 사이에 자리 잡은 누런 들판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청자빛 남해 바다가 수평선 안쪽에 편안하게 드러누워 암자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옆으로는 큰 불전과 부처상이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다. 약사전과 약사여래불상이다.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수채화이자 눈부신 풍경 사진이다.
법당 앞마당에는 참배객의 소망이 적힌 기와가 쌓여 있고, 다양한 글을 적은 풍등이 달려 있다. 문수보살은 최고의 지혜를 관장하는 보살이어서 합격을 기원하려는 수험생이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온다.
문수전 법당 뒤쪽으로 돌아가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석벽이 있다. 석벽 틈에서 부처의 얼굴을 발견하면 서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무에게나 보이는 건 아니다. 믿음이 강한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보현암, 온화한 미소 부처 만나
보현암으로 가려면 약사전을 지나야 한다. 보현암 약사전은 약사여래불상을 모신 곳이다. 약사여래는 질병을 고쳐주고, 고통을 없애주며, 목숨을 연장시켜주는 부처다. 약사전 3층에 올라가면 13m 높이의 약사여래불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불상 뒤쪽에는 수십 개의 작은 종이 달려 있다. 종을 만지면서 지나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마음은 약해서 흔들리는 게 인지상정이고, 종교시설에 이를 위무해주려는 장치가 흘러넘치는 건 당연지사다.
약사전에서 좁은 산길로 접어들어 2~3분만 더 가면 보현암이 나타난다. 코로나19 탓일까.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절을 관리하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 추위에 꼭꼭 숨었는지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바람조차 서둘러 집에 돌아가려고 나그네를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서도 약사전과 약사여래불상이 보인다. 문수암에서 보는 장면과는 확연히 다르다. 문수암에서 불상을 본 사람은 바다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고 할 것이고, 여기서 기도를 드린 사람은 푸른 하늘을 날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사람은 믿는 대로 보는 법이다.
보현암도 정남향이어서 문수암 못지않게 따뜻하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대웅전 뒤에 기세가 심상치 않은 큰 바위가 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신성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바위 안으로 움푹 들어간 벽감이 마련돼 있다. 바위에는 오래 된 부처가 등을 기대 앉아 있고,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다른 부처와 두 보살 조각상이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있다.
같은 바다라도 보는 장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보현암에서 보는 남해 바다와 문수암에서 보는 남해 바다도 마찬가지다. 보현암이 훨씬 낮은 곳이어서 바다는 가까이 다가와 있다. 곧장 달려가면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차다.
대웅전 옆에 벤치가 여러 개 놓인 작은 공간이 보인다.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벤치에 잠시 앉으니 햇볕 덕분에 졸리는 느낌이다. 해가 질 때까지 이대로 벽에 기대 앉아 있고 싶을 뿐이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2021-01-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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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뭐부터 살까?
부산 북구 덕천동의 천연제작소는 젊음의 거리 인근 커피숍 건물 2층에 있다. 유리천정으로 포근한 햇볕이 비추는 공간에서는 시판 친환경 제품들과 함께 자체제작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공방에서 우지민 씨가 직접 제작하는 천연비누와 우 씨의 어머니가 틈틈이 만드는 면 주머니 같은 패브릭 제품이 있고, 헌 우산을 기증받아 자체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세제뿐 아니라 샴푸나 보디샴푸를 필요한 만큼 살 수 있고, 곧 화장품 소분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마리앤하우스는 옛 도심 버스정류장 뒤에서 1년 넘게 시민들을 맞고 있다. 우체영 씨는 천연계면활성제 성분으로 물에 넣어 흔들기만 하면 거품이 나고, 여러 번 사용한 뒤 퇴비로 버릴 수 있는 열매 세제 ‘소프넛’과 천연밀랍을 코팅해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밀랍랩 종류를 추천했다. 쓰레기 문제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진열된 다양한 주제의 환경 도서 중에서 추천을 부탁해보자.
울산 남구의 지구맑음은 업스퀘어 맞은편 호텔 건물 2층에 있다. 널찍한 탁자와 스크린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한쪽 벽면을 따라 친환경 제품과 공정무역 제품이 진열돼있다.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족들을 위한 스테인리스나 유리 빨대와 세척솔, 파우치 세트가 특히 인기가 많다. 르완다 여성 농부들의 건강보험비를 지원하는 공정무역 커피 ‘솔브’도 추천 상품이다.
경남 김해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 오늘가게는 초등학교 인근에 막 문을 열었다. 정윤영 씨는 천연수세미나 대나무칫솔부터 시작해볼 것을 권했다. 작은 변화지만 가장 자주 접하는 물품이라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실리콘빨대도 좋다. 정 씨는 물티슈 대신 손수건, 플라스틱 용기 샴푸 대신 샴푸바를 쓰기 시작하며 온 가족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익숙해졌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최혜규 기자
2021-01-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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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작지만 큰 걸음
칫솔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0년 이상. 칫솔 손잡이가 동물뼈에서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게 20세기 초니까, 지구상에서 생산된 어떤 칫솔도 아직 썩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숨쉬듯 쓰레기를 배출하는 삶은 과연 괜찮은 걸까.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에 동참하는 상점, 제로 웨이스트 숍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부산·울산·경남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찾아가봤다.
‘가치있는 소비’ 관심 점차 높아져
포장재 없는 친환경 제품 위주 판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4곳 문 열어
판매 넘어 환경운동 거점 역할까지
생산단계 변화·제도적 지원 필요
■이래서 열었다 이래서 산다
제로 웨이스트 숍은 대개 포장재 없는 가게로 번역된다.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라고 보는 게 쉽다. 재활용·재사용이 되는 친환경 제품을 취급하고 세제 등을 소분 판매한다.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장바구니나 담아갈 용기를 가져오는 사람을 환영한다. 국내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서울에 더피커, 알맹상점 등이 생기면서 이름을 알렸지만, 지역에서는 온라인쇼핑 외에는 관련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본격적인 제로 웨이스트 숍을 표방한 곳은 지난해 1월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 들어선 ‘마리앤하우스’가 처음이다. 같은 해 5월 부산 북구 덕천동 젊음의 거리 골목에 ‘천연제작소’가 들어서며 입소문으로 단골을 늘리기 시작했다. 울산에는 지난 달 남구 업스퀘어 인근에 ‘지구맑음’이 생겼고, 경남 김해에는 ‘오늘가게’가 20일에 막 문을 열었다.
가게 운영자들은 이전에는 저마다 다른 모습의 생활인이었다. 마리앤하우스의 윤체영 씨는 과자봉지도 세제로 씻어서 배출할 만큼 분리수거에 열심이었다. 천연제작소의 우지민 씨는 비누 공방을 하면서 노케미 라이프(화학물질 거부)를 지켰다. 지구맑음의 신유희 씨는 오랫동안 지역 생협 이사로 활동했고, 오늘가게의 정윤영 씨는 유치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할 결심을 한 공통의 이유는 절박함과 필요다. 윤체영 씨는 바다거북이 콧구멍에 빨대가 꽂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환경을 지키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윤영 씨는 설거지비누, 대나무칫솔처럼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던 제품들을 이웃들에게 실물로 소개하고 싶어서 가게를 준비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가격이 비싸거나 사용이 불편해도 ‘가치있는 소비’에 관심이 높다. 마리앤하우스에는 친구의 이사 선물로 예쁜 용기에 소분 세제를 담아서 주려는 대학생이 멀리서 찾아온 적이 있다. 지난 18일 천연제작소에서 만난 임진영(29) 씨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유튜브를 통해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보고 찾아왔다”면서 고체치약, 대나무수저, 천연수세미를 골라갔다.
■함께하는 실천의 거점으로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살 수 있는 물품들은 다양하다.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는 책에 제시된 다섯 가지 원칙인 5R로 분류하자면, 필요하지 않은 포장재는 거절하는(refuse) 대신 소비를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썩히기(rot) 좋은 물품들이다. 천연수세미, 스테인레스 빨대, 샴푸바 같은 생활용품들이 많고, 재생지를 사용한 문구, 면이나 잘 썩는 소재의 생리대 등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가게들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지역의 환경운동 거점이나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다. 천연제작소와 마리앤하우스는 지난해 브리타 정수기의 폐필터 재활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참여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다쓴 필터들을 모아 업체에 보냈다. 최근 기업으로부터 폐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두 가게는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드는 캠페인에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방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개월간 운영된 ‘착해가지구’는 처음부터 ‘실천의 장소’를 목표로 했다.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내 주변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다시 찾고, 시민단체나 교육청 같은 기관에서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울산방송 조민조 피디의 말이다.
울산 남구의 지구맑음도 지역에 제로 웨이스트와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공간이다. 지구맑음을 운영하는 진지한주식회사의 신유희 대표는 “생협 이사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생산자의 자립과 지속이 기후 문제와 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지역에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시민 참여와 교육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와 공정무역 마을운동의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예비사회적기업 (주)비치코밍코리아프로젝트가 이달 말 선보일 팝업숍은 거꾸로 실천에서 시작한 경우다. 최순도 대표는 “2019년부터 솔트컴바인이라는 이름으로 해양쓰레기를 줍고 쓰레기 활용 작품을 전시하는 활동을 하면서 삶 속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팝업숍은 기장군 솔트갤러리에서 매장과 다양한 체험 공간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로 웨이스트 사회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 숍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되려면 과제들이 많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다품종 소량 제품들을 개별 공급받고 재고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 아직은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샴푸나 보디샴푸, 화장품이나 식품류의 소분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관련 허가나 규제가 워낙 복잡해서 환경부조차 정확한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없는 삶은 소비자의 의지나 유통 단계의 변화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7년 통계 분석에 따르면 포장폐기물은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의 비율은 무게로 보면 30~40%, 부피로는 50~60%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는 택배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지난달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면서 플라스틱 용기 생산 비중을 줄이는 등 생산 단계의 제도를 포함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10월 ‘포장재 없는 가게 제도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 생산자가 유통업자와 벌크 제품을 협의하는 등 규제를 연계할 것을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 일정 규모 이상 지자체에 반드시 제로 웨이스트 마켓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동네 슈퍼마켓처럼 곳곳에 생긴다면 좋지 않을까요?” 우지민 씨는 부산에 천연제작소 외에도 더 많은 제로 웨이스트 숍이 생기기를 바란다. 오늘가게의 정윤영 씨는 “이런 공간들을 통해 친환경 소비에 대한 생각이 ‘굳이 불편하게’라는 의문형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믿고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1-01-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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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신] ‘다시 가고 싶은 언택트 관광지’ 투표
한국관광공사는 2월 20일까지 ‘2021년 다시 가고 싶은 언택트 관광지’ 투표를 실시한다. 2020년 ‘추천, 가볼 만한 곳’에 소개된 4계절별 대표 관광지 중에서 참여자가 선택하는 행사다. 한국관광공사 인터넷 홈페지의 ‘다시 찾고 싶은 추천여행지 투표’를 클릭해 좋아하는 여행지를 고르면 된다. 계절별 1위 네 곳을 모두 맞힌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해 당첨자에게 모바일 온누리상품권(1만 원)을 증정한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 함안 색칠대회
함안군은 비대면 함안관광 이벤트 ‘슬기로운 집콕 생활 1탄-함안 색칠대회’를 개최한다. 함안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팝업창에 들어가 ‘대한민국 1등 함안수박’ ‘함안에서 먹고 놀기’ ‘함안 생태·인문 여행’ ‘함안 꽃길·힐링 여행’ ‘함안 역사 여행’ ‘처녀뱃사공 캐릭터’ 등 여섯 개 도안 중에서 하나를 내려 받아 다양한 방법으로 색칠한 뒤 완성된 작품을 다시 올리면 된다. 1~3등에게는 10만~2만 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마감은 31일이며 당선작 발표는 2월 5일이다. 문의/함안군 가야사담당관실 관광진흥 담당(055-580-2584).
남태우 선임기자
2021-01-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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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강아지가 발을 계속 핥아요ㅠㅠ" 알레르기 증상과 관리 꿀팁
평소 우리 강아지가 계속 핥고, 빨고, 깨문다면?
강아지의 피부 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려움증은 즉 알레르기라고 표현합니다.
알레르기는 크게 음식을 통해서 발생하는 식이 알레르기와 코나, 입 등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는 흡입성 알레르기로 나뉩니다. 흡입성 알레르기를 '아토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강아지가 동물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너무 가려우면 사람도 괴롭듯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하게 핥을 경우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강아지의 건강한 피부를 위해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산 레알피부전문동물병원 정병한 원장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알레르기의 원인과 치료, 예방 방법까지 자세한 내용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영상 촬영·편집=강승민·이기남 PD
2021-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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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들 뿔났다…정부에 “생존 방안 신속히 마련하라”
“문화산업 생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문화 관계자들이 정부에 보호책 마련을 호소했다. 클래식·오페라·연극·영화·뮤지컬 등 공연 관련 단체와 개인이 참여한 ‘코로나피해대책마련 범 관람문화계 연대모임’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 문화의 힘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 정부에 생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화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존폐의 백척간두에 섰다. 1년이 넘어가는 코로나19 사태 앞에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 오페라, 클래식공연 등 대중과 친근한 문화산업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극장과 공연장 객석은 텅 비었고, 수많은 산업 종사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마땅한 보호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연대모임은 ‘먹을 것을 줄여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문화’라며 다섯 가지 보호책을 요구했다. △문화산업을 기간산업과 동일 선상에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창작자와 문화산업종사자에 대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 △문화예술 공간 관련 세제 혜택과 임대료 지원 정책도입 △좌석의 70%까지 가동할 수 있게 좌석 간 거리두기 완화 △운영시간 제약 보완 등이다.
다음은 연명 단체 목록이다.
(사)한국연극협회(강원도연극협회, 경기도연극협회, 경상남도연극협회, 경상북도연극협회, 광주연극협회, 대구연극협회, 대전연극협회, 부산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울산연극협회, 인천연극협회, 전라남도연극협회, 전라북도연극협회, 제주연극협회, 충청남도연극협회, 충청북도연극협회),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사)무대예술전문인협회, (사)한국극작가협회, (사)한국소극장협회, (사)한국연극배우협회, (사)한국연출가협회, 한국여성연극협회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김용제, 쇼노트 김영욱 ,극단 연우무대 유인수, 레드앤블루 박보현, (주)창작하는 공간 안혁원, 문화공작소상상마루 엄동열, (주)컬쳐홀릭, 진영섭, 극단 마방 고강민, 네오 이헌재, 도모 컴퍼니 윤민식, ㈜나인스토리 구본관,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김수연, 재인촌우듬지(한옥마을아트홀) 김영란, (주)EMK뮤지컬컴퍼니 김지원, 쇼빌컴퍼니 김현준, 도모컴퍼니 문기현, ㈜컬쳐박스&유니플렉스 박기태, 에이엠컬처 박명우, 우리별 이야기 박서연, (주)엠피앤컴퍼니 박용호, 이다엔터테인먼트 손상원, (주)레드앤블루 손형민, (주)네오 안성윤, JTN미디어 양은영, 유한회사 포스댄스컴퍼니 오해룡, 알앤디웍스 오훈식, 쇼노트 이동혁, (주)네오 이성진, 옐로밤 이영찬, 아신아트컴퍼니 이인복, 파파프로덕션 이현규, 드림컬쳐 주식회사 전민규, 인제군문화재단 전진찬, 드림시어터컴퍼니 정형석,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조매정, 팀플레이예술기획 조성종, 오픈리뷰 최순철, 신시컴퍼니 최은경, (주)페르소나 최철기, 판엔터테인먼트 하용문, 연극열전 허지혜, 문화프로덕션 도모 황운기, 공연마루 황인근, 점프 김경훈
(사)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사)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사)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예술영화관협회
클래식음악 기획사
빈체로 대표 이창주, 마스트미디어 대표 김용관,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윤보미, 스테이지원 대표 박진학, 뮤직앤아트컴퍼니 대표 김보경, 목프로덕션 대표 이샘, 더브릿지컴퍼니 대표 윤동진
민간오페라단
라벨라오페라단 단장 이강호, 메트오페라합창단 대표 이우진, 위너오페라합창단 대표 박순석, 노이오페라합창단 대표 박용규, 오페라팩토리 대표 박경태, 제이앤피아트컴퍼니 대표 정민수, 오르페우스오페라단 대표 전병운
오페라인협회
김향란 이사장, 이강호 최지형 부이사장, 박은용 사무총장, 구유진 홍현주 이준봉 이사, 김종섭 양진모 감사, 김솔민, 이문경, 최지원, 윤주원, 박현준, 임청화, 박정선, 김가희, 조창원, 이근형, 나실인, 이용, 강희갑, 박순영, 민병무, 이효석, 장승희, 하승룡, 이우진, 김희정, 김종호, 성송이, 김정우, 고태암, 이은혜, 정현구, 김소영, 서원, 박정우, 문성식, 서정민, 심동성, 여정윤, 고병준, 이지민, 정민경, 이가은, 문일근, 남지선, 김하늘, 송진미, 김승철, 김홍승, 이현정, 박경종, 이동현, 박수길, 전동수, 서훈, 탁계석, 김지인, 김기웅, 이장은, 유선화, 김가영, 오준영, 이무송, 우왕섭, 이진주, 이준봉, 고성호, 전병문, 손정희
한국민간교향악단 연합회
(사)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안당, (사)모스틀리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박상현, (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김홍기,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이재환, (사)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서훈, (사)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김기웅, (사)심포니song 단장 함신익, W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김남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1-0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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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학·부산정신 일깨운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굽어보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센터장 오재환)는 시민총서 <부산학의 선구자들>을 출간했다.
5명의 부산학 선구자들인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에 대한 각 64~74쪽의 약식 평전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글쓴이는 순서대로 차용범(언론인) 박명흠(전 부산외대 교수) 김은영(부산일보 논설위원) 한태문(부산대 교수) 박창희(언론인) 씨다. 그 전은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 ‘부산학’이 용어로 등장한 이후 부산학 선구자들을 집중 조명한 책은 처음이다. 부산학이 전진하면서 부산학을 궁구한 선구자들을 조명하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부산학의 선구자들’ 출간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 5명 조명
“지역 정체성 계승 발전이 과제”
책 내용에 따르면 박원표(1910~1986)는 금융계 인사로 부산 향토사 연구를 처음 개척한 선구자다. 부산제2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은행집회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향토사를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토는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기록한 것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기록하고 써야 한다는 거였다. 그가 향토사에 매진한 것은 국권을 강탈당한 1910년생의 한 때문이었다. 비애가 깊은 만큼 기억 속에서 사라질 부산 옛 모습과 사람의 흔적을 기록해야 한다는 거였다.
최해군(1926~2015)은 부산 향토사 연구를 집대성한 소설가이자 시민운동가였다. 그의 집대성은 부산사에 대한 관심을 넓게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계몽주의적이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부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초인적 노력이 담긴 다작의 부산 향토사를 쓴 ‘부산 르네상스인’으로 특히 부산 탐구를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김대상(1930~2020)은 1960년대 부산 뿌리 찾기 작업에 참여한 뒤 부산학에 노둣돌을 놓은 언론인이자 재야 사학자였다. 그의 부친은 1919년 ‘양산 신평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해방 직후 혼란기에 돌아가셨다. 부친을 앗아간 근현대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지역사 탐구로 나아갔으며 1960년대 초 부산시사편찬위 상임위원을 맡았고, 부산 언론사를 최초로 정리한 책도 냈다.
김승찬(1936~2019)은 경북 선산 출생으로 경남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인 부산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낸 지역 민속학의 대표적 학자였다. 깐깐하고 엄정한 잣대로 녹산 가덕도 두구동 산성마을 기장군 강서구 장유면의 기층문화와 민속을 조사하는 등 부산 경남지역 민속학에 일가를 이뤘다. 김재승(1943~2011)은 이북 피난민으로 영도에서 자란 뒤,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역사를 탐문한 탁월한 연구자였다. 부산 해양사와 독립운동사를 비롯해 그가 손댄 것들에는 ‘처음’ ‘최초’ 발굴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나라 안팎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고, 꼼꼼함과 치밀함으로 역사를 고증해 지역사에 선명하고도 큰 족적을 남긴 채 안타깝게 68세 때 병을 얻어 별세했다.
이들의 특징은 그 글들이 생생하고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발로 썼다는 것이다. 김승찬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다 재야에 있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진정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점을 새길 부분이다. 그들이 탐구한 것들은 모두 다 처음 써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지역사의 각 영역은 미답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사정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또 그들이 탐구한 것은 부산사인데 거기서는 부산의 정체성, 부산 정신의 일단이 저절로 우러나왔다는 것이다. 지역사 탐구가 결국 무엇으로 귀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을 기획한 김형균 전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난 것 같으나 우리들의 무관심과 무지는 여전하다”며 “이분들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집약 계승 진화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한편, 부산학연구센터는 교양총서 <옛길 따라 만난 부산>, 연구총서 <마을의 미래 Ⅳ: 물을 끼고 사는 호반마을 회동이야기>도 이번에 함께 출간했다. 3권의 책들은 비매품이다. 공공도서관에서 볼 수 있으며, 부산연구원 홈페이지에도 PDF로 올릴 거라고 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2021-01-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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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성감독 영화 열전… ‘부산무비.zip’발간, 온라인 상영
부산 여성감독이 만든 부산영화를 모은 자료집이 나왔다. 이름하여 ‘부산무비.zip(BUSAN MOVIE.zip)’이다.
19일 부산영상위원회(부산영상위)에 따르면 부산영상위는 지난해 연말 ‘부산무비.zip’을 발간하고 선정 작품을 다음 달 초까지 온라인으로 상영한다.
매년 연말이면 부산영상위가 지원한 부산 제작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회를 열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상영회를 마련했다. 작품당 100명까지 신청을 받아 온라인 상영 플랫폼의 쿠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대면 상영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감독 이력과 인터뷰, 영화평론가의 해설을 담은 작품집을 만들었다. 부산영상위가 발행하고 부산 유일의 독립·예술영화 배급사 씨네소파가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실린 작품은 총 5편이다. 최근 한국영화계는 여성 감독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부산 여성 감독으로 한정해 이들이 연출한 작품을 선정했다. ‘부산 여성감독 열전’인 셈이다.
드라마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선정된 작품의 장르와 내용은 다양하지만 여성 캐릭터가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 허은희 감독의 ‘심장이 뛰네’(2011), 김수정 감독의 ‘파란입이 달린 얼굴’(2015), 김유리 감독의 ‘영하의 바람’(2018),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2018), 김민경 감독의 ‘리메인’(2020)까지 5편이다.
감독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허은희 감독은 현재 동의대 영화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김수정 감독은 희곡 작가로 출발해 영화감독이 된 경우다. 문창현 감독은 부산 다큐멘터리 창작 공동체 ‘오지필름’ 대표다. 김유리 감독과 김민경 감독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두 감독 모두 이번에 상영하는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다.
‘부산무비.zip’은 가이드 북, 작품별 소책자를 포함해 총 6편의 자료집으로 구성돼 있다. 굿즈로는 작품별 스틸컷 스티커와 엽서가 포함됐다.
가이드 북에서 기획 의도로 “영화배급은 지원사업 손길 밖에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부산 영상 콘텐츠의 상용화에 대한 결과물이다”고 설명했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아쉽게도 대면 상영회를 열 수가 없어서 작품집을 내고 비대면으로 상영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올해 연말에도 부산영화를 담은 책자를 발간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영상위는 2020년까지 지난 20년 동안 장편 극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웹드라마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109편의 영화 제작을 지원해왔다. ‘부산무비.zip’은 부산영상위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2021-01-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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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풍년… “K팝 미래 이끌 재주꾼 찾아요”
방송사들이 K팝의 미래를 이끌 ‘숨은 원석’ 찾기에 나선다. 지난해 트로트 오디션 예능이 방송가를 휩쓸었다면 올해엔 폭넓은 음악 장르에서 ‘재주꾼’을 찾는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경연 형태와 평가 방식이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우선 SBS는 가수 박진영, 싸이와 함께 상반기 신규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과 피네이션 대표인 싸이가 각 회사를 대표할 차세대 보이그룹을 뽑을 계획이다. 작사와 작곡, 악기, 편곡, 미술, 무용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이면 된다. 최종 멤버로 선발되면 올 하반기 데뷔한다.
상반기 전파를 탈 JTBC의 ‘슈퍼밴드2’는 밴드 결성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실용음악, K팝, 클래식, 국악, 록 등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는 음악가를 찾는다. 2019년 방영돼 인기를 끈 ‘슈퍼밴드’의 두 번째 시즌이다. 참가자의 나이와 국적, 학벌은 상관없지만, 남성만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어 시청자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엠넷은 글로벌 걸그룹을 찾는 ‘걸스 플래닛 999’를 선보인다. 한국, 중국, 일본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참가 대상이다. 세 나라에 국적을 두지 않았더라도 기획사나 거주지 등 연고가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가상의 세계 ‘걸스 플래닛’에서 이들의 경연이 펼쳐진다. 상반기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늦어도 연내엔 방송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TV조선은 ‘내일은 국민가수’를 선발한다. 이 프로그램은 1993년생 이후 출생한 ‘젊은 피’를 찾는다. K팝과 성악, 국악, 뮤지컬, 힙합, 재즈 등 장르 제한도 없다. 지원접수는 2월 첫 주까지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방송사의 고민이 깊다. 방송사들은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면서 오디션 치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해외 참가자의 원활한 참여 방법도 고민 중이다. 방송사들은 일단 1차 오디션에서 함께 받는 지원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일본, 중국 등에서 지원자를 받는 ‘걸스플래닛 999’의 경우에는 서류 접수 기간인 오는 2월 21일까지 오디션 형식을 고민하기로 했다.
투명한 선발 방식도 관건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좇는 편집과 불공정한 평가 방식으로 논란이 됐다”며 “향후 새롭게 선보일 프로그램들은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1-01-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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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족’ 덕 봤다…‘글로벌 OTT’ 넷플릭스 가입자 2억 명 돌파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가 지난해 2억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족’이 늘어나며 OTT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성장세다.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유료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3700만 명 늘어난 2억 36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유료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2017년 3분기 이후 3년여 만에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연간 가입자 증가 수인 3700만 명은 역대 최고치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에만 신규 유료가입자가 850만 명 늘었다. 당초 시장 전망치인 647만 명을 웃도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확연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이 지역의 유료 가입자 수는 1년 전보다 57.1% 증가한 2549만 명으로 집계됐다. 북미와 유럽·중동·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보다 누적 가입자 규모는 적지만 성장 폭은 가장 두드러졌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지역의 선전에 한국 콘텐츠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이 기업은 2015년 이후 한국 콘텐츠에 약 7700억 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한국에 새로운 법인을 세웠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선보인 크리처물 ‘스위트홈’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작품은 공개 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1-01-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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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재, 층간소음 직접 사과 "부주의· 실수했다… 잘 마무리"
개그맨 겸 방송인 이휘재가 최근 논란이 됐던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휘재는 19일 자신이 진행하는 TV조선 '아내의 맛' 방송에 앞서 층간 소음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정말 부주의했고, 실수한 게 맞으니 (아랫집에) 잘 사과드리고, 항상 연락하기로 했다"며 "잘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명수는 "잠깐 신경 못 쓸 수 있었지만, 정확히 알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분이 집에 많이 계시고, 특히 아이들은 방학하면 더 뛰어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서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이야기 많이 하다 보며 서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변 출연자들의 쉴드(보호, 방어, 두둔)가 더 꼴 보기 싫더라", "이게 실수인가? 이기적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근데, 방송에서 사과는 좀 뜬금없다", "장난감값 3만2000원은 갚았나?", "방송에 나오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사과했겠지"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휘재의 아내 플로리스트 문정원 씨는 최근 아랫집 이웃이 남긴 층간소음 항의 댓글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는 저희 부주의가 맞다"며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현실적인 해결책과 관련해 아래층 주민과 대화를 나누었다. 더는 같은 문제로 불편 끼치지 않도록 더욱더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장난감 먹튀'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SNS와 유튜브 활동을 접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2021-01-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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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턱스크·5인 이상 모임 논란…TBS "방역수칙 위반 사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와 제작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관련해 TBS 측이 사과했다.
19일 오후 TBS 측은 입장문을 내고 "생방송 종료 직후 '뉴스공장' 제작진이 방송 모니터링과 익일 방송 제작을 위해 업무상 모임을 했다"며 "사적 모임은 아니었지만, 방역 수칙을 어긴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TBS 임직원과 진행자 일동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에 더 철저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이른바 '턱스크' 상태로 일행 4명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되며 '5인 이상 모임 금지' 수칙을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일부 누리꾼은 김 씨와 그 일행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김 씨를 '안전신문고'에 신고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어제(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주간 연장 운영된다.
이에 따라 5명 이상이 사적모임을 갖는 것이 금지되며, 포장·배달만 가능했던 전국 카페 19만곳에서는 식당과 마찬가지로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해졌다. 다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때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명 이상이 커피·음료·간단한 디저트류만 주문한 경우에는 매장에 1시간 이내만 머물도록 권고된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일부 연합뉴스
2021-01-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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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명백히, 단연코
2021-01-1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