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과 염산으로 간장을 만든다?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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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네가족 '염산과 머리카락으로 간장을 만들어서 먹어보다'
 
최근 유튜브의 한 실험 영상이 화제다. 인기 유튜버인 공대생네가족이 올린 ‘'염산과 머리카락으로 진짜 간장을 만들어서 먹어보다'란 동영상이다. 머리카락과 염산으로 간장을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놀랍지만 가능하다. 2004년 중국의 한 간장회사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짜간장'을 대량 유통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염산으로 분해해서 간장과 같은 성분인 아미노산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콩과 메주가 아니더라도 모든 종류의 단백질, 달걀 흰자, 육류, 생선류, 심지어 머리카락까지도 아미노산액 즉, 간장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유튜버나 중국제조자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짜간장'은 모두 단백질을 염산으로 분해해서 만들었다. 머리카락은 아니어도 단백질을 염산으로 분해해서 만든 간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국내 시판 간장 중 절반 이상이 이런 방법으로 간장을 만들고 있다. 탈지대두나 글루텐을 염산으로 분해한 뒤 가성소다 즉, 양잿물을 넣어 중화시키고, 마지막으로 감미료, 탈취제, 합성향료 등을 첨가해 2-3일만에 간장을 만드는 것이다. 저비용과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미생물 발효과정을 생략한 산분해간장을 지금도 먹고 있다.

산분해간장은 언제부터 왜 먹기 시작했을까?
일제 강점기 시절, 전쟁 물자 동원으로 콩은 귀하고 장시간 기다려 발효한 간장을 만들어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콩깻묵이나 정어리 찌꺼기 같은 단백질을 염산으로 분해해 간장을 만들었다. 태평양전쟁 때 시작된 간장은 일제강점기에 생긴 일본간장회사를 거쳐 해방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100% 산분해간장을 먹기 보다는 70퍼센트 이상 산분해간장에 소량의 양조간장을 섞어 만든 혼합간장을 간장회사들이 팔고 있다. 식품관련 규정인 식품공전에 따르면 양조간장을 1%만 섞어도 혼합간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산분해간장은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까?
산분해간장은 발효 없이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염산과 가성소다를 사용하고 있다. 간장제조사들은 이에 대해 사람의 소화작용과 같이 식용염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하여 가성소다로 중화해 물과 소금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산분해간장의 유해성 논란은 여전하다. 산분해과정에서 생산되는 '3-MCPD'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산분해간장에 남아있다. 화학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는 탈지대두에 남아있는 미량의 지방성분에 염산이 반응해서 만들어진다. 1993년 이미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는 신장기능을 저해하고 생식 능력을 떨어뜨리는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했고, 국제암연구소(IARC)도 2013년에 발암가능물질로 규정한 독성 물질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식품을 통해 다량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혀 인체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식약처에서는 이 물질에 대해 기준 허용치를 정해 놓고 엄격히 관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3-MCPD 허용치 기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측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3-MCPD 허용치를 0.3mg/kg으로 정해 놓고 있는데, 안전성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진 유럽연합(EU)은 0.02mg/kg으로 한국보다 15배나 낮은 엄격한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위험은 3-MCPD 허용치인 0.3mg/kg은 일반 성인을 기준으로 만든 수치라서 영유아 기준의 허용치는 규정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에 식약처는 2019년까지 전문인력과 45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3-MCPD 성분 적합 기준치를 보다 엄격히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3-MCPD 허용 기준치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간장 제조사들은 식품 안전기준을 지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불과 2년전인 2016년에 삼화식품에서 판매 제조한 ‘삼화진간장(혼합간장)’이 기준치를 초과한 0.4mg/kg의 3-MCPD가 검출돼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100퍼센트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혼합간장의 3-MCPD 논란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의 자료 만으로는 인체의 위해성 여부를 명확하게 답하기가 어렵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까지 함량 수준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회도 "산분해간장의 제조과정 중에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므로 가능한 최소량으로 줄여 나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부산대 미생물학과 이태호 교수는 "두 유권 해석 모두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주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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