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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원도심 소멸 막으려면 '세컨드 홈' 특례 적용해야
정부가 인구 감소 지역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세컨드 홈 특례’에 인구 감소가 극심한 부산 원도심을 제외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도권 등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 감소 지역의 공시가 4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도 1세대 1주택자로 인정해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혜택을 받는 내용의 ‘인구 감소 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생활인구와 방문인구, 정주인구를 늘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취지다.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83곳이 포함됐다. 하지만 89곳에 해당되는 부산 동·서·영도구는 세컨드 홈 특례 지역에서 제외돼 잔뜩 기대했던 해당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는 부산 원도심을 특례 지역에서 제외한 이유로 “수도권과 광역시 지역은 부동산 투기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 중에서도 인천 강화군·옹진군, 경기 연천군과 광역시인 대구 군위군은 특례 대상에 포함했다. 부산의 원도심 지자체장들로 구성된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는 성명을 통해 “재검토를 촉구한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제외 대상 지역의 근거로 제시한 부동산 투기 우려는 부산 원도심의 실정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부산 원도심 지자체장들이 한결같이 특례 지역 포함을 요구하는 이유다.
부산 원도심은 전국 최악 수준의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8.5% 이상으로 초고령화에 진입한 지 오래다. 부동산 실거래 건수도 부산 지역 평균의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산복도로 망양로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는 물론이고, 계단이 많은 고지대 특성으로 정비 사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빈집들은 치안 문제마저 야기하고 있다. 영도구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에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줄면서 전국에서도 감소율이 세 번째로 크다. 지방소멸이 가장 심각한 곳이 부산 원도심이라는 방증이다.
정부는 부산 원도심을 세컨드 홈 특례 지역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교통·의료·상하수도·공공서비스 등 인프라가 갖춰진 부산 원도심에 외지인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용도 주택 구입 등 거래가 활발할 경우 생활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생활인구의 유입은 정주인구 증가로도 이어질 수가 있다. 이는 정부의 지방소멸 방지라는 당초 정책 취지와도 부합한다. 정부는 지방소멸 방지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을 모처럼 내놓은 만큼, 실질적인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산 원도심의 세컨드 홈 특례 적용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길 촉구한다.
2024-04-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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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노인층 활용한 시니어 특화산업 선도 길 보인다
부산은 2021년 전국 첫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한 이래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다. 지역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면 행정동(洞) 기준 4곳 중 1곳이 65세 이상 30%를 넘겨 이미 초초고령화다. 젊은 인구가 유출되는 원도심이 특히 심각하다. 1인 가구 중 60대 이상 비율도 41.3%로 8대 특별·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높다. 이혼·사별·자녀 출가 등으로 가족 관계가 해체되고 혼자 남게 된 중장년층은 말벗도 잃고 외로움에 시달린다. 이들이 공동체와 다시 연결되고 의료와 문화·체육 활동을 즐기려면 액티브 에이징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나 홀로’ 어르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부산의 미래가 걸려 있다.
부산이 초초고령화로 진행하자 어느샌가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가 번졌다. 도시의 활력 저하와 암울한 미래를 당연시하는 나쁜 관념이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실버 세대를 겨냥한 신수종 사업이 그것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ICT 기술로 구현한 부산의 시니어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취미 등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웨이어스’는 오픈 6개월 만에 회원 5000명을 넘겼다. 골프·재테크·여행·건강 정보 소통 공간을 제공한 게 먹혔다. “수도권에 비해 중장년이 즐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부산은 기회의 땅”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스타트업 ‘헬퍼잇’은 실버 세대에 일자리를 연결한다. 취업 형식을 지양하고 초단기 일자리 매칭에 주력하는 게 특징이다. 숙박 시설·상가·병원 등에 청소 전문 인력을 소개하는데, 시니어라면 안심하거나 반기는 분위기 덕분에 사업은 확대일로다. 업체 측은 공감과 이해 측면에서 병원 동행, 목욕 관리 같은 ‘노노돌봄’으로의 확장을 내다본다.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기저질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부산의 스타트업이다. 전용 운동 치료 센터에 ICT 기술이 적용된 장비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운동 처방을 제시한다. 전체 회원의 50%가 실버 세대일 정도로 중장년에 인기다. 실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노인 세대로 유입되고 있고, 노인 인구의 기대 여명은 늘어나는 만큼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게 분명하다. 고령자 우위의 인구 구조는 부산의 당면한 미래로 적극 대비해야 한다. 최근 부산시와 부산가톨릭대가 발표한 ‘하하(HAHA) 캠퍼스’ 계획은 주목되는 사례다. 대학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대규모 시니어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는 전국 첫 시도다. 부산시는 ‘고령 친화 행복도시’를 내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르신들이 공동체로부터 단절되지 않고 여가 활동을 즐기며 활기차게 노년을 보내는 도시가 핵심이어야 한다.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의 활력도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부산 미래는 밝아진다.
2024-04-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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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소멸 완화할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 필요하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의 도입을 역설하고 나섰다.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59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16개 시도지사·부도지사들은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 도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정부에 이와 관련한 범부처 차원의 전담 조직 신설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출생·고령화와 극심한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의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지자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외국인 유치 외에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절박함에서 나온 제안인 만큼 앞으로 전향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 유치 관련 몇몇 정책을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 걸친 일률적인 적용으로 각 지역의 다양한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열린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는 이러한 단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결론은 지역마다 사정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외국인 정책 역시 지역 특수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수립·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산업 구조와 경제 여건 등이 제각각인 만큼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시행 중인 정책이 지역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 정책 효과도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거주자든 유학생이든 외국인 유치를 통해 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는 시도는 최근 거의 모든 지자체의 정책 선택지에서 빠지지 않는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시는 지난달 제4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028년까지 유학생 3만 명 유치,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 40%까지 확대 등 유학생의 취업·정주를 위한 단계별 지원 전략을 내놨다. 경남도도 외국인이 도내 11개 시·군에 거주할 경우 취·창업은 도내 어디든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수도권과 대칭축을 이룬다는 부산·경남이 이럴진대 다른 지자체들의 사정은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인 유치는 인구 정책에 관한 한 핵심 요건이 됐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이번 임시총회에서 제시한 외국인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위한 관련 전담 조직의 신설과 함께 정책 수립에 광역 지자체의 참여가 꼭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유치의 핵심인 비자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지적에는 정부가 하루빨리 지자체와 협의해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에 처한 지자체 대부분이 ‘지역특화형 비자’를 통해 인구 문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이민청 설립까지 이미 가시권에 들어선 마당이다. 이제는 당면 현안이 된 외국인 맞춤형 정책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은 더 이상 미루어 둘 일이 아니다.
2024-04-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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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이 대표 첫 만남… 진정한 협치 출발점 되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일정, 형식, 의제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전화로 만남을 직접 제의했고, 이 대표가 즉각 수용했으며, 지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영수회담에서는 민생 대책을 포함해 후임 총리 인선까지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 등으로 국민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지라 국정 쌍두마차인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전격적인 만남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윤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는 사실 만시지탄의 느낌이 크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당선 때에는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여당 지도부와는 10여 차례 공식 회동을 가지면서도 야당 대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후 8차례나 이어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윤 대통령은 매번 묵살했다. 야당을, 특히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국정 수반이자 사회 갈등의 최고 중재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의 그런 모습에 비판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늦게나마 입장을 바꾸었으니, 향후 국정기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두 영수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단순히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손 잡고 사진 찍는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쳐서는 또다시 국민적 공분만 살 뿐이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는 등 회담 시늉만 내는 자리가 돼서도 안 된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를 윤 대통령에게 분명하면서도 가감 없이 각인시키고, 윤 대통령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런 요구에 성실히 답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기대 속에 지켜보는 영수회담을 정국주도의 수단이나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어쭙잖은 생각은 애당초 금물이다.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정책 방향은 옳다”며 그런 민심에 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도 국민 앞에 직접 한 게 아니라 국무회의 비공식 발언으로 갈음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담에 진정을 다 해야 비로소 민심 회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다. 이 대표도 사리가 아닌 국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치밀한 준비와 논리로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모처럼의 영수회담이 협치의 새로운 본보기가 되길 당부한다.
2024-04-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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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환율·고유가에 물가 인상 도미노, 민생이 위태롭다
최근 대외적 상황의 악화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환율까지 크게 출렁이면서 그러잖아도 고물가에 시달리는 민생 경제에 짙은 경고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140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언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경제를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은 원재료 수입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돼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외식 업체, 생필품 분야 등에서 추가 물가 인상 채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총선 이후로 미룬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례 없는 복합 위기 앞에서 민생·경제 챙기기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의 상승은 경제 호전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한 바 있다. 18일 1400원 아래로 다시 내려갔지만 이란·이스라엘 갈등 양상에 따라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주요국의 통화 가치 하락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원화의 낙폭이 크다는 점은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하락하고 있다는 나쁜 징조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역시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라도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위험 요소에 대한 방어막을 찾아 시나리오별 대비 방안을 치밀히 세워야 할 때다.
가장 큰 걱정은 이 같은 대외적 상황이 국내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르자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필수 식재료의 경우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오른 형편인데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 식료품·외식 분야의 물가는 더욱 치솟을 게 뻔하다. 이미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생필품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줄줄이 가격 인상 대기 중이다. 덩달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 상승 압력도 거세다. 고유가·고환율이 겹쳐 고물가 상황이 더 악화될 일만 남은 터라 서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전문가들이 “진짜 위기”라고 경고하는 작금의 현실을 우리 정부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급선무는 물가 대책을 제대로 세워서 국민들 민생고부터 해소하는 것이다. 정부는 3월 중에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안정화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흐름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정책 실수를 지난해처럼 반복해선 안 된다. 그에 따라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의 정확한 진단과 예측의 토대 위에서 구체적인 물가 관리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총선 결과는 내려놓고 이 분야에서만큼은 합심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민생부터 챙기겠다는 말, 행동으로 실천함이 마땅하다.
2024-04-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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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 공백에 환자 피해 눈덩이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의과대학 증원 반발에 따른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두 달이 돼 가는데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18일 현재까지 정부·의료계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될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부산에 사는 50대가 급성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은 뒤 병원 10곳 이상에서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사망했다. 경남에서는 지난달 31일 60대 심장질환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다가 숨진 일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의료 공백 사태가 사망 사례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더 확인해야겠지만, 의·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의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측은 새로운 해법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안 없이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은 이달 25일부터 실제 현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이날이 지나면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가 효력을 발생한다. 수업을 거부 중인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도 코앞이다. 의대생들은 이달 말까지 학교로 돌아오지 않으면 수업 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될 위기에 처한다. 대학별 입학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도 다가온다. 전국 대학은 5월 말까지 학과별 정원 등 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늦어도 5월 중순엔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집 요강은 한번 정하면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 의료 교육까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의료 공백 사태는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무엇도 마다해선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의료 공백이 지속되면 자칫 의료체계마저 붕괴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려는 필요성도 알고 의료계 입장 역시 이미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무엇보다 정부는 유연한 태도로 의료계와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든 정치권이 나서든 이제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의·정 갈등 해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게 국민적 요구다. 총선 후 가장 시급하고 협치가 필요한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의료 공백이다. 여야는 의료 공백 해결을 첫 협치 대상으로 삼아라.
2024-04-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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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글로컬대 지정 확대 지역 대학 도약 마중물 되길
정부가 고강도 구조 개혁을 약속한 지방대를 선정해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2기에 부산 동아대·동서대, 동명대·신라대 연합이 예비 지정됐다. 지난해 부산대·부산교육대에 이어 올해 또 부산에서 글로컬대학 본지정 대학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는 16일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평가 결과 단독·공동으로 신청한 109개 대학 중에서 33개교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글로컬대학30은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Global+Local)를 목표로 2026년까지 30곳을 선정해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투입한다. 교육부의 단일 대학 재정 지원액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타 부처와 광역시·도의 추가 투자도 받게 된다.
연합 모델로 도전해 예비 지정된 동아대와 동서대는 정부의 5년간 1000억 원 지원이 끝난 뒤에도 연합대학 체제를 가동하고, 기존 산학협력단을 ‘수익창출형 산단’으로 통합한 뒤 창출된 수익을 연합대학과 펀드에 재투자해 지속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신라대와 동명대는 도심 속 대학 부지를 지자체에 귀속시켜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산학 일체형 창업생태계 구축으로 대학과 도시가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중복학과 폐지 및 대학 간 벽을 허무는 융합 등 자발적인 구조 개혁과 산학협력, 창업생태계 구축, 투자 계획 등 혁신적인 제안서가 주효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수도권 집중, 청년 인구 유출, 경기 침체로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방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무너진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신입생이 부족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거나, 외국 유학생이 강의실을 가득 채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향후 정부 예산 지원이 글로컬대학에 집중되면 미선정된 대학은 예산 부족으로 앉아서 도태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지역의 중요한 인적 인프라인 지역 대학의 존폐는 곧 지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8월 말 최종 글로컬대학 10곳이 지정된다고 한다. 부산의 예비 지정 대학들은 8월 본지정 평가까지 부산시, 지역 산업체, 연구소, 경제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실행계획서를 가다듬는 데 온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교육부 대면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실현하는 노력, 지역과 상생하며 자생력을 키울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부산시도 대학과 지역, 기업이 연계한 실행 계획을 연차별로 정교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맞춤형 TF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예산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예비 지정에 포함되지 못한 부경대·한국해양대와 7개 전문대학 연합도 포기하지 않고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를 바란다. 부산의 대학들이 글로컬대학에 보다 많이 지정돼 지역 대학과 지역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4-04-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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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어부산 분리 매각 손 놓은 부산시 골든타임 놓친다
부산시가 미온적인 대처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시는 지역 거점 항공사 에어부산의 지역 대표 주주로 분리 매각에 적극 앞장서야 할 처지다. 하지만 부산시는 너무도 소극적이다. 박형준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도 없다. 지난해 말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함께 꾸린 에어부산 분리 매각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역사회는 시가 주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더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 가덕신공항이 성공하려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필수 요소다. 이러다 부산시가 분리 매각 적기까지 놓칠까 걱정된다.
부산시는 지난달 중순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대한 미국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대한항공과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기업 결합과 관련해 미국 심사를 앞두고 있어 부산시와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 LCC(저비용항공사)와 맞물린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두 항공사의 합병 이후에 논의한다는 산은 입장에 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부산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명분으로 내세웠던 ‘LCC 허브 부산’의 불씨도 아직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한 전략적 대응도 너무나 미흡했다. 지난 2월 중순 산은과의 협의에서 ‘에어부산이 부산에 존치할 수 있다면 분리 매각을 포함해 다른 방식도 협의할 수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해 지역 시민사회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분리 매각 대응 상황에서 시가 독단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혼란을 일으켰다. 당연히 거점 항공사를 통한 가덕신공항 활성화라는 취지도 흔들렸다. 시가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확보 차원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이끌 구심점 역할을 못했던 것이다.
부산 시민사회가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건 2029년 가덕도 신공항 개항 때문이다. 신공항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부산 거점 항공사 역할이 필요한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으로 입지가 불안해진 에어부산을 떼어 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는 6월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에 대한 미국의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나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매우 힘들어진다. 산은과 정부의 영향이 미칠 수 있을 때 분리 매각이 가능하단 얘기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주주의 일원으로서 더는 본분을 망각해선 안 된다. 부산이 키운 부산의 항공사를 지키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에게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24-04-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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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 건강 위협하는 모듈러 교실 대책 마련하라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의 실내 공기 질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학생 건강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강서구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공기 질 검사 결과, 교실 1곳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가 정상 기준치를 훌쩍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지난해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도 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왔다. 이들 학교 모듈러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집 증후군처럼 아토피나 비염, 호흡기 악화 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건강을 위협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024년부터 교내 모듈러 교실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1년에 실내 공기 질 검사 2번 정도가 전부일 정도라고 한다.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된 초등학교 모두 교육청 정기 검사가 아닌,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추가 검사를 요청하면서 기준치 초과 사안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러 교실은 개학 시기에 겨우 맞춰 막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충분한 환기와 공기 정화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자재로 제작을 해도 준공 직후 페인트나 외벽 접착제 등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사람 몸에 축적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부산 지역 12개 구·군에 설치된 826개 모듈러 교실의 69%(573개)가 초등학교에 있다. 어린이들은 유해 물질에 취약한 나이다. 교실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면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과밀 학급 해소 대안으로 각광받는 모듈러 교실은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하고, 가뜩이나 비좁은 운동장에 들어서 공간이 협소해지는 단점도 높은 실정이다. 편리하다는 명분으로 2020년 시범 도입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해당 교실과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불평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다. 행정 편의주의나 건설업체 논리보다는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학습 환경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육청은 단기적으로 모듈러 교실 운영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정기적·과학적·체계적으로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검출될 경우 서둘러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학생 쏠림 현상 및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한 분산 배치 등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길 바란다.
2024-04-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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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대로 된 성찰과 방안 없이 국정 쇄신할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한 소회와 다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더 낮은 자세’ ‘보다 많은 소통’ ‘민심 경청’ 등이다. 국정심판 성격의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른 나름 절제된 평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모두발언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속내는 결이 사뭇 다르다.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이라고 한 대목이 그렇다. 잘못을 국민에게로 돌리는 듯한 의미로 들리는 것이다. 국정의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민에게 육성으로 전해진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 대부분은 지금까지 정책에 잘못이 없었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정책이 이미 서민의 삶을 챙기고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의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내각 개편과 참모진 교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총선 패배에도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결심을 내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총선 후 엿새 만에, 그것도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점도 아쉽다. 일방소통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정국이 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에도 분명한 답이 없었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에게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민의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그런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후 “윤 대통령이 총선과 관련해 사과했다”고 대신 전했다. 거기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여야 협치 등을 통해 국정쇄신의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 해법은 윤 대통령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지적하는 바다. 잘못된 진단에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다. 진정 어린 성찰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정 방향이 잘못됐다며 선거를 통해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정 쇄신은 요원해지고 민심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약속이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
2024-04-17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