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포갈비] 어차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입력 : 2019-05-23 10:18:57 수정 : 2019-05-23 11:12:48
호포갈비의 시그니처인 살치살은 녹는듯한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구워 먹는 소고기의 객관적인 맛은 결국 고기가 결정한다. 셰프의 특별한 비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좋은 고기를 잘 구우면 된다. 요즘엔 한국인이 좋아한다는 마블링 비중을 기준으로 소고기의 등급도 잘 구분돼 있다. 어느 식당을 가나 이론적으론 같은 등급 같은 부위의 고기라면 비슷한 맛이 나야 한다.
소고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
2015년 양산 이어 지난해 문현점 오픈
소 한 마리 4~5㎏만 나오는 살치살
육즙 풍부 구이용으론 최고급 부위
지방 적은 채끝, 쫀득한 갈빗살 인기
느끼함 달래려 주문한 냉면이지만
‘함흥냉면 전문점’ 내걸어도 손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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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빗살. |
그럼에도 식육식당 또는 정육식당마다 느껴지는 주관적인 맛이 다르다. 이들 식당 중에서도 맛집이 있고, 사람이 유독 몰리는 곳이 있다.
호포갈비 문현점 허용준 대표는 “좋은 고기를 내놓는 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성비, 분위기, 서비스 등이 결합된다”며 “고객이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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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빗살은 식감이 뛰어나다. |
요즘 호포갈비는 소고기 애호가들 사이에 꽤 화제가 되는 식육식당이다. 1호점은 2015년 양산 동면에 생겼는데, 원래 이 일대는 허허벌판에 가까운 곳이었다. 그러나 금세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리더니, 지금은 주변에 상점들이 생겨나 상권을 형성했다.
지난해 9월엔 남구 문현동에 문현점을 만들었다. 동천 하류 옆 옛 연탄 공장 자리로, 고가도로 아래 차들만 쌩쌩 달릴 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하지만 역시 금세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대에 대기줄도 꽤 길다. 최근엔 기록적인 매출을 올려 식육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대표는 “물론 고민은 있었지만, 보이는 것보다 자리가 대형식당을 하기엔 적합하다. 이곳에서도 호포점처럼 고객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식사 시간대를 피해 평일 오후 문현점을 찾았다. 마트 매장 같은 1층 직판장에서 소고기 몇 팩을 골랐다. 소고기는 모두 1등급 이상의 한우만 판매되고 있다. 2층에 올라 홀에 들어서니 대리석 바닥, 커다란 창, 널찍한 홀 등이 주는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큰 맘 먹고 이 식당의 시그니처라고 하는 최고급 살치살을 골랐다. 살치살은 육안으로도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있는 게 보인다. 육즙도 풍부해 구이용으론 최고급 부위다. 연하게 구워 먹으니, 부드러움이 강렬하다. 보통 이럴 때 “입에서 녹는다”고 표현한다. 허 대표는 “살치살을 이렇게 온전하게 1인분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메뉴가 우리 자랑 중 하나다”고 말했다.
고급 고깃집의 주된 메뉴가 살치살인데, 종종 먹다 보면 같은 접시의 고기라도 맛이 다를 때가 있다. 살치살은 소 한 마리에서 4~5kg 정도만 나온다. 아주 귀한 부위다. 반면 고깃집엔 등짝째 고기가 들어가는데, 살치살만 골라 쓰기엔 등심 등 처치 못 하는 부위가 너무 많다. 그래서 최고급 메뉴라 해도 살치살과 다른 부위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대형 식육식당은 나머지 부위도 다 판매할 수 있어, 온전히 살치살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고기를 구우면서도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니 연기 흡입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기도 날아오르지도 않는다. 화로에서 바로 연기를 흡입하는 시스템이라, 연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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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끝살. |
채끝살과 갈빗살을 이어서 먹었다. 둘 다 부드러운 육즙을 자랑하는 부위다. 채끝살은 지방이 적지만 향이 좋았고, 갈빗살은 쫀득함이 있어 식감이 좋았다. 한 팩에 3만 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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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끝살은 향이 좋다. |
식후 음식으로 입소문이 난 냉면을 주문했다. 허 대표는 뜬금없이 “티슈 비닐을 한 번 보라”고 했다. 물티슈 비닐 뒤에 붉은 글씨로 ‘전통 함흥냉면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냉면을 맛보니 이런 자신감이 이해됐다. 단순히 고기를 먹은 뒤 느끼함을 달래기 위한 냉면이 아니었다. 주방장도 실제로 유명 냉면집 출신이고, 자가제면부터 전 요리과정이 전문점과 동일하다고 했다. 물냉면은 육수가 과하지 않은 달짝지근함이, 비빔냉면은 입에 붙는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비빔냉면의 육수는 사기로 만든 컵에 담겨 나온다. 허 대표는 “사기가 무거워 직원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며 “그래도 쇠로 만든 컵에 입에 닿으면 쇠 맛이 느껴질 수 있어 사기 컵을 쓰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포갈비 문현점/부산 남구 우암로 359(문현동)/상차림비 성인 6000원 초등생 4000원, 함흥냉면 9000원(식후 6000원, 평일 점심 식후 무료) 등/051-639-9200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