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작업, 낯섦의 즐거움 낳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두 명의 작가가 부산에서 나란히 전시를 열고 있다. 세계 각국을 돌며 현지 재료로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이두원(36)과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에 천착하며 독특한 느낌의 회화를 선보이는 안봉균(51)이다.
캔버스 대신 아사천과 돌, 나무에 그린 이두원의 작품들에서는 자유분방함이 흠뻑 묻어난다. 선(線)과 색(色), 구성에선 익살과 장난기가 넘친다. 사람의 눈은 색을 칠하는 대신 단추를, 남성 성기는 비슷한 모양의 돌을 붙여 표현한 것도 재미 있다.
맥화랑 - 이두원 개인전
전 세계 돌며 받은 영감
현지 소재 이용해 표현
갤러리 마레 - 안봉균 개인전
글자 하나하나 깎아 작업
이미지-텍스트 관계 천착
맥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두원 개인전-www.oldpainter.come-retro+vintage+painting'에서는 전 세계를 돌며 현지에서 구한 각종 재료로 실험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의 근작들을 만날 수 있다.
이두원은 정규 미술교육 과정을 밟지 않았다. 디자인고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해 미대에 진학했지만 곧 그만 뒀다. 이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네팔 조지아 등 각국을 돌며 현지에서 구한 재료를 연구하며 그곳에서 받은 기운과 느낌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 놓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그림은 테크닉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말하는 이두원은 틀에 박힌 그림이 아닌 자신만의 확고한 삶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으로 자유롭게 작업하면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The Saatchi Gallery)에서 한국 작가 12명을 초청해 열린 'Star Art Korean Eye'전에 참가했다.
이두원은 가공이 많이 된 캔버스를 '죽은' 재료라며 거부한다. 대신 파키스탄 네팔 인도 등에서 보다 가공이 덜 된 햄프천이나 네틀천, 대나무천과 현지 염료 등을 구해 연구하고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제주의 한 이발소에서 발견해 구입한 오름 모양 돌판과 서울 황학동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자개 병풍에 색을 입혀 새롭게 표현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이두원 개인전-www.oldpainter.come-retro+vintage+painting=28일까지 맥화랑. 051-722-2201.
작품을 언뜻 보면 비석(碑石)을 떠올리게 한다. 튀어 나오거나 들어간 한글과 영어 알파벳, 한자가 표면을 가득 채운다. 멀찍이 뒤로 물러서 보면 느낌이 다르다. 글자들 위로 무채색이 아닌 화려한 컬러가 조화를 이뤄 어떤 이미지로 발현되면서 세련되고 독특한 미감(美感)을 선사한다.
안봉균의 'Monument'. 갤러리 마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