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97> 신문의 날-생일에 부쳐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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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오는 7일은 신문의 날. <독립신문> 창간일에 맞춰 정했다. 하지만 요즘 신문을 보자면 답답할 뿐이다. 계속 떨어지는 부수, 비례해서 떨어지는 영향력이 바깥의 위기라면, 이게 과연 언론인가 싶을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 있다는 것은 내부의 위기다. 비문에다 오·탈자투성이라는 건 또 다른 내부의 위기랄 수 있겠다.

‘마늘과 잘게 썬 묵나물을 국간장과 들기름에 살짝 버린 다음 밥을 지을 때 넣는 것도 좋습니다.’

면역력을 높여 주는 마늘을 많이 먹자는 어느 신문 기산데,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짐작건대 ‘버무린’을 ‘버린’으로 잘못 썼지 싶다.

‘부산시는 25일 중구 광복로와 용두산공원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지붕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부산의 다양한 이미지를 미디어아트로 재현하고 있다.’

어느 신문 사진설명인데, ‘천장’을 ‘지붕’으로 잘못 썼다. 지붕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내려다봐야 하지만, 사진을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쳐다볼 수 있게 설치돼 있다. 태양광 패널은 지붕에 설치하고, 전등은 천장에 달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2년은 돌출의 연속이다. 이념편향적 외골수 정책으로 숨이 막힌다.’

어느 신문 칼럼인데, ‘외골수’라는 말이 어색하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외골수: 단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외골수 학자.)

이러니, ‘외골수 정책’은 말이 안 된다. 아니면, 의인화일까? 다시 사전을 보자.

*외곬: ①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 =외통. ②(주로 ‘외곬으로’ 꼴로 쓰여)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외곬으로 생각하다/…세상없어도 남편을 만나고야 말겠다는 외곬의 마음…<현진건, 무영탑>)

한쪽으로만 치우친 정책은 ‘외곬 정책’이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슷하게 생긴 말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잘못을 저지른 것. 아래 제목들도 잘못이다.

<“스텔라데이지호 파편 주변서 사람뼈 추정 유해”>

<스텔라데이지호 잔해서 사람 뼈 추정 유해 나와>

‘유해=유골’은 ‘주검을 태우고 남은 뼈. 또는 무덤 속에서 나온 뼈’를 가리키는데, 주검은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이니 유해는 결국 ‘사람 뼈(인골)’다. 그러니 저 제목들은 ‘사람 뼈로 추정되는 사람 뼈가 나왔다’는 말이 되는 셈.

한때 교과서처럼, 혹은 부교재로도 쓰이던 신문이 어쩌다가 요즘처럼… 싶지만, 알고 보면 자초한 부분도 적지는 않달까. 생일을 앞두고 해 보는 반성이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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