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라이언스' '美 보이스 강간 사건' 다룬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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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라이언스. 오드 제공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같은 업소에선 젊은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이들은 비록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거나 혹은 사회적 경험을 쌓기 위해 젊은 날의 시간과 공을 들인다.

크레이그 조벨 감독의 신작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의 18세 여주인공 베키(드라미 월커)도 그런 '알바생'이다. 금발의 미모인데다 풋풋한 젊음까지 넘쳐 나는 그녀는 켄터키 주의 한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가짜 경찰에 속아 성폭행 당한
패스트푸드점 '알바생' 이야기


자신이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남자가 그곳의 매니저 샌드라(앤 도드)에게 직원 중 한 명이 손님의 지갑을 훔쳤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남자는 도둑질한 직원이 18세의 여직원이라고 정확하게 설명까지 했다. 그리곤 매장 책임자인 샌드라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하나는 그 여직원을 경찰서로 데려와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찰들이 도착할 때까지 범인을 잡는 데 필요한 증거를 찾도록 몰래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컴플라이언스. 오드 제공
이후 3시간 반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범인으로 지목 당한 여직원 베키를 창고에 감금한 뒤 여자 매니저와 매니저의 남자 친구, 그리고 다른 직원들 모두 전화 속 경찰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베키는 돈을 훔쳐 몸에 감췄다는 혐의로 브래지어와 팬티를 모두 벗은 뒤 알몸수색을 당했고 끝내는 매니저의 남자 친구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하는데….

우리말로 '명령이행'을 뜻하는 '컴플라이언스'는 2004년 미국에서 실제 발생한 실화를 토대로 빚어졌다. 이는 전화로 금융기관이나 경찰 등을 사칭해 돈을 빼내 가는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 젊은 여자를 성폭행하는 '보이스 강간' 사건이다. 극 후반 베키는 "왜 거부하지 않았냐" 는 변호사의 질문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며 당시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을 떠올렸다. 조벨 감독은 신문에서 이 사건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읽었고, 그때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며 연출 배경을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세심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미국 독립영화의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인 뒤 개봉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사기꾼 경찰에 속아 충실(?)하게 임무를 완수한 패스트푸드점 지배인 역의 앤 도드는 이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와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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