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예술인들 '반성폭력 연대'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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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공연계 성폭력 OUT' 집회 장면. 연합뉴스

'미투(#Me Too)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부산의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뭉쳤다. '부산 문화예술계 반성폭력 연대'(이하 연대)가 결성된 것이다.

연대는 문화예술계 내 만연한 성폭력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고센터 설립과 실태조사, 법적 지원 등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제도를 끌어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폭로 넘어 제도 마련 목적
지난해 결성 페미광선 중심
부산성폭력상담소와 협력
부산시에도 정책 제안

이런 연대가 결성된 데는 지난해 미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부산지역 예술가들이 동참해 결성한 '페미니스트-예술-실천 페미광선'(본보 2017년 6월 19일 자 12면 보도)이 큰 동력이 됐다. 페미광선은 지난 2016년 말 온라인 해시태그(#) '00계_내_성폭력' 운동을 계기로 반년간에 걸쳐 열린 수차례의 집담회 등을 통해 맺어진 결실로, 부산성폭력상담소와 함께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 신고 및 지원전담 창구'를 개설하는 등 예술가들이 직접 단체를 조직하고 전담 창구까지 개설해 성폭력에 공동 대응하는 전국 첫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연대는 페미광선에서 활동했던 송진희 미술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 속속 동참 중이다. 송진희 미술작가는 "부산 문화판 안에서 미투 운동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가 강건하고 권력을 가진 개개인의 힘과 네트워크가 공고한 탓이 크다. 그 안에서 성폭력을 얘기했다가 자칫 작업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며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성폭력 사실을 신고할 수 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연대 활동을 적극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차 피해 우려 없이 안전하게 성폭력을 얘기할 수 있는 장을 고민하는 연대 측에 부산성폭력상담소도 힘을 보탰다. 상담소는 '부산문화예술계 성폭력 대나무숲'을 마련해 누구나 안전하게 미투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 상담 및 의료지원, 법률 자문뿐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모두 도맡기는 역부족이다. 지역 공공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대 측은 부산시에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을 위한 TF팀 구성과 피해신고창구 개설, 피해자 상담 및 법적 지원, 예술계 성폭력 개별실태조사 등의 정책을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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