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618> 경남 합천 오도산

깨달음에 땀방울이 필요한 이유, 산은 가르쳐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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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618> 경남 합천 오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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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산 전망대에서 합천호를 바라본다. 첩첩산중에서 잘 볼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이다. 산꼭대기 통신시설까지 도로가 나 있지만 꼬불꼬불 힘겨워 보인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옛사람들은 알았을까. 첩첩산중 합천에 커다란 호수가 생길 줄을. 도선국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산(吾道山·1120.1m) 정상에서 산과 산 사이에서 오묘한 풍경을 연출하는 합천호를 바라본다. 가까이엔 무두산, 수도산, 가야산, 미녀봉, 숙성산이 펼쳐지고 멀리 백운산과 기백산, 황매산이 파노라마처럼 섰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도. 오도산 꼭대기에 이르는 꼬불꼬불한 도로는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경치. 수도지맥의 우람찬 산줄기와 속을 알 수 없는 골짜기마다 자리 잡은 때 묻지 않은 계곡이 있는 산. 오도산을 오로지 걸어서 오른 사람은 안다. 깨달음에는 왜 땀방울이 필요한 것인가를.

꼬불꼬불 정상에 이르는 길
'팍팍한 다리'로 느끼는 감동

산과 산 사이 합천호 오묘한 풍경
산제저수지 비친 오도산 그림자
하산길 마주한 거창 미녀봉
깊은 가을 정취 고스란히 보여 줘

■두산지음골에 반하다

산제저수지에 비친 오도산 단풍.
단풍이 절정이란 것은 겨울이 머지않았다는 증거다. 오도산은 합천과 거창의 경계를 이루는 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산에 오르고자 남쪽 합천군 묘산면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묘산면 버스정류소를 출발하여 산제저수지 오르는 길로 산제마을회관~관수사(두무산 등산로 안내도)~산제저수지~두산지음골 입구~합수골~두산지음재~표지판~693봉~오도산 정상~삼각점봉~미녀봉 갈림길~994봉~952봉~전망 바위~갈림길 주의~682봉~549봉~548봉~남원 양씨 묘~싸리터재까지 12.4㎞를 7시간 20분 동안 걸었다. 황계복 산행대장은 "오랜만에 산행 같은 산행 했다"고 총평했는데 산행을 마친 기자는 온몸이 쑤셨다.

시작은 아름다웠다. 산제저수지로 오르는 길은 예쁘게 포장된 마을 길. 관수사 뒤 넓은 공터에 두무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햇살이 제법 퍼졌는데도 안내판에는 성에가 끼어 있었다. 산행대장이 맨손으로 닦아 내니 선명한 안내도가 나왔다.

오도산 건너편에 있는 두무산(1036.2m)도 다양한 등산로가 있어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름길로 택한 두산지음골 코스는 안내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내판을 지나 산제저수지 아래에 가니 새로 만든 넓은 주차장이 있다. 저수지 입구에 올라서니 깊은 가을이 저수지를 빨갛고 또 노랗게 물들였다. 물에 비친 오도산이다.

임도 입구에서 벌 치는 아저씨를 만났다. 두산지음골은 길이 묵었다며 임도를 따라가다가 두무산 능선으로 가야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취재팀과 동행한 여영산악회 김태영 회장이 두산지음골로 하산한 적이 있어 일단 애초 정한 계획대로 강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일반적인 등산로로 갔으면 만나지 못했을 진풍경이 펼쳐진다. 계곡의 물도 맑고 수량도 풍부해 청량한 물소리에 마음마저 맑아졌다.

몇 군데 가시덤불이 길을 막지만, 오직 골짜기만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오르는 데 헷갈리는 부분은 없다. 애매한 곳은 누군가 붉은 스프레이로 표시해 놓았다.

■때론 쉽지 않은 길로
두산지음골 막바지에 만난 마른 골짜기.
두산지음골은 옛날 합천 묘산면 사람들이 거창 가조장 등에 가던 주요 통행로. 하지만 옛길은 묵어 희미해졌다. 콩 말이나 지고 재를 넘던 사람들은 목마르면 계곡물을 떠서 마셨으리라. 지금도 바로 먹어도 될 것 같은 맑은 계곡물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다슬기가 사니 여름밤이면 반딧불이도 반짝일 것이다.

합수골에 다다랐다. 주변이 넓어지면서 길이 희미해진다. 두무산 방향 골짜기로 올라가다가 능선을 보고 5분 정도 오르니 두무산에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 수도지맥과 만난다. 숨 한 번 돌리고 오도산을 향해 걷는다. 거창 방면 수포골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길은 고도를 서서히 높인다. 두산지음재 이정표가 있으나 두산지음골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오도산의 정상에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있다. 지음골의 아름다움에 너무 빠져들었던가. 오르막이 시작되자. 통신시설인데 이것은 산 아래서도 보이기는 하지만 정상에 다가갈수록 점점 그 덩치가 커진다. 그런데 그곳으로 오르는 길이 쉽지 않다. 지속적인 오르막에 몸이 달아오른다.

능선에 올라선 뒤부터는 내내 오르막길이다. 체력이 쉽게 고갈된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잘 안 먹던 물까지 자주 꺼냈다. 오도산은 정상의 통신 시설 때문에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걸어서 힘들게 올랐는데 차로 쉽게 오른 이와 마주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상 막바지에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많은 내적 갈등을 부른다. '차로 오를 수 있는 산을 굳이 걸어서 올라야 하나?' 하지만 팍팍한 다리를 이끌고 오른 정상의 느낌은 달랐다. 비록 도선국사의 큰 깨달음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두 다리로 오른 정상에는 미안할 일이 없었다.

■저기 미녀가 누워 있네
싸리터재로 내려 오다가 만난 당단풍나무.
정상의 바람이 매섭다. 통신시설은 마당까지 개방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바람이 덜 부는 쪽을 택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잠시 임도를 따라 걸으니 합천호가 잘 보이는 멋진 전망대가 있다. 햇살을 야무지게 받은 호수와 산, 그리고 마을과 길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는 풍경이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굳이 확인하고 오겠다며 산행대장이 떠났다. 혼자 남아 잠시 임도를 걷는다. 미녀봉과 오도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나중에 보니 삼각점에 오른 뒤 계속 진행할 수 없다. 도로 낙석 방지용 철망을 세워 놓았기에 되돌아 나와야 한다. 산행대장을 기다리면서 산 아래 풍경을 더 많이 가슴에 담는다.

수도지맥을 따라 천천히 싸리터재로 하산하는데 하늘이 심상찮다. 꼭 눈이라도 내릴 듯이 구름이 몰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라서 비옷을 꺼낸다. 빗방울이 차갑다. 비를 고스란히 받아안으며 전망 바위에 섰다. 비구름 사이로 거창의 미녀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누운 미녀의 이마 그리고 오뚝한 코, 탱탱한 입술. 누가 그 형상을 찾아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발아래 오도산휴양림에는 절정의 단풍을 즐기러 온 탐방객들의 차가 즐비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갈 길이 멀다. 걸음을 재촉하다가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미끄러진다. 산행대장과 김 회장은 두 번 넘어졌는데 기자는 한 번밖에 넘어지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대신 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어졌다.

싸리터재까지는 수도지맥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길이 선명하다. 군데군데 부산 산악회 리본도 달려 반가웠다. 다행히 하산 즈음엔 비가 그쳤다. 오랜만에 산 한번 진하게 탔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합천 오도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합천 오도산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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