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합격률 뚝뚝… 지역 로스쿨 생존 위기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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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로스쿨이 위기다.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래 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로스쿨과 지역 로스쿨 간의 실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 등 일부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로스쿨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범 10년 만에 지역 로스쿨이 존폐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된 지 10년

작년 지역大 변호사시험 합격률

부산대 41.7%, 동아대 30.2%

영남대 빼곤 다 전국 평균 이하

대한변협 ‘로스쿨 통폐합’ 주장

고시학원화… 설립 취지 무색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합격률은 49.4%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제외한 11개 지역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은 이처럼 저조한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로스쿨 중 지난해 변시 합격률이 ‘전국 평균’ 이상을 기록한 곳은 영남대 로스쿨(59.8%)뿐이었다. 심지어 합격률이 30% 미만인 로스쿨도 적지 않았다. 부산대는 41.7%, 동아대는 30.2%의 합격률을 보였다.

더구나 지난해 변시 합격률은 역대 최저이다. 2012년 치러진 제1회 변시 합격률은 87.2%였다. 4명 중 3명 이상이 합격하던 것이, 이젠 절반도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 된 것이다. 변시를 거듭할수록 과거 변시에 낙방한 재수생, 삼수생들의 재도전이 누적되면서 응시자가 증가한 탓이다. 로스쿨 학계는 올 1월에 치러진 제8회 변시 합격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8회 변시 결과는 4월께 발표된다.

낮아진 합격률만큼 학생들의 부담은 커졌고, 언젠가부터 로스쿨은 변시를 준비하는 ‘고시학원’이 되어가고 있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다방면에 특화된 변호사를 양성하고 자격을 부여하겠다며 출범한 로스쿨의 설립 취지를 무색게 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8일 청와대 앞에선 전국 로스쿨 학생 1000여 명이 모여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시 합격률은 상향시키되 합격자 수는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이 시작됐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로스쿨 통폐합으로 이어졌다. 그 화살은 다시 지역 로스쿨로 향한다. 변호사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대한변협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로스쿨을 대상으로 한 통폐합’을 주장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로스쿨이란 주로 지역의 로스쿨이다.

결국 지역 로스쿨의 입장에선 벼랑 끝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해 부산대 로스쿨 이정표 원장은 “로스쿨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점이다. 합격률이 계속 떨어질 것이 뻔한 데도 그것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제도를 만든 것이 문제”라면서 “지역의 로스쿨은 그것에 더해 열악한 인재풀, 정보의 부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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