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테토 "노력 없이 보존되는 건 없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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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 기업가 마크 테토(39·사진)만큼 한국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JTBC 예능 ‘비정상회담’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한옥생활을 계기로 한국의 미(美)에 푹 빠졌다. 외국에 반출된 유물을 직접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할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살지만 부산과도 연이 깊다. 부산 시립 미술관 명예홍보대사인 그는 부산을 좋아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부산을 찾는다. 작년 ‘아트부산’에서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미’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아트부산은 한국 대표하는 아트페어


부산 자주 오는데 진작 알았으면


'나혼산' 경매 낙찰품도 아트부산서 만나


문화재 보존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부산 명소는 시립미술관 이우환 갤러리


아트부산 2019서는 한옥 주제로 강연”


지난 주말 ‘아트부산’ 일정으로 해운대 영화의전당을 찾은 마크 테토를 만났다. 아트부산은 2012년 첫발을 디딘 아트페어(Art Fair)다. 아트페어란 여러 화랑들이 작품을 판매하는 미술시장으로, 바젤, 시카고, 파리 등 세계 주요도시들에서 열려왔다.


마크는 아트페어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아트부산이 가진 경쟁력을 강조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제 아트페어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은 아트페어가 관광하면서 즐길 수 있는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데, 볼거리 많은 관광지에서 미술도 즐기기에 아트부산이 제격이다. 햇빛이 내리쬐는 해변이 있는 부산에서 좋은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해외 참석자들이 많다. 놀랄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에너지가 넘친다. 짧은 시간에 한국의 대표적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재밌을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진작 아트부산을 알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했다. 한국 미술에 관심이 생긴 마크는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고 다니는 과정에서 아트부산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을 좋아해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찾았는데, 반가우면서도 놀랐다”는 마크는 “뒤늦게 알게 되어서 아쉽기도 하다. 이제부터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마크 테토는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자선경매에 참석하는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가 경매에 기증한 전통가구 ‘수막새’도 함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마크가 약 3백만 원에 낙찰 받은 감성빈 조각가의 작품 ‘My son my son’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이 작품을 구입한 계기 역시 아트부산이었다.


“감성빈 작가의 작품을 작년 ‘아트부산’에서 만났다. 그의 작품으로 꾸려진 부스에 시선이 끌렸다. 한국만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정(情’)이 느껴졌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My son my son’에서는 나와 아버지의 관계가 생각나 이후로도 잊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바로 그 작품이 경매에 올랐고, 마크는 ‘꼭 낙찰 받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경쟁 끝에 3백10만원에 작품을 손에 쥔 마크는 “비싸게 샀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트부산은 그런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많은 아트페어”라고 강조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보존’이다. 마크는 이번 자선경매에 기증한 ‘수막새’ 낙찰금 85만 원을 한국 전통 의식주 보존과 지원에 힘쓰는 재단인 ‘예올’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수막새’는 미국에 있던 것을 마크가 사비로 들여온 것이다. “한국 문화재가 미국에 있는 게 좀 안타까웠다”는 마크는 “해외에 있는 한국 보물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력 없이 저절로 보존되는 것은 없다. 가치 있는 것을 보면 책임지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문화재가 몇십 년 뒤에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큰 노력 없이는 보존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아트를 좋아하고, 부산을 좋아해서” 아트부산에 참석한다는 마크의 미술 사랑은 ‘외국인이 좋아할 부산명소’에서도 드러난다.


“잘 몰랐던 곳인데, 부산 시립 미술관에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이우환 선생님 특유의 ‘여백의 미’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곳이다. 또 잘 알려진 그림뿐만 아니라 그분의 조각 작품도 있는데, 바위 같은 자연 재료 덕분에 자연의 미도 느껴진다. 이곳도 작년에 처음 방문했는데, 아트부산처럼 세계적인 수준이다. 내가 홍보대사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파리에 있어도 가치를 인정받을 장소다.”


이날 마크가 영화의전당을 찾은 것은 ‘아트愛 봄’ 상영회 때문이다. ‘아트부산2019’ 기간(05.31.~06.02.)에 맞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2019 아트와영화 특별전’의 사전행사 격이다.


상영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마크 테토는 양태옥 디자이너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섰다. 하늘연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두 사람의 등장에 환호했다.


마크는 관람 포인트로 ‘사람과 공간의 연결성’을 꼽았다. 한옥에 살며 한옥의 영향을 받은 그는 이 영화를 본 뒤 ‘공간도 사람 때문에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크는 한옥에 살며 다른 사람이 되었고, 그가 사는 한옥도 자신이 나가면 다른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GV에 함께 한 양 디자이너는 마크의 북촌한옥마을 이웃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아트부산 2019’에서도 ‘이웃의 컬렉션’이라는 강연을 통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본 한국의 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각자가 살고 있는 한옥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아트부산 2019’ 기간 개최되는 ‘2019 아트와 영화 특별전’에는 아트부산 참여 전시·미술 작가가 선정한 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장민승 감독이 제주도 비경을 담은 영화 ‘오버 데어’(2018), 예술사가들이 파블로 피카소의 젊은 시절을 조명하는 ‘영 피카소’(2019),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의 이야기 ‘더 스퀘어’(2017) 등이다. 장민승 감독, 영화배우 강예원 등이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내달 1일부터 6월 2일까지 영화의전당 6층 시네라운지에서 작가들이 영화의전당에 영감을 받아 만든 설치 작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2019 아트와 영화 특별전’은 5월 중순 예매 오픈 예정이다. 관람료는 일반 7000원이며, 아트부산 티켓을 가지고 예매하면 1000원(아트부산 VIP는 2000원) 할인된다. 또 영화의전당 아트부산 특별전 티켓을 가지고 가면 아트부산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글·사진=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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