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1위 해운업체 흑자 도산, 해양금융 역할 방기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최대 해운업체인 동아탱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한진해운 사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1968년 설립된 동아탱커는 국내 해운업체 중 19위권으로,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보다 큰 규모다. 동아탱커는 거래업체만 해도 360여 곳에 달한다. 만에 하나 파산할 경우 중소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 지역 해운업계는 떨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10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흑자 기업 동아탱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동아탱커의 계속기업가치는 3980억 원으로 청산 가치 713억 원의 5.5배에 달한다. 일시적으로 호황이던 2005~2007년 비싼 가격에 발주한 신조선이 큰 부담이 되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동아탱커는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3년 전 28척에 달하던 선박을 현재 18척까지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열심히 해오던 중이다.

이번 흑자 도산 위기는 동아탱커가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서를 제출하자마자 금융기관들이 자동차 운반선 3척을 즉시 돌려줄 것과 대체 선사를 지정하겠다고 나서며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진흥공사가 내부 규정만 앞세우며 더 이상 금융보증을 해주지 않아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점이 유감스럽다. 자동차 운반선 3척의 상환 기간만 연장되어도 용선료 수입으로 금융부채를 변제하면서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한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선사로부터 선박을 회수하는 조치는 비가 오자 빌려준 우산을 뺏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겠다.

회생 가능성 높은 지역 대표 선사의 숨통을 끊어서는 안 된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해운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에 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킨 것이다. 정작 해운재건을 위한 막대한 예산은 대우조선이나 현대상선 같은 대기업에만 쏟아지고, 일시적으로 돈줄이 마른 부산과 경남의 중소 선사에게는 그림의 떡인 꼴이다. 지역 1위 해운업체의 흑자 도산은 해양금융 역할의 방기다. 한진해운 사태가 지역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