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 꽉 채운 ‘입체 회화’ 세계로

이준영 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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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주 ‘비밀의 화원’. 갤러리 창 제공 이미주 ‘비밀의 화원’. 갤러리 창 제공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장한 중년들은 자연 회귀 본능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람의 감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두움이 갑자기 꽝 떨어진 농촌에서 공포마저 느끼는 도시 어린이의 마음이 그러하다. 그 아이들이 도시로 접어들면서 불빛에 안도감을 가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자연을 찾아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은거했던 시인 이상이 질겁을 하고 다시 도시를 찾은 것도 모던 보이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미주 작가의 ‘비밀의 화원’전이 내달 10일까지 관객을 자연으로 인도하다. 설치 미술로 전시공간을 꽉 채운 작품은 고양이, 풀, 망아지, 소년의 얼굴, 나비, 지렁이 등을 표현하고 있다. 설치 작업이지만, ‘입체 회화’라고 부를 만 하다.

이미주 작가 ‘비밀의 화원’전

내달 10일까지 갤러리 창

일상 소재가 이처럼 화려하게 표현된 데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자연에 대해 ‘아름답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는 이중적 감정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작가가 만난 자연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연을 수치(數値)로 받아들였는데, 실제 자연에서 생활해보니 무조건 고요하고 평화롭지만은 않았다”고 밝힌다. 이 말에 피곤한 듯 충혈된 두 눈을 가진 작품 속 고양이가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비밀화원’은 어느 한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관객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관객이 비밀화원에서 자기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를 선사하려는 장치이다. ▶‘비밀의 화원’ 展=2월 10일까지 갤러리 창 051-630-5232.

이준영 기자 gapi@


이준영 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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