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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화해한 동맹

[밀물썰물] 화해한 동맹

미국 백악관 북문 앞 라파예트광장은 영국에 맞선 독립전쟁에서 공을 세운 프랑스 라파예트 장군을 기념해 명명됐다. 한데, 독립한 미국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과 손을 잡는다. 당시 세계 질서를 영국이 주도하고 있어서다. 앵글로 색슨족끼리의 협력은 2차대전 중 동맹으로 발전해 원자폭탄을 공동 개발하기에 이른다. 훗날 프랑스가 핵 개발에 나섰을 때 미국이 집요하게 방해하는 바람에 절치부심한 프랑스가 독자 핵무장을 감행한 건 유명한 일화다. 베트남전에서 영국은 철저히 미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개전의 명분에 동의하지 않은 영국은 의장대 6명만 보냈다. 9·11테러 응징으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프랑스가 끝까지 비토했다. 그 결과 유엔군 파병은 무산되고 미영 연합군으로 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도왔다. 베트남전의 경우 호주,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 딱 4개국이 수천 명 수준의 병력을 보낸 데 비해 한국은 상시 5만 명의 전투병을 파견했다. 한미동맹이 혈맹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미국에게 일본은 적이었다가 친구가 된 경우다. 그래서 미 정가에서도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차원이 다르다’는 인식이 있다. 2021년 12월 일본 TBS 시사 프로에 출연한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대사는 “미국과 한국은 함께 피를 흘려 싸운 혈맹이란 사실을 일본이 잊어선 곤란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데, 미일동맹의 결속력이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는 2016년 아베 신조 총리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인 하와이 진주만에서 연설한 것을 예로 들며 “화해의 힘이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발언의 의도는 혈맹보다 화해한 동맹의 힘이 더 강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었다. 미일동맹이 승격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일미군사령관을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높여 더 많은 작전 권한을 부여하고, 자위대에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통합사령부를 신설해 주일미군과 유기적 연계를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화해한 동맹도 강하다’의 속내는 일본이 미중 패권 경쟁과 신냉전 구도를 틈타 재무장의 급물살을 타려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미일동맹이 적극 개입하는 장면을 가정하면 아찔하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논란도 떠올라 개운치 않다. 강화된 미일동맹이 한반도 안보 정세에 미칠 파급 효과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전략을 고민할 때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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