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기억하지 못한 그녀들을 담다… 페넬로프 바지외의 만화 ‘걸크러쉬’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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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찾은 프랑스 만화 작가 페넬로프 바지외 씨가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을 찾은 프랑스 만화 작가 페넬로프 바지외 씨가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여성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 만화 작가 페넬로프 바지외(37)는 자신의 작품 <걸크러쉬>에서 대단한 성취를 이뤄냈지만 잊힌 여성 30명에 관한 이야기를 전기 형식의 만화로 풀어냈다. 지난 22일 처음 부산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국회 입성한 인도의 풀란 데비 등

다양한 시대·국적 여성 담아내

22일 부산 방문해 독자와 만남

“여성 개인에 가족의 무게 전가

책 통해 모두들 용기 얻었으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활약한 다양한 국적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의 의료 행위가 금지였던 고대 그리스에서 어쩔 수 없이 남자인 척하며 여성을 진료한 부인과 의사 아그노디스, 인도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쳐 도적왕이 된 후 나중에 국회에까지 입성한 풀란 데비, 중국의 번영을 이끈 최초의 여황제 무측천,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매매혼을 거부하고 이를 랩으로 고발한 래퍼 소니타, 전매특허인 탐사보도에다 72일 만에 세계일주에 성공한 미국 언론인 넬리 블라이….

바지외는 “프랑스에서는 아는 여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고, 특히 어린 여자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바지외는 20일부터 독자와의 만남,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프랑스 국제학교 고등학생과의 만남, 한국외대 숙명여대 부산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등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 사회에서 특히 가족이 여성 개인에게 무거운 짐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보다 페미니즘 운동이 앞서 벌어진 프랑스에서도 여전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바지외는 “미투 운동이 프랑스에서도 일어났지만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프랑스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는 ‘겔랑트리’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로 인해 어느 선부터가 비정상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화를 끌어내기 힘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책을 통해 용기를 얻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바지외는 “젊은 세대 여성들이 책에 나오는 쿨하고 멋지고, 닮고 싶은 여성을 보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블로그에서 매주 연재한 만화 ‘걸크러쉬’는 프랑스에서 2016년 책으로 나와 35만 부 이상 팔렸다. 17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 출간됐다. 원제는 ‘Culottees’로 ‘용기있는 여성들’이라는 뜻이다. 이번 방한은 세계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공동체를 뜻하는 ‘프랑코포니’를 기념하는 ‘프랑포코니 축제’에 맞춰 성사됐다.

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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