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氷水熱戰] 얼음 위, 맛의 트리플악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전적인 팥빙수 시장에 과일 빙수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망고몬스터의 '생딸기몬스터', 설빙의 '망고유자설빙', 열매가 맛있다의 '눈꽃 멜론 빙수'와 '눈꽃 열매 빙수'. 김경현 기자 view@

올 여름 디저트 카페 시장의 중심은 단연 빙수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 영향도 없지 않지만 너도나도 앞다퉈 빙수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요즘 웬만한 아이스크림과 빙수 관련 디저트 카페는 한겨울에 일찌감치 개점해 겨우내 신 메뉴를 개발하고 여름 핫 시즌에 이를 선보인다.

'얼음 빙수'가 대세이던 시절, 빙수는 한여름 별미였다. 꽝꽝 얼린 얼음을 기계로 갈아서 보송보송한 상태로 한입 가득 물고 있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달짝지근한 팥을 얹고, 거기다 미숫가루 같은 토핑을 더하면 간식으로도 충분했다.

이런 고전적인 빙수가 최근 몇 년 새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팥빙수 일색에서 토핑으로 생과일이 올라가고, 치즈가 보태지고, 인절미 콩고물이 뿌려졌다. 또한 우유를 얼려서 곱게 간 '눈꽃빙수'가 나타났다. 특정 계절 한정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사계절 즐기는 메뉴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부산을 본사로 하는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국내 빙수 시장에 일으킨 지각변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 설빙이 지난해 4월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빙수에 브랜드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이래 8개월 만에 150호점을 돌파하고, 서울에선 90여 군데가 동시에 인테리어 설비 중이다.

"설빙이 그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자 비슷한 이름이나 콘셉트를 내건 빙수점이 무려 25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자기만의 색깔과 아이디어를 내었으면 좋겠는데 아쉽습니다. 어쨌든 디저트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빙 정선희 대표의 말이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빙수 브랜드가 생겨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여기다 기존 커피업계나 빵집 등에서도 빙수 신제품을 선보이며 고객 몰이에 가세했다.

올해 빙수의 특징은 신선함이 강조되는 과일 빙수. 그중에서도 열대과일 망고 돌풍이 거세다. tvN의 '꽃보다 할배' 영향인지 대만식 망고빙수도 유행 중이다. 디저트 카페 치고 망고 관련 빙수를 취급하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다.

빈스빈스, 엔제리너스, 콜드스톤, 카페 띠아모, 공차 코리아, 망고식스 등은 '망고 빙수' 이름으로 신메뉴를 선보였는가 하면, 카페 슈니발렌은 '생망고 대패빙수', 탐앤탐스는 '애플망고 요거빙수', 파스쿠찌는 '젤라또 망고 패션푸룻 빙수', 카페 드롭탑은 '망고아이스탑', 뚜레쥬르는 '망고베리 컵빙수'로 다양하게 변주했다.

설빙도 22일 '망고유자설빙'과 '망고치즈설빙'을 전국 동시 출시했다. 망고에다 유자청 즙을 첨가한 망고유자는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망고의 다소 밍밍한 맛이, 숙성된 유자청 즙으로 은은하게 느껴졌다. 망고치즈는 망고와 치즈케이크의 부드러운 조화에 우유얼음과 요거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깨알 같은 아몬드가 보태졌는데 중간쯤에는 상큼한 모드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호텔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호텔농심 1층 '더 라운지'에선 지난달부터 '생망고 빙수'를, 파라다이스호텔 로비라운지 '크리스탈 가든'은 이달 들어 '망고 눈꽃 빙수'를 각각 판매 중이고, 해운대그랜드호텔 1층 로비라운지 '라운드'에선 다음 달에 망고 빙수를 내놓을 예정이다.

커피에서 시작된 디저트 시장의 지각 변동이 망고를 중심으로 한 과일 빙수로 옮겨갈 것인지 올여름 지켜볼 일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