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콜라겐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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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콜라겐(collagen)이 노화, 피부, 혈관, 관절, 탈모에 좋다면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많이도 털어 갔다. 세월이 지나 그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는가 했더니 다시 그 망령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콜라겐은 전문용어이지만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나서는 친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마치 건강의 파수꾼 같은 착각도 하게 한다.

이 물질은 동물에만 존재하며 식물에는 없는 섬유상(纖維狀) 단백질이다. 특히 동물 껍질이나 연골에 많이 들어 있는 특수 단백질이며 물에는 녹지 않고 열수에만 추출된다.

가열 추출하면 입체구조가 붕괴되고 젤라틴(gelatine)이라는 변성단백질로 되어 녹아 나왔다가 식으면 다시 굳어진다.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콜라겐은 이미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인 셈이다.

젤라틴은 한국 사람이 특히 좋아하는 곰국에 다량 함유돼 있으며 낮은 온도에 두면 굳어 버린다. 녹는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 정도이다. 생선, 소, 돼지의 껍질이나 동물의 족발, 닭발 등에 많이 포함된다. 이를 오래 끓이고 그 국물을 실온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묵과 같은 젤의 형태로 굳는다. 가끔 반찬으로 해 먹는 바로 그 젤라틴이다.

붕괴한 젤라틴은 여느 단백질처럼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에너지원이 되거나 체내 단백질 합성의 재료 등으로 이용된다. 고분자인 단백질의 형태 그대로는 소화기관이나 피부로부터 절대 흡수되지 않는다. 소화되어 아미노산으로 변하면 이미 단백질의 성질은 사라진다. 게다가 콜라겐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지 않아 영양적 측면에서는 질이 나쁘고 소화율도 낮은 단백질로 취급한다. 

한 여성이 콜라겐을 찬양하고 있다. 만화 '심야식당'의 한 장면.
콜라겐이 노화방지, 피부미용, 혈관, 뼈, 치아 건강 등에 효과가 있다며 먹고 바르는 다양한 제품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이들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피부에 발랐을 경우 보습성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이보다 효과가 뛰어난 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꼭 콜라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콜라겐은 고분자 단백질이라 피부 속으로 들어가거나 장에서 그대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광고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이젠 콜라겐을 효소나 산으로 가수분해해 저분화한 것에 기능성이 있다고 둘러대는 꼼수도 부린다.

여러 종류의 상품으로 시판하는 콜라겐은 대개 돼지껍질을 고아서 만든다. 이를 적당히 정제, 가공하여 제품화하고 다양한 용도로 효능을 선전한다. 또 정확하게는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이라 해야 옳은데도 끈질기게 콜라겐이라 부르길 고집한다.

동물에서 나온 콜라겐에 어떤 효능을 기대하는 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마치 대머리가 돼지털(혹은 머리털)을 고아 먹고 모발이 날거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니 허황된 꿈이 아닐 수 없다.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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