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는 관광객, 내몰리는 주민… 그늘진 감천문화마을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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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카페 등이 급증하면서 둥지내몰림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상가 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카페 등이 급증하면서 둥지내몰림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상가 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오르며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별명까지 얻은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둥지내몰림’(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 현상)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몇 년 사이 마을 주민들이 대거 마을을 떠났고 일대 임대료와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구청이 복지책 강화를 통해 ‘마을 주민 붙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도시재생 1번지 마을’ 지키기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3만 명, 작년 257만 명

7년 새 방문객 80배 늘었지만

주민은 4명 중 1명꼴 마을 떠나

둥지내몰림 우려가 현실로


임대료 폭등, 점포도 외지인판

마을 정체성 잃어버릴 수도


9일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이 있는 감천2동의 지난해 인구는 7294명이다. 감천문화마을이 전국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2011년 인구 1만 110명에서 6년 사이 2816명(28%)이나 줄어든 것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450여 명꼴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난 셈이다. 고령화된 마을이지만, 자연사 등의 원인이 아닌 전출 인구가 대부분인 것으로 구청은 보고 있다.

반면 관광객은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3만 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257만 명까지 증가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마을 어귀에는 카페와 식당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형성됐고, 주민들은 관광객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마을은 유명해졌지만 정작 주민들은 살기 힘들어진 역설적인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폭등한 집값과 임대료가 원주민들이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고 있다. 감천동 일대 부동산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 입구 쪽 감내2로 180번 인근 집값은 23㎡ 면적 기준으로 2014년 매매가 90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 5000만 원으로, 4년 새 6000만 원이 상승했다. 일부 점포의 경우 평당 가격 1000만 원에서 목 좋은 곳은 2500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가격이 치솟은 부지에는 외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섰다. 구청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 점포 87개 중 43개(49%)가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운영하며 직접 카페와 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8년간 마을 일대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최 모(54) 씨는 “마을 주민 100명 기준으로 40여 명 가량은 ‘월세방’에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오르면서 월세도 덩달아 올라 원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 정 모(62) 씨는 “30만 원가량 하던 월세방이 2년 만에 45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며 “월세로 살고 있는 여러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관광화로 감천문화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원주민이 떠나는 ‘둥지내몰림’의 일종인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원주민이 내몰리면 마을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자연스레 나온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윤태원 교수는 “마을 주민의 호응과 수용이 기반되어야 관광지가 하나의 ‘문화지’로 거듭날 수 있는데, 이를 못 버티고 중심축인 원주민이 내몰리기 시작하는 것은 ‘적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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