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문학, 새해에도 마음껏 탐하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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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버나움’의 스틸컷. 사진=부산일보DB·영화의전당 제공 영화 ‘가버나움’의 스틸컷. 사진=부산일보DB·영화의전당 제공

영화와 인문학의 조합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단순히 영화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영화 속에 숨겨진 인문학 코드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 ‘이지훈의 시네필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영화의전당 ‘팝콤톡톡’으로 시작해, 지난해 이름을 바꿔 올해까지 이어져왔다. 철학박사인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가 영화를 선정하고, 주제를 정해 강연한다.

영화로 풀어내는 인문학 이야기

‘이지훈의 시네필로’ 갈수록 인기

올 첫 작품은 아랍영화‘가버나움’

레바논 종교·역사 인문학적 풀이

영화의전당 꽉 차 뜨거운 열기

지난 17일 올해 첫 시네필로 프로그램이 열렸다.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는 영화의전당 측 설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소극장(146석)의 빈자리가 평소에 비해 많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레바논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2018)이었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아랍영화 중 드물게 국내에 개봉됐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빈민가에 사는 12살 소년 자인은 친부모가 “아이를 그만 낳게 해달라”고 법정에 고발한다. 영화는 자식 9명을 낳고 제대로 양육하지 않은 부모를 자인이 고발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대표는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라는 주제로 레바논의 역사, 종교, 사회 상황과 함께 영화 이해도를 높이는 강연을 준비했다. 먼저 제목 가버나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영어로는 팔레스타인의 옛 도시를 가리키기도 하고, 예수가 기적을 행한 곳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어로는 ‘잡동사니를 두는 곳’ ‘혼돈’ ‘뒤죽박죽 잡동사니’를 뜻한다.

이 대표는 “영화에는 성경적 테마가 깔려 있다”면서 가버나움이라는 단어에는 양면적 측면이 있는데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에 어린아이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경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3)는 구절을 인용하는 식이다.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1월 ‘이지훈의 시네필로’ 강연 중인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 모습.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1월 ‘이지훈의 시네필로’ 강연 중인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 모습.

영화를 보면서 알기 어려운 내용은 이 대표가 쉽게 설명했다. 이를 테면 레바논에서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기독교 민병대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이의 내전으로 23만 명이 사망하고 35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영화 속 자인이 내전으로 인해 황폐화된 도시 빈민가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난민이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모델이 된 부모는 실제로 18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 중 4명은 전쟁 중 숨져 14명을 키우고 있었다. 자인을 비롯한 출연 배우 대부분은 감독이 길에서 캐스팅한 난민과 불법체류자로, 엄청난 호연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부모의 방임의 결과 자인이 같은 죄를 반복하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데 영화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부감으로 찍은 장면을 잘 활용해 이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고 총평했다. ▶이지훈의 시네필로=영화의 전당, 매월 한 번 상영(날짜 별도 공지). 관람료 7000원, 영화의전당 홈페이지(www.dureraum.org) 예매. 문의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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