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여성 감독들, 충무로 출사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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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극장가엔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달의 기대작인 영화 ‘돈’과 ‘썬키스 패밀리’, ‘선희와 슬기’ 등은 모두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세 편 모두 이들이 관객에게 내놓은 첫 장편 영화. ‘입봉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준급의 연출을 선보인다.

박누리 감독 첫 장편 ‘돈’

류준열·유지태 주연 호흡 기대

박영주 감독 ‘선희와 슬기’

10대 소녀들 통해 섬세한 감정 묘사

김지혜 감독 ‘썬키스 패밀리’

가족 소통의 중요성 말하는 영화


‘충무로 블루칩’ 박누리 감독 ‘돈’

박누리 감독은 영화 ‘돈’으로 관객을 찾는다. 1981년생인 박 감독은 ‘부당거래’와 ‘베를린’, ‘남자가 사랑할 때’의 조감독을 지낸 바 있다. ‘더 게임’과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서울이 보이냐?’의 제작에 참여하는 등 영화판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 왔다.

‘돈’은 박 감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첫 장편 영화다. 류준열과 유지태가 주연으로 나섰으며 조우진, 원진아 등이 호흡을 맞춘다. 이야기도 흥미롭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일념 아래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가 거액의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박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끈다. 거액을 둘러싼 힘의 줄다리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것. 인물 개개인의 감정을 세심히 펼쳐놓은 점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류준열이 연기한 ‘신입 브로커’의 변모 과정은 눈여겨 볼 만 하다. 감독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어수룩한 신입사원이 ‘돈 맛’을 본 뒤 점차 변하는 과정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뿐 아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높은 현실의 벽이나 치열한 사회의 모습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칸 다녀온 ‘기대주’ 박영주 감독 ‘선희와 슬기’

박영주 감독은 영화 ‘선희와 슬기’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박 감독은 ‘소녀 배달부’와 ‘카운슬러’ 등의 단편 연출과 상업 영화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조감독을 맡은 경험이 있다. 삼십대 중반인 감독은 29분짜리 단편 영화 ‘1킬로그램’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감독은 ‘선희와 슬기’에서 인간 본연의 감정을 찬찬히 짚어낸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들을 매만져 현실성 있게 그려낸 것. 인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감독은 전작인 ‘소녀 배달부’와 ‘1킬로그램’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다. 10대 소녀의 눈을 통해 비춰지는 사회를 담담하게 그린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시선을 차분하게 짚어낸 점도 단연 인상적이다.

작가 출신 김지혜 감독 ‘썬키스 패밀리’

박희순과 진경이 주연으로 나선 ‘썬키스 패밀리’는 김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 ‘시작 그리고 이야기’를 처음 선보인 지 8년 만에 감독이 내 놓은 작품.

줄거리는 이렇다. 사랑이 넘쳤던 한 가족 앞에 아빠의 ‘예쁜 친구’가 등장한 뒤 가정의 평화가 사라진다. 신체적 문제로 마음이 심란한 언니와 오빠 대신 아홉 살 배기 막내가 ‘해결사’로 나서며 벌어지는 일이 담겼다. 이번 영화를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는 영화”라고 설명한 감독의 말처럼 독특한 소재를 참신한 시각에서 풀어낸 작품이다.

1979년생인 김 감독은 ‘대한민국’과 ‘백만송이’ 등의 각본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설렘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김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연출에 나섰다. 사진작가와 연극 연출 등의 독특한 이력을 가진 감독에게 이번 ‘충무로 출사표’는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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