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히엔] 사상 버스터미널에서 ‘베트남’ 가는 가장 빠른 방법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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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쌀국수 양지쌀국수

시외버스터미널 식당가의 이미지는 번잡함이다. 버스 출발 시각을 맞춰야 하는 손님을 위해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이 많고, 사실 맛도 그리 중요치 않다. 손님도 딱히 음식의 질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급한 대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젓가락을 드는 경우가 많다.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보다 덜 자극적

강렬한 맛 대신에 은은한 고소함 가득

닭뼈·양파 등 채소 넣고 육수 끓여내

베트남서 직접 수입한 쌀국수 사용

면·베트남식 만두 짜요·불고기

새콤달콤 소스에 적셔 먹는 ‘분짜’

푸짐한 양 자랑하는 월남쌈 ‘반세오’

모든 음식 베트남 전통 방식 그대로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 터미널 푸드코트의 분위기는 다르다. 하얀 톤의 널찍한 홀에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음식 종류도 많고 화사한 분위기가 식욕을 자극해, 터미널과 인접한 쇼핑몰 이용객뿐만 아니라 순전히 밥만 먹으러 오는 손님도 꽤 많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 음식 매장인 ‘투히엔’은 터미널 식당이 맞나 싶을 정도의 음식이 나온다.

“한국의 베트남 음식은 맛이 많이 변형돼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드는 조리법 그대로이고, 맛도 그대로죠.”

가장 익숙한 것부터 맛봐야 이 집만의 특징이 보일 듯하다. 여러 쌀국수 중 양지쌀국수를 주문했다. 국의 맛부터 다르다. 흔히 먹던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보다 덜 자극적이다. 베트남 음식 특유의 새콤한 기운은 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수준이다. 대신 고소함이 빈자리를 채워 준다. 원래 베트남 현지 음식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베트남 음식이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좀 더 강렬한 맛 형태로 변형됐고 그게 굳어진 것이다.

쌀국수 등의 육수를 내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식자재들. 쌀국수 등의 육수를 내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식자재들.

베트남 출신 막티흰 대표는 “닭뼈와 함께 양파, 생강, 계피 등 여러 채소와 약초를 넣어 육수를 낸다”며 “손님이 직접 고수를 넣어서 양을 조절하는 걸 빼면, 베트남에서 먹는 그대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통 방식으로 우려낸 육수의 맛을 국에 소스를 첨가해 흉내내는 것으론 따라 잡기 어렵다고 막티흰 대표는 설명했다. 쌀국수의 면은 베트남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으로, 질감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박항선 베트남 축국대표팀 감독도 좋아하고, 쌀국수만큼이나 유명한 베트남 음식이 ‘분짜’이다.

분짜 분짜

둥근 나무 채반에 면, 베트남식 만두 짜요, 돼지 불고기, 고수 등이 예쁘고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적당량을 함께 나온 국그릇에 부어 먹는다. 국은 뜨겁지 않은데, 새콤달콤한 것이 우리의 오이냉국 같다. 이런 국에 적셔 먹으니, 불고기의 달콤함이 훨씬 강조된다. 짜요는 원래 겉이 바싹하고 속이 부드러운 게 특징인데, 젖은 짜요는 안팎의 질감 대비가 더욱 확연해진다.

투히엔이라는 간판은 막티흰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다. 막티흰 대표는 베트남 요리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베트남으로 파견 왔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2005년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서도 베트남 요리를 하고 싶어, 베트남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다. 막티흰 대표는 “한국식 베트남 요리와 베트남 실제 음식의 차이가 너무 컸다. 직접 가게를 차려서 진짜 베트남 음식을 차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 2012년 사상구 덕포동에 ‘투히엔’을 차렸다. 우려와 달리 가게는 금세 유명 맛집이 되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변형된 베트남 음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것이다. 서부터미널 지점은 2017년 말에 오픈했다. 막티흰 대표는 “학장동 가게와 차로 5분 거리에 불과해, 메뉴가 적은 것을 빼면 음식의 맛과 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히엔 음식은 덜 자극적이라는 미각적 특징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일단 싸고 푸짐하다는 거다. 반세오를 시켜보면 실감할 수 있다. 1인분 식사라고 하지만, 2~3명이 먹는 요리같다. 반달 모양의 오므라이스 같은 노란 피가 각종 해산물과 숙주, 버섯 등 채소들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노란 피는 계란이 아니라 찹쌀가루 등으로 만든 거다.

투히엔의 반세오. 투히엔의 반세오.

반세오는 월남쌈의 일종이다. 반세오를 적당히 잘라 적신 쌀종이에 싸먹었다. 육고기 중심의 쌈을 먹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식재료를 한입에 넣어 먹으며 느껴지는 담백하면서도 풍성한 맛도 베트남 현지의 느낌이다.

▶투히엔 서부터미널점/부산 사상구 사상로 201 애플아울렛 2층(괘법동)/양지·안심·해산물 등 각종 쌀국수 7500원, 반세오·분짜 1만 1000원 등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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