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02> 신문, 오자를 줄여라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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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영광스러운 지난날을 뒤로하고, 기사형 광고를 넘어 광고성 기사까지 실어야 하는 게 요즘 신문의 현실이다. 업계에 불리한 소식을 모른 척하는 담합이나, 정당 기관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당파성 때문으로만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소비자,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뉴스를 얻는 경로가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랄까.(솔직히 이 동네, 좀 역동적이다. 한국 언론의 목줄을 틀어쥔 네이버가 유튜브와 다투게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이렇게 다양해진 기반(플랫폼) 때문에 기존 매체(레거시 미디어=올드 미디어)의 민낯이 드러난 것도 타격이 컸다.

그러나, 항상 얘기하듯이,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기존 매체, 특히 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은 권위와 신뢰밖에 없다. 독자의 믿음과 매체 영향력을 회복해 예전처럼 교실에서 교재로 쓰일 정도로 신문이 바뀐다면, 새로운 길이 펼쳐질 수 있을 터. 하지만 아래 기사들처럼, 말도 제대로 쓰지 못해서야 그런 길은 생기지 않는다.

*새순은 자신을 보호하려고 대부분 약한 독성을 띄고 있지만 옻 순의 우루시올 성분은 사람에 따라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켜 조심해야 한다.⇒띄다는 뜨이다의 준말. ‘눈에 띄다’처럼 쓴다. 감정이나 기운, 어떤 성질을 가진다는 뜻으로는 ‘띠다’를 써야 한다. 감정(노기를 띠다)이나 기운(열기를 띠다)이 드러날 때도 쓰는 말.

*굼벵이는 불포화 지방이 27%를 차지하는 고지방 식품으로 천연혈전제로 불리는 인돌알칼로이드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된 핏덩이다. 그러니 ‘혈전제’는 피를 굳히는 약인 셈. ‘항혈전제 혈전제거제 혈전용해제 혈전억제제 혈전치료제’ 따위에서 맞는 걸 골라 써야 했다.

*“당신은 나의 하몽입니다”라는 말을 스페인 사람들은 사랑의 메시지로 사용된다고 하니 과히 하몽의 맛은 그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맛좋고 감미로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용된다고’는 ‘사용한다고’의 잘못. ‘과히’는 정도가 지나친다는 말. ‘과히 걱정하지 말아라’처럼 쓴다. 이 기사에서는 ‘한마디로 이르자면’이나 ‘그런 뜻에서 참으로’라는 뜻으로 쓰였으니 ‘가위(可謂)’라야 했다. ‘술맛이 가위 일품이다’처럼 쓴다. 또, ‘비교할 수 없는 스페인을 대표하는’에서는 ‘없는’과 ‘스페인’ 사이에 쉼표를 찍어야 했다.

*전남 광주에 사는 주부 김모씨(40)는 에어프라이어의 예약·자동조리 기능을 써본 적이 없다.⇒‘전남 광주에 사는’은, 이를테면 ‘경남 부산에 사는’이나 ‘경기도 서울에 사는’과 같은 서술이다. 전남과 광주는 각각 독립된 광역자치단체.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은 지방에 이렇게나 무신경하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겠다. 자, 신문들, 이제 어째야 할까.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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