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95> 알맞은 말, 걸맞은 글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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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아래 ①, ②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①네 말이 맞다./네 말이 맞다니까.

②네 말이 맞는다./네 말이 맞는다니까.

‘뭐, 이런 걸 물어보나’ 하며 ①을 선택하는 독자가 꽤 있으리라. 하지만 ②가 옳다. 저렇게 써야만 한다. ‘맞다’는 동사이므로, ‘-는다, -는다니까’와 결합한다. 반면 ‘좋다’가 ‘좋는다, 좋는다니까’가 아니라 ‘좋다, 좋다니까’로 활용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형용사는 ‘-는다(니까), -ㄴ다(니까)’와 결합하지 않는다. 동사는 ‘먹는다, 달린다’처럼 활용해야 하지만, 형용사는 ‘예쁘다, 아름답다’처럼 으뜸꼴(기본형) 그대로 쓴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아래를 보자.

③네 말이 맞은 말이다./네 말이 맞기는 맞은데….

④네 말이 맞는 말이다./네 말이 맞기는 맞는데….

여기서 ③이 옳다고 할 독자는 없을 터. ‘맞다’가 동사이므로 우리는 ④처럼 활용한다. ‘지금 보면 예측했던 것과 얼추 들어맞은 결과가 나왔다’에 나온 ‘들어맞은’ 역시 동사이므로 ‘들어맞는’이라야 한다. 같은 ‘-맞다’ 꼴이라도 ‘걸맞다, 알맞다’는 형용사이므로 ‘걸맞는, 알맞는’이 아니라 ‘걸맞은, 알맞은’으로 활용한다.

‘동사/형용사’라는 품사에 따라 갈라지는 활용은, ‘동사구/형용사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⑤잘못을 인정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⑥잘못을 인정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즉, ‘인정하다’가 동사이므로 형용사구 ‘그렇지 않-’이 아니라 동사구 ‘그러지 않-’과 결합해야 하는 것. 그러니 ⑤, ⑥ 중에서는 ⑤가 옳다. 비슷하게 생긴 ‘그러다/그렇다’는 이렇게 구별해 써야 한다.

*그러다: (동사)‘그리하다’의 준말.(그리하다=그렇게 하다.)

*그렇다: (형용사)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와 같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한 나라의 정신은 말과 글에 있다”고 했고 독일의 피히테도 “순수한 국어를 살려 쓰는 민족은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한다”라고 하여 국어와 민족과 국가는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했다.’

이 문장에서도 ‘살려 쓰는’과 대칭을 이루려면 ‘그렇지 못한’을 ‘그러지 못하는’으로 고쳐야 한다. 자, 이쯤 되면 ①번을 선택한 독자라도, 아래에 인용한 어느 신문 칼럼에서 바로잡아야 할 말이 선명히 보일 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도가 지나쳤다. ‘일베 방장 수준’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연설에 대한 평가는 시민들의 몫으로 맡겨도 된다. 그렇지 않고 칼부터 뽑아든 여당을 보는 것도 불편하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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