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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 복합리조트 설립, 총선 후 적극 추진하라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이 27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 북항 복합리조트 조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천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총선이 끝나자마자 복합리조트 추진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할 계획임도 밝혔다. 양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해 지역 경제계가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책임 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백번 옳은 말이다. 복합리조트 조성과 관련해 오랜 기간 논의만 무성할 뿐 실제 추진 과정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부산상의 등의 과감한 추진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임 회장이 전에 없이 강한 의지를 피력했으니 향후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복합리조트는 비즈니스, 마이스, 관광, 레저 등 다양한 기능을 한 곳에 집적한 대규모 시설이다. 규모에 따라 수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와 함께 수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 또 그에 따른 세수 확대까지 노릴 수 있다. 출생률 급감에다 청년인구 유출까지 겹쳐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부산이 놓쳐서는 안 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 육·해·공으로 통하는 교통 체계, 영화·게임 같은 문화적 경쟁력 등 복합리조트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복합리조트의 필요성에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이미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건 그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가 못해도 수십 조 원의 비용이 드는 복합리조트 조성 의사를 처음 밝힌 게 2013년 무렵이다. 그동안 외국 투자 업체 유치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지금껏 현실화하지 못한 데에는 곡절이 있다. 한때 미국의 카지노 기업인 샌즈 그룹이 참여키로 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당시엔 부산시와 부산상의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지만 불확실한 수익성과 카지노 시설 도입에 따른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무산됐다. 근년에는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기존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논리에 밀려 북항의 복합리조트 사업은 지금껏 표류하고 있다.
반면 국내외 경쟁도시들의 복합리조트 사업은 일사천리다. 이미 복합리조트가 영업 중인 인천은 물론, 가까운 일본 오사카에도 오픈카지노를 갖춘 초대형 복합리조트가 2029년 완공된다. 부산의 관광·마이스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복합리조트 조성이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여기엔 관련 법 개정 등 정치권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부산일보〉가 최근 조사한 ‘부산에서 가장 필요한 여야 총선 공통 공약’에 복합리조트 조성이 포함된 사실은 부산 시민의 절박감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총선 후 복합리조트를 적극 추진하려는 지역 상공계의 의지에 정치권도 있는 힘을 다 보태야 할 것이다.
2024-03-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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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정 갈등 2개월, 응급치료 받을 권리 보장해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양측 모두 처음 주장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는 게 문제다. 도무지 출구가 안 보인다. 그 사이에 낀 국민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달 초 부산에서 90대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거절당해 결국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의 사망이 의정 갈등으로 야기된 의료 공백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응급의료 체계의 취약성과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환자는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 옮겨졌다가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기서 처치가 어려워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문의했지만 “심근경색 환자의 처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수를 확충하려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병원으로 문의를 했지만 심근경색 환자의 처치가 어렵다고 전원을 거절당하고 숨지는 이 같은 사건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의료 공백이든 아니든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의료기관이 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며, 결국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과 함께 응급 의료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정 대화가 시급하다. 양측 갈등이 길어져 의사가 환자를 떠나면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의정 갈등으로, 예정된 암 수술 등이 취소되는 사태가 병원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격화되면서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극한으로 치닫던 의정 대결 국면은 정부의 유화 제스처로 잠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엿보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이 아니라 오히려 정원 감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래서는 꽉 막힌 의정 협상을 뚫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우선 전공의부터 병원으로 돌아오고,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양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2000명 고수’나 ‘2000명부터 포기’ 식의 전제는 곤란하다. 지금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피를 마르는 심정으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아픈 국민이다. 응급 치료를 받을 국민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 시스템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
2024-03-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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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식 선거운동 시작, 부산 숙원 해결이 민심 얻는 길
28일 0시부터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각각 전면에 내걸고 13일간의 선거 레이스를 펼친다. 부산에서도 18개 지역구에서 43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경남은 16개 지역구에 37명, 울산은 6개 지역구에서 18명의 후보가 본선을 치른다. 공천 과정에서 인물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막말만 부각돼 역대급 비호감 총선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지역을 살릴 방안을 놓고 열띤 정책 대결을 펼치기를 바란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일으켜 세우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산일보〉가 총선 자문단과 유권자들이 제안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꼽혔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로드맵 수립과 실행을 촉구한 것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이 두 번째로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지역을 살릴 가시적 조치가 절박하다는 의미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에 대한 신속한 처리도 주문했다. 다음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 부울경 메가시티 체계화, 부산형 복합리조트 건립, 가덕신공항 지역 건설업체 분리 발주, 북항 스타트업 공간 조성, 대형 종합병원 설립,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복원 순이었다. 하나같이 부산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영혼 없이 쏟아 내는 지역 개발 공약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전략을 담은 진정성 있는 지역 정책과 실행을 주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발목을 잡아 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총선을 앞두고 부산시당을 중심으로 22대 국회 내 처리를 약속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경우 부산과 울산, 경남의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앞장서 무산시켰다. 국민의힘 지역 국회의원들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견인하기는커녕 서울 메가시티에 힘을 보태는 모습까지 보였다. 유권자들은 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존재감 없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유권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의 경우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지역 사회의 요구에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처럼 지자체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손을 맞잡고 지역 현안을 돌파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부산일보〉는 10대 공약을 포함해 ‘유권자 제안 공통 공약’을 각 당과 각 지역구 후보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각 후보가 어떤 공약을 채택했는지 확인해 보도하고 총선 이후에는 이행 상황도 추적해 보도할 계획이다. 후보들의 지역 발전을 위한 치열한 공약 대결과 실행을 촉구한다.
2024-03-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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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상국립대 국내 첫 지역의사전형 도입에 거는 기대
수도권으로의 ‘의사 쏠림’과 지역의료의 공동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의료 붕괴 현상이 소도시나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2000명 늘린 의대 정원 대부분을 지역에 배정한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의대생 증원이 지역의료 생태계 회복의 근본 치유책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지역 의대는 정원의 상당 부분을 지역인재전형에 할애하고 있으나 수도권 유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애초 수도권 출신이 많고, 전공의 수련 기회와 정주 여건 등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의대생 수만 늘린다고 지역·필수·공공의료가 실현될 리 없다. 정부와 지자체 역할까지 포함된 세밀한 로드맵이 필수적이다.
경상남도 진주시 소재 경상국립대 의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의사전형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료의 맹점으로 꼽혀 온 수도권 유출과 의료 인력 부족을 개선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학은 당초 76명 정원에 124명이 늘어나 모두 200명을 모집할 예정인데, 5% 수준인 10명 내외를 지역의사전형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이 전형으로 선발되면 지자체 등에서 교육비와 장학금을 지원해서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이 모델이 다른 지역거점 국립대로 확산되면 의료개혁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를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한 바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현실성이 떨어졌다. 경남 유일의 경상국립대 의대에서 지역의사가 배출되고 경남에 정착하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남도민으로선 환영할 일이다. 다만 경남에 남은 지역의사 모두가 기피 과목으로 지목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 이는 공공의료 확보와도 연계된 문제다. 지역의사전형이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필수의료전형 도입 논의로 이어갈 수 있다. 지역의사제를 계기로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기틀을 잡으면 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계 제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정부는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과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를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방향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된 탓에 이 논의가 시작된 본질적 이유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생태계 정상화는 가려진 측면이 있다. 정부 방침은 현실화되어야 하고, 경상국립대 의대가 꺼낸 지역의사제 도입의 문제의식은 확산돼야 한다. 지역·필수·공공의료 체계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의료 인력의 규모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의사제가 지역·필수·공공의료 정상화 로드맵의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
2024-03-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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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철 도시철도 공약, 희망고문 끝낼 대책 내놔야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도시철도 건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도시철도 건설은 교통정체 해소 등 생활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지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노린 전략에 따른 것일 테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런 도시철도 공약들이 총선을 앞두고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의 공약 남발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시철도 사업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한 대부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선거 때처럼 도시철도 공약들이 결국은 또다시 지역민을 ‘희망고문’ 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은 부산에서만 줄잡아 10여 개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정동만 국민의힘 후보와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장선과 정관선 추진을 놓고 경쟁 중이다. 부산진갑 서은숙 민주당 후보가 6호선 신설을 공약하자 인접한 연제에선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3호선 확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에 비해 부산진갑 정성국 국민의힘 후보는 기존 초읍선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영도에선 박영미 민주당 후보가 영도선을, 서동에선 곽규택 국민의힘 후보가 송도선 착공을 제시했다. 진해, 양산 등 부산 인접지에서 노포나 하단녹산선 등 부산의 기존 노선과 연결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해도 각자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시철도 사업은 대부분 지역의 오랜 현안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사업성이 부족해 수년째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현역 국회의원 12명이 지난 총선 때 도시철도 관련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후 사업화로 연결된 사례는 거의 없었고, 부산시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10여 개 도시철도 사업 중에서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하단녹산선이 유일하다. 이런 형편이라 이번 총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이 어느 정도나 실현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추진 방안 없이 선거에서 표만 의식한 선심성 공약은 경계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지역을 환골탈태시키겠다는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을 애써 믿으며 지켜봤지만, 그런 믿음이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 이상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도시철도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희망고문을 끝낼 수 있는 확실한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고민이 결여된 허망한 공약은 결국은 유권자에 대한 사기에 다름 아니다. 유권자 역시 후보들 공약이 헛구호는 아닌지 됨됨이를 철저히 따져 자신이 누려 마땅한 권리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2024-03-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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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집중화로 위축된 부울경 경제 살릴 방안 없나
한국은행은 25일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경제력 집중이 2015년 이후 더 심화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2015년은 전국 생산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해다. 수도권 쏠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로 확인되는 불균형 실태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한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2015~2022년 경제성장률은 비교 대상인 2001~2014년에 비해 수도권의 경우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했지만, 비수도권은 3%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 기여율도 비교 기간 51.6%P에서 70.1%P로 확대됐다. 비수도권은 48%P에서 29.9%P로 쪼그라들었다.
구체적 지역을 보면 수도권의 서울은 3.1%에서 2.5%, 경기도는 6.1%에서 4.5%로 성장률이 소폭 하락한 반면 동남권의 경남은 4.3%에서 0.6%, 울산은 2.8%에서 0.6%로 0%대로 추락했다. 동남권 경제의 쇠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수도권은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위주의 제조업이 연평균 10%대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비수도권의 자동차·조선·화학 산업 등은 중국과 경쟁이 심화하고 생산성과 취업자 증가율이 하락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도 수도권에 반도체 중심의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 같은 추세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민간 소비와 핵심생산인구의 쏠림으로 확대된다. 지역별 1인당 개인소득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로 격차가 줄었지만 소비 수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서비스업도 축소되고 지역의 소비 부진을 심화시켰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민간 소비 부문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인 밀레니얼(M) 세대(1980~1994년생·25~40세)의 수도권 거주 비율이 55%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과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통계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의 부산과 서울, 양대 축 발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한은의 올해 1분기 경제동향에서도 전국에서 동남권만 경제가 악화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더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우선은 현안으로 부각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부터 이뤄야 한다. 그리고 부산을 서울에 대응하는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정책적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한은도 저출생 등 구조적 문제가 수도권 집중 때문이라며 비수도권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수도권 집중이 균형발전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4-03-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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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네거티브로 치닫는 총선, 유권자 두렵지 않나
4·10 총선과 관련해 벌써부터 여야 간 고발이 난무하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 보여 걱정이다. 특히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수장에 대한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야권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례정당 후보 지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하는 식이다. 후보들 사이 고발전도 치열하다.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비롯해 성적 비하 홍보물 게시 의혹까지 이유도 갖가지다. 이처럼 선거가 후보 또는 정당 간 네거티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건실한 공약·정책 경쟁은 실종 상태다.
선거에 임하는 당 대표들의 입도 점점 거칠어진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최근 ‘깽판’이니 ‘난장판’이니 하는 단어를 동원하며 상대방의 선거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한쪽이 “패륜 공천”이라 비난하면 다른 쪽에선 “천박한 언행”이라고 반박하는 등 저열한 말싸움으로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한 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이 공방은 날이 서 있다. 한 위원장이 조 대표에게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하자, 조 대표는 “수사받을 준비나 하라”고 응대하는 등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모두가 유권자를 안중에 두지 않는 오만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거친 네거티브 공격은 여야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지역구에서 그 정도가 더 치열하기 마련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예상외로 접전이 예상되는 부울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야 후보 사이 고소·고발을 비롯한 비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지역구에선 야당 후보가 불법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여당 후보에게 선관위에 고발당했으며, 경남 양산에선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의 응급실 활용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했다. 공약이나 정책 제시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림으로써 반사이익을 얻는 데 급급한 이런 행태를 유권자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총선은 지역을 위해 일하는 대표자를 뽑는 절차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치면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보게 된다. 그뿐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호 비방 탓에 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에 대한 혐오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자신의 강점과 추구하는 정책을 유권자에게 상세히 알려 투표 선택의 기준으로 삼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외면하고 네거티브 전략에 치중하는 태도는 유권자를 극도로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후보들과 각 당은 정정당당하게 총선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24-03-2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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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교수들 사직 현실화… 의·정 대화 물꼬가 급선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24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부산대, 인제대 등이 참가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000명 의대 증원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를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치료만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의대 교수들이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다.
26일부터 전공의 90% 이상인 1만여 명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던 정부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탈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면허정지를 당과 협의해 유연하게 처리하라”면서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대결 국면에서 정부의 유화 제스처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미 ‘2000명 증원’을 불가역적인 사항으로 발표한 정부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의료계 사이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가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우리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라고 밝힌 기고문이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교수의 글처럼 의료계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대병원 안과 40대 교수가 24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그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술 보조와 당직 업무를 하던 전공의 10명 전원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남은 교수들이 응급환자 수술과 외래진료, 당직까지 서면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할 정도라고 한다.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도 의·정 대화가 시급하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의료계가 정부와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식으로 버티는 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이 순간에도 대형 수술을 앞둔 중환자들은 불안과 고통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의사가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삼아 투쟁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의료 대란 방지와 갈등 해결이 정부의 책무임을 명심하고, 의사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전제 조건을 잊지 말고 끝까지 타협점을 모색하길 바란다.
2024-03-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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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유권자 지역 발전·생활환경 개선 공약 원한다
〈부산일보〉가 22대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부산 시민들로부터 ‘공통 공약’을 제안받아 보니, 시민 생활환경 개선과 함께 지역 발전 현안에 관한 내용들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환경 개선은 주로 유권자 개인이 원하는 공약이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은 대체로 부산 지역 단체 차원에서의 제안이었다는 게 특징이다. 잇단 막말과 공천 파동으로 혼탁한 중앙 정치권과 달리, 지역에서는 진영논리나 이념 대결과 거리가 먼, 정책 선거에 대한 시민 열망이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 지역 후보들이 공약 점검의 진지한 시간을 갖고 정책 선거의 장을 펼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공통 공약’은 〈부산일보〉가 유권자와 단체로부터 공약을 접수받아 각 지역구 여야 후보에 제안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접수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는데 지역 정치권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공약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주목되는 바는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생활의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산책길 조성’이나 ‘응급실 확충’ ‘중학교 개설’ 같은 요구들은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지역민의 대변자로서 골목골목 곳곳을 밝히고자 하는 후보라면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이런 공약을 적극 살펴야 할 것이다.
이번 공통 공약에는 부산의 미래를 위해 시급한 발전 현안들도 대거 포함됐다. 가덕신공항 건설 분리 발주, 에어부산 분리매각,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 지방소멸을 막는 지방자치 확대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현안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지역 유권자들도 이견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지역 경제·관광 활성화 관련 공약과 일자리 창출·확대 관련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부산의 숙제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발전 전략들, 열악한 지역의 문화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청들도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공통 공약 프로젝트는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유지한 만큼 그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부산 시민의 순수한 염원과 밑바닥 목소리를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여야 후보들이 이를 적극 경청하고 꼼꼼히 점검해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물론 필요하다면 후보들이 수정과 보완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고충을 이해하고 염원을 이루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도 유권자들도 부산 발전의 과제를 찾고 실현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4-03-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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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의료 제대로 살리려면 지역의사제 도입해야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조금이라도 양보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다. 〈부산일보〉 취재팀이 일본의 의료 현장을 취재한 결과 필수의료 쪽으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지역 의대 졸업생이 의사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정원제(의사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의사 증원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본은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2021년 일본 지역의사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의 지역 정착률은 무려 95.3%에 달했다. 한국이 대학 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동안, 일본은 지역의사제 비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2023년 일본 의대 정원의 19% 수준이다. 고되고 위험한 필수의료를 기피하기는 일본의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체계가 돌아가는 것은 지역의사제의 효과 덕분이다. 필수의료 강화와 응급의료 체계 구축은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적 근무가 아닌 의료 인력의 자발적 유입이라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처럼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3.3%가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가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다. 의·정 갈등을 해결할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애꿎은 환자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여유가 없다. 의대 증원과 더불어 지역의사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의대 증원에 따라 지방 의대 출신 의사가 아무리 늘어난들 수도권으로 가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제를 바탕으로 지역의료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도 우리 실정에 맞게 지역의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게 옳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의대 설립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더 이상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이 볼모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4-03-25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