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央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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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연일 시름없이 비가 내린다. 비에 젖는 철도와 비에 젖어 달리는 전차, 자동차들을 사옥 3층에서 내려다보고 앉았으면 창변에는 보라빛으로 삼삼한 고향이 있다. 소녀처럼 감상에 돌아 앉아 도취할 나이는 아니면서 이렇게 그래도 창변에 고향을 느껴보는 것은 모레로 다가선 추석의 탓이기도 할게다. 가난한 삶에 쫓기어 까맣게 잊었던 고향도 이렇게 명절이 되면 되살아 그리워지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게다. 풀밭에 뒹굴어 푸른하늘을 마음껏 숨쉬며 꿈을 엮던 그 날이 멀어져 간 시간에 의해서 자꾸 미화돼가서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들 마음 속에 이상화되어 있다. 항도의 먼지 속에서 퇴색한 마을도 때때로 이 향수에 의해서 윤택을 도로 찾는다.

향수와 같은 애욕의 감정은 인간을 하여금 가장 순수한 본연의 상태로 만든다. 향수는 비단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권은 아니다. 그동안 창경원에 붙들려 있던 거북(赤海龜)이 지난달 14일 새벽 제주 추자섬에서 잡힌 이래로 되씹던 향수의 고독을 풀게 되어 바다로 다시 풀려간다. 인간이 베풀어 주는 모든 호의도 끝내 그의 이 향수병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직경 6「미터」 깊이 1「미터」의 「콩크리트」의 수조가 그에게 탐탁할 리 없었다. 매일 전복 1.5「킬로」, 피조개 1.5「킬로」를 그의 코 앞에 가져다 바쳐도 이것이 탐탁할 리 없었다. 끝내 그는 침묵과 단식의 저항으로 그의 아득한 해원으로 향한 향수를 표현했다. 단식만이 그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자기표현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그가 한달 남짓이 그리워하던 바다로 풀려가서 천년의 수명을 누린다는 그가 여명을 다할 것을 빌어 본다. 동물원에서 오래도록 우리 어린 것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희생을 그에게 요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이해, 자연에 대한 이해가 솔직히 말해서 모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고독을 끝내 쓰다듬어 주지 못했다. 향수의 고독도 인간에게 있어서 또하나의 재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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