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김기덕 손해배상 소송,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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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제공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부산닷컴=조경건 기자]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김기덕 감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라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김기덕 감독의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기덕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 반동)다"라며 "피해자의 편에서 연대하는 우리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상담팀장은 김기덕 감독의 한국여성민우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말하기가 허위라는 광범위한 의심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지지하는 모든 행동을 가로막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백미순 상임대표는 "김기덕이 해야 할 일은 본인의 행위를 성찰하고 달라진 성폭력에 대한 사회규범과 여성들의 인식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우리 여성단체들은 역고소에 위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 남순아 감독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손해를 끼친 것은 김기덕 감독 자신"이라면서 소송을 취하하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길 바란다.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만이 시대에 역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사실은 전날 5일 '여성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한국여성민우회는 6일 공식입장을 내 "우리는 단 한 발의 퇴보도 없을 것"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민우회는 "이 싸움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우리의 정의를 통해 끝날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아래는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전문


『김기덕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다. 피해자의 편에서 연대하는 우리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2017년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김기덕 사건에 함께 대응해 왔다. 이는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 잡고, 모든 영화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김기덕은 이러한 문제적 행위들을 사과하고 돌아보기는커녕 지원단체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우리는 수많은 피해 증언에 대해 한 마디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역고소로 대응하고 있는 김기덕의 행보에 분노한다.


지난해에도 김기덕은 피해자와 MBC 'PD수첩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과는 당연히 원고 패소였다.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기덕은 거기에서 멈추어야 했다. 그러나 김기덕은 다시 한 번 진실을 덮으려는 그릇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덕의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한 반격이다. 우리는 2016년 '#OO_내_성폭력' 패시태그 운동으로부터 2018 '#MeToo' 운동까지 이어지는 국면 속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의 도발을 경험하였다. 고은은 피해자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안희정은 피해자의 조력자에게 모해위증죄 고소를 하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교소들은 피해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 가해자의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도 있다. 이번 소송의 결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기덕은 이번 소송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될 것이며 무고한 시민 단체를 공격한 후유증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명예가 누구에 의해 훼손되었는지 돌아보기를 권고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수많은 가해자와 맞서고, 수많은 피해자의 편에 선 연대하는 우리들의 싸움은 이 정도로 멈춰지지 않는다. 김기덕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것이다.


2019년 3월 7일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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