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일본에서 읽은 ‘포스트 코로나’

김현겸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팬스타그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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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벌써 7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 20만 명 이상이 신규 확진자로 등록된다. 코로나19의 끝은 어디일까. 언제쯤 21세기 문명의 저주가 끝날까. 세계 최강 국가로 알려진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허둥대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종종 확인한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지인이 많고 업무 때문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까닭에 코로나19 이후가 특히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지인들의 SNS를 통해 일본 동향에 곧잘 주목해 왔다.

최근엔 일본 법인의 한 고문이 흥미로운 기사 몇 건을 보내 주었다. 그중 하나가 자율운항 선박에 관한 것이다. 전지와 통신, 레이더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기업들이 자율운항 선박 건조라는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공동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니혼유센(NYK)이라는 선사의 자체 연구소인 ‘모노하코비’가 주축을 이뤘지만, 레이더 기술은 세계 최고의 레이더 제조업체인 후루노가 참여하고, 통신기술은 재팬라디오와 협업하는 등의 방식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1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협업체는 오는 2025년까지 250척의 자율운항 선박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란다.


일, “저임금이 경쟁력 하락” 지적 불구

세계 최고 기업들 10여 개 똘똘 뭉쳐

2025년 자율운항 선박 250척 생산

우리도 새로운 선택 기로에 서 있어


일본선박해양공학회의 ‘올해의 선박’ 관련 기사도 같은 맥락에서 눈길을 끌었다. 공학회는 ‘올해의 선박’으로 ‘E-오시마 호’를 선정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모든 부품이 일본산이며, 일본의 조선 기술이 총결집된 것”을 언급했다. 자동 조타 시스템은 오시마 조선이 MHI마린엔지니어링과 공동 개발했고, 선박 심장부가 되는 배터리 구동 추진 시스템은 이나바전기산업의 작품이라고 했다. 일본 최초의 LNG연료 추진 카페리선인 ‘페리 선플라워 호’ 관련 기사도 주목할 만했다. 아직 건조 중인 상태이나 늦어도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 7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오사카와 벳푸를 운항할 예정이란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세계 1위다. 하지만 선도 기술 측면에서 본다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율운항 선박은 일본이나 유럽보다 5년가량 늦게 시작했고, 기술도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LNG 연료 추진선은 기술 보유국임에도 정작 건조 경험은 없다. 수소연료 추진 선박도 일본은 일찍부터 시험선을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

조선산업을 포함한 일본 제조업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 그 근저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오랫동안 암행을 하듯이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아붓는 ‘모노즈쿠리’가 있다. ‘모노’(물건)와 ‘즈쿠리’(만들다)의 합성어로, 이른바 일본 장인정신을 일컫는다. 기업가의 기술 중시 풍토와 기업 간의 협력은 일본 조선산업이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지적한 외국인 기업가의 제언도 흥미롭게 읽었다. 일본 코니시미술공예사의 데이비드 에킨슨 대표는 기고에서 “일본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에는 낮은 임금이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임금이 낮으면 가격 경쟁력이 좋아질 텐데, 왜 문제가 될까. 특히 한국에서는 고임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에 대해 “저임금 구조는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없는 생산성 낮은 영세 기업을 유지시키고, 그 결과로 수출 경쟁력과 생산성이 덩달아 떨어진다”고 풀이했다. 한계 기업이 낮은 인건비 덕분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실제로 요즘 일본 기업은 한국보다 임금이 낮은 경우가 많다. 팬스타 계열사를 비교해도 한국 법인의 대졸 신입사원 임금이 일본 법인의 동등한 사원에 비해 20%가량 높다.

일본의 저임금 구조는 독특한 사회적 합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일본 노사는 사회보험요율과 임금인상률을 상호보완적으로 협의해서 결정하는데, 사회보험요율을 높이다 보니 임금인상률은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력을 채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본 사회는 개별보다 사회적 합의에 더 치중한 결과라고 본다.

코로나19는 모든 관행의 프로토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조선, 해운, 항만, 물류가 더 이상 별개의 산업이 아닌 세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에너지도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본 경제계 동향을 여러 각도에서 살피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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