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서 수십t 바위·흙더미 ‘와르르’… 대형 산사태 조짐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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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과 접한 승학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t 무게의 바위와 흙더미가 공사 현장과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기준으로 공사 현장과 도로는 전면 통제된 상태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과 접한 승학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t 무게의 바위와 흙더미가 공사 현장과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기준으로 공사 현장과 도로는 전면 통제된 상태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과 접한 승학산에서 수십t 무게의 바위와 흙더미가 도로를 덮치는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질전문가는 ‘제2의 대형 산사태’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부산시와 구청은 해당 사고 현장을 수습만 하는 등 대책마련에 미온적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번 산사태는 일회성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제2 혹은 대형 산사태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승학산의 ‘매우 불안정한 토층’을 이번 산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질환경연구본부 송영석 센터장은 “2년 전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승학산은 지질·토질역학적 굉장히 불안정한 토층으로 조사돼, 부산 내 ‘위험군’으로 손꼽힐 정도였다”며 “화산암으로 구성된 승학산의 지반은 포행토(자갈과 모래가 쌓여 빈 곳이 많은 토층)로 이뤄져 있고 토지 응집력이 약해 대형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인근에서 토목공사가 진행되면 토층의 빈 공간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 관할구청이 공사 이전에 조사를 통한 감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22일 산사태 발생, 주민 불안

자갈 모래 지반 토지 응집력 약해

1999년 이후 8차례 무너져

학계, 대형 산사태 위험성 경고

학계에서도 공사가 승학산의 지반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보통 산사태는 폭우 등 기상 현상과 관계가 있는데, 최근 강수량이 적어 이번 산사태와는 연계성이 부족해 보인다”며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사가 산을 자극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는 공사와 산사태의 연계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의 산비탈 경사면을 계측했을 때 전혀 이상이 없었다”며 “2013년에도 산사태가 발생한 적 있어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자료가 있었음에도 승학산을 끼고 있는 사하·사상구청에는 사고가 난 승학산 절개지에 대한 토지조사와 지질층 데이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승학산에서 총 8차례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관할 구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산사태에 대비한 사전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이후 부산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방호벽, 가드레일 설치 등 안전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 대책’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지난 23일 대한토목학회 측 전문가가 현장을 둘러본 결과, 자연재해에 의한 산사태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산사태는 지난 22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현재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산 비탈면을 토사로 되메우는 작업 중이다.

부산시와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2일 오전 6시부터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 교차로-하단동 하단남영아파트 삼거리 구간 양방향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며 안전 대책 마련 후 전문가와 협의 후 차량 통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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