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자신을 하나같이 돌아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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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며 신경이 멀어지는 것은/즐거운 일/고통은 삐걱거리는 마루처럼/디딜 때만 소리를 낸다…."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의 교육터 안. 황동규 시인의 시 '지붕에 오르기' 낭독이 한창이다. 낭독이 끝나자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남한테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리 감동을 얻지는 못했다"는 말에 "지식인들 전체가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담은 것을 아닐까"라는 의견이 보태진다. 교육터 안은 금세 시에 대한 열기로 달아오른다.

나락한알, 2주 1권 시읽기
인문학 열정 "나를 위한 것"


나락한알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시 모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문학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일종의 공부 모임으로, 2주에 1권씩 시집을 읽는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어느덧 3기째를 맞았다.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모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많게는 10여 명이 참여할 때도 있지만 보통 5~6명이 참여해 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눈다. 참여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부터 참여했다는 추송례(60) 씨는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먹고 살기 바빠 공부할 틈이 없었다. 뜨개질로 자식들 공부를 시켰다는 추 씨는 자식들이 자리를 잡자 인문학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기로 마음먹었단다. 나락한알에서 마련한 철학 강좌를 듣다가 우연히 시의 매력을 알게 돼 모임에 참석했다는 추 씨는 "막상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이 생기니 삶이 무기력해졌는데 시 공부를 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다"며 "시의 깊이와 울림에 푹 빠지다 보니 지금껏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며 웃음 지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 조형근(27) 씨는 중·고교 때 시험을 위한 외우기 식으로 접한 시가 전부. 막연히 시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프로그램을 알게 돼 올해 초부터 시 모임에 합류했다. 조 씨는 "혼자서만 시를 읽었다면 금세 지쳤을 텐데 함께 얘기 나누며 시를 읽으니 시가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모임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의 진행을 맡은 이용수(53) 씨는 "쉽게 접근한다고 해도 시는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공부할수록 세계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 공부는 꼭 필요하다"며 "누구나 들을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언제든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락한알 '시'=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동구 초량동 나락한알 교육터(일정표 참조). 무료. 051-463-2240.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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