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기자의 술집 순례기] 6. 센텀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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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고층빌딩 사이를 걷다 찾은 오아시스 같은 쉼터

'공각기동대' 특수요원 메이저가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영화 속 미래도시의 모습이 어쩐지 눈에 익었다. 센텀시티와 많이 닮았던 것이다. 다음날 오전에 만난 센텀시티역 출구는 요원(젊은 직장인)들을 꾸역꾸역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빌딩으로 들어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미래도시 사람들의 고민은 지금과 많이 다를까.

부산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탄생한 센텀시티는 100% 완벽한 첨단 도시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 완벽함에 '인간적'이라는 부분은 배제된 느낌이다. 여기서는 사람들과 정을 나눌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비싼 임대료 탓에 밥값도 술값도 만만치 않았다.

오랜만에 '센텀브로이'에 가게 되었다. 예전과 달라진 공기, 이유가 뭘까. '센텀시티' 그리고 '호텔', 하지만 동네 호프집 수준의 가격이 인간적으로 맘에 들었다. 늘상 영화를 틀어놓아 바 좌석에서 혼술하기에도 괜찮았다. 4가지 맥주가 나오는 수제맥주 샘플러와 슈바인 학센을 주문했다. 맥주는 이렇게 비교하며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 결연하게도 나이프가 꽂혀 나왔다. "내가 누군지를 결정하는 건 바로 행동이다." 메이저 요원의 말이 생각났다. 치어스! 한국인의 입맛에 살짝 맞춰진 학센 요리, 바삭한 껍질이 특히 맛있다. 한국식 세리모니도 곁들여졌다. 이윤상 대표가 학센에 럼주를 뿌리고 불쇼를 보여준 것이다. 불타오르네, 파이어!

'꿀 호가든'이라고 부를 만큼 호가든 생맥주가 맛있다. 호가든은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되며 제맛이 나지 않아 아쉬웠다. 좋은 맥주 기계를 들여다 놓고, 하루 두 번씩 세척하는 정성을 기울인 덕분이란다.

충북 음성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에서 나온 ARK맥주도 괜찮다. '코스믹 댄서(Cosmic dancer)' 병에 새겨진 '오늘 밤 금빛 맥주를 손에 들고 우주를 유영해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인공 신체 같이 무겁던 몸이 우주로 날아올랐다. 황금빛 비가 내려 사막 같던 센텀시티를 촉촉히 적셨고….

피자, 파스타, 리조또 등 사이드 메뉴도 수준급이라 비주류와의 모임 장소로도 좋겠다. 와인과 위스키도 다양한 편이다.

수제맥주 샘플러 1만 5000원, 호가든 330ml 8000원, 국산 병맥주 5000원, 파스타 1만 4000~1만 6000원. 피자 1만 7000~1만 8000원. 슈바인학센과 샐러드 3만 8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2시. 부산 해운대구 센텀3로 20(우동) 센텀호텔 2층. 051-720-8034. nleader@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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