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갑질에 교육공무직원 실신했는데, 교장 “서로 등 돌리고 앉아라”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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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원이 교사의 모욕성 발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실신하는 일이 빚어졌다. 이를 두고 교장은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라”는 안일한 대책을 내놔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교장에게 보호조치 등 전권을 맡겨 교내 갑질에 대한 대응 매뉴얼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는 부산시교육청(이하 교육청)에 갑질에 대한 보호조치 등 즉각적인 대응 매뉴얼 수립을 요구하고 해당 학교 교장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쇄질도 선생이냐” 등 발언

교육공무직 쓰러져 출근 거부

교육청, 학교장에 전권 위임

교장은 대책 없이 화해 요청만

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에 따르면 교육공무직원(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 A 씨는 교사 B 씨의 일방적인 갑질을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10시께 교내 교직원 화장실에서 교사 B 씨로부터 “인쇄질도 선생이냐” “보조업무도 선생님이라 불러야 하는 근거가 뭐냐”는 말을 들었다. 이어 B 씨는 교직원 식당에서 A 씨를 향해 “사람 얼굴 쳐다보고 말해라. 근데 당신 선생 아니잖아?” “보조잖아. 보조” 등의 발언을 했다.

B 씨의 모욕이 계속되자 A 씨는 남편 C 씨에게 “괴로워서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토로하며 지난달부터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다. C 씨는 지난달 16일 부산교육청에 B 씨를 교내 갑질 가해자로 신고했다.

지난달 30일 교육청 감사팀이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보호조치는 없었다. A 씨는 교육청에 B 씨의 인사 조처를 요구했지만, 교육청 측은 권한이 없다며 학교에 이를 요청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얼마 후 교장은 A 씨에게 “그러면 마주 보지 않고 서로 등을 돌린 채 앉아라. 8일 오전 정오까지 생각해 보고 해결하는 거로 하자”며 A 씨에게 화해를 요구했다. 한편, A 씨의 주장에 대해 B 씨는 ‘근거 없는 사실’이라며 모든 내용을 부인했다.

8일 출근하던 A 씨는 학교 운동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현재까지 A 씨는 ‘학교가 두렵다’며 출근을 못 하고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당 학교 교장은 격리조치를 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A 씨에게 적극적으로 화해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이기윤 교육선전국장은 “‘갑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자리 잡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교사를 대상으로 ‘갑질 교육’이 필요하고 교육청도 갑질 대응 매뉴얼을 수립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 간 문제가 아닌 교사와 직원 간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며 “교내 직원에 대한 주변 조사가 끝나는 대로 보호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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