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행복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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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국내총생산)는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을 파악하는데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경제지표이지만 허점이 많다. 시장에서 거래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을 나타낼 뿐 개인의 삶의 질이나 만족도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가령 사람들이 즐겨 산책하던 숲을 정부나 개발업자가 온통 파헤치고 시멘트로 덮어 버려도 GDP는 늘어난다. 요즘처럼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드는 약값이나 진료비 등도 GDP를 증가시킨다. 범죄가 늘면서 도둑맞은 물건을 새로 사도, 물이 오염되는 바람에 생수를 사 마셔도 마찬가지이다. 추락하는 삶의 질과는 무관하게 GDP는 커지고 경제는 성장하는 것으로 측정된다.

높아지는 소득 수준과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일정한 소득 규모만 넘어서면 소득 수준과 개인의 행복감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명한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미국 400대 갑부의 삶의 만족도가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 마른 소똥으로 집을 짓고 사는 원주민의 만족도와 비슷하다는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의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GDP로는 이런 것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의 주제가 'GDP로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개막식 축사에서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여러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수년 내 GDP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정부도 이번 포럼을 계기로 미래형 가치를 확인하고, 국민을 진정 위하는 발전 방향을 찾아주면 좋겠다. 토건공화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현 논설위원 hl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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