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책은] 쓰레기에 멍든 바다, 언제까지 내버려 두실 건가요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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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가득한 필리핀 파라냐케 해안에서 한 봉사자가 쓰레기를 청소하고 하고 있다. 지금 바다는 각종 쓰레기 더미와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린피스 제공 바다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가득한 필리핀 파라냐케 해안에서 한 봉사자가 쓰레기를 청소하고 하고 있다. 지금 바다는 각종 쓰레기 더미와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린피스 제공

쓰레기가 돌아왔다. 최근 5000t의 폐기물이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둔갑해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다시 경기도 평택항으로 반송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어디 이뿐이랴. 우리는 매일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지만 누군가가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덕에 쓰레기 문제를 잊고 산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졌을 뿐 쓰레기는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 바다에 흘러가 쓰레기섬을 만들기도 하고, 일부는 미세 조각이 돼 우리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기도 한다.

에코에코협동조합 운영 ‘바다상점’

폐파라솔 천 재활용한 에코백뿐 아니라

소주병 조각 등으로 시글라스 기념품

나무쓰레기·폐청바지도 연필·가방 변신

하루 600만t 달하는 쓰레기에 지구 신음

한반도 7배 크기 쓰레기섬 4개 이상 발견

미세플라스틱 역습 심각… 소금서도 나와

재활용뿐 아니라 소비 형태부터 개선해야

해운대 바다상점의 폐파라솔 을 활용한 에코백, 폐청바지로 만든 가방. 해운대 바다상점의 폐파라솔 을 활용한 에코백, 폐청바지로 만든 가방.

섬이 된 쓰레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해운대관광안내소 건물엔 ‘바다상점’이라는 기념품 잡화점이 들어서 있다. 에코에코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작은 가게의 입구엔 큼지막한 빈티지 느낌의 에코백이 걸려 있다. 천이 유난히 튼튼해 보이는데, 해수욕장 폐파라솔 천을 재활용한 것이다.

가게 안 진열대에도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기념품이 즐비하다. 해수욕장 바위에 눌어붙어 있던 양초를 긁어모아 만든 테트라포드 모양의 양초, 버려진 소주병 조각 등으로 만든 시글라스(Sea glass) 기념품, 나무 쓰레기를 다듬어 만든 연필 등이다. 가장 고가 제품은 폐청바지로 만든 가방인데, 백화점에서 팔아도 손색없어 보일 정도로 세련돼 보인다. 수십만 원 고가인데도, 특히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바다상점 화덕헌 대표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환경보호를 하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만든 가게”라며 “해수욕장과 바다에 쌓이는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게 다행이다”고 말했다.

화 대표의 걱정대로 인류는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매일 500만~600만t의 쓰레기를 배출하는데, 산업화 이후 매일 거대한 쓰레기 산맥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대 쓰레기는 상당 부분이 분해가 안돼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1950~2015년 66년 동안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t 가운데 9%만 재활용됐다. 80%인 63억t은 그냥 방치됐다. 플라스틱은 500년간 분해가 안되니, 일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 대부분은 지구 내 오지나 바다 어디에 쌓여 있는 셈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하와이 주 인근 해역으로 거대한 쓰레기섬이 떠돌고 있는데, 면적이 155㎦에 달한다. 한반도 7배 정도 크기며, 몇년새 면적이 2~3배로 커졌다고 한다.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 환류가 흐르는 곳에서 비슷한 쓰레기섬 4개 이상이 발견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다. 사실 이미 위협받고 있다. 2017년 유엔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보기만 했다”며 해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지난해엔 세계은행이 2050년 쓰레기 배출량이 지금보다 70%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아무런 조처가 없으면 미래 인류의 건강, 생산성, 환경,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한 각종 기념품. 김백상 기자 쓰레기를 재활용한 각종 기념품. 김백상 기자

쌓여가는 쓰레기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다. 땅과 바다는 오염되고, 동식물은 고통받는다. 새들은 해안의 반짝이는 작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거북이는 비닐봉지를 해조류로 착각한다. 죽은 고래나 새들의 위에서 엄청난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이제는 충격적이지도 않다. 특히 5㎜ 이하의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의 역습이 심각하다. 얼핏 깨끗해 보이는 해안도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곳이 많다. 2015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에서 경남 거제와 진해 32곳 등 국내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해외 평균보다 8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조개나 멸치 등 각종 어패류는 물론 소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도 넘친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인은 수천 가지다. 세탁기를 돌려도 청바지와 니트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배수구로 흘러가고, 자동차를 달려도 보이지 않는 타이어 미세 조각이 흩날린다.

결국은 우리도 자연스레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마시며 흡수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가 돌고돌아 우리 몸에 쌓이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닷속 화학물질을 흡착하는 과정에서 독성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쌓이면 암 유발, 생식기 발달 저하, 성장 지연을 일으킨다는 분석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보다 더 은밀하고, 그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재앙을 늦추고 막으려면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데, 불편과 희생이 따른다. 인간의 활동 하나하나에서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행동 제약은 각오해야 한다. 당장은 쓰레기 재활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2017년 환경부 조사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내 53.7%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이었다. 일상에서 분리수거만 잘해도 쓰레기가 크게 주는 셈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쓰레기 재활용에 앞서 소비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쉽게 사고 버리는 과소비가 돈낭비를 넘어 쓰레기를 늘려 인류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나오거나, 길거리에 페트병이 뒹구는 것을 목격할 때, ‘저 쓰레기가 돌고돌아 내 몸에 축적될 수 있다’는 걸 되뇌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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