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포갈비] 어차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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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포갈비의 시그니처인 살치살은 녹는듯한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구워 먹는 소고기의 객관적인 맛은 결국 고기가 결정한다. 셰프의 특별한 비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좋은 고기를 잘 구우면 된다. 요즘엔 한국인이 좋아한다는 마블링 비중을 기준으로 소고기의 등급도 잘 구분돼 있다. 어느 식당을 가나 이론적으론 같은 등급 같은 부위의 고기라면 비슷한 맛이 나야 한다.

소고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
2015년 양산 이어 지난해 문현점 오픈

소 한 마리 4~5㎏만 나오는 살치살
육즙 풍부 구이용으론 최고급 부위
지방 적은 채끝, 쫀득한 갈빗살 인기

느끼함 달래려 주문한 냉면이지만
‘함흥냉면 전문점’ 내걸어도 손색 없어

갈빗살.

그럼에도 식육식당 또는 정육식당마다 느껴지는 주관적인 맛이 다르다. 이들 식당 중에서도 맛집이 있고, 사람이 유독 몰리는 곳이 있다.

호포갈비 문현점 허용준 대표는 “좋은 고기를 내놓는 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성비, 분위기, 서비스 등이 결합된다”며 “고객이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갈빗살은 식감이 뛰어나다.

요즘 호포갈비는 소고기 애호가들 사이에 꽤 화제가 되는 식육식당이다. 1호점은 2015년 양산 동면에 생겼는데, 원래 이 일대는 허허벌판에 가까운 곳이었다. 그러나 금세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리더니, 지금은 주변에 상점들이 생겨나 상권을 형성했다.

지난해 9월엔 남구 문현동에 문현점을 만들었다. 동천 하류 옆 옛 연탄 공장 자리로, 고가도로 아래 차들만 쌩쌩 달릴 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하지만 역시 금세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대에 대기줄도 꽤 길다. 최근엔 기록적인 매출을 올려 식육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대표는 “물론 고민은 있었지만, 보이는 것보다 자리가 대형식당을 하기엔 적합하다. 이곳에서도 호포점처럼 고객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식사 시간대를 피해 평일 오후 문현점을 찾았다. 마트 매장 같은 1층 직판장에서 소고기 몇 팩을 골랐다. 소고기는 모두 1등급 이상의 한우만 판매되고 있다. 2층에 올라 홀에 들어서니 대리석 바닥, 커다란 창, 널찍한 홀 등이 주는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큰 맘 먹고 이 식당의 시그니처라고 하는 최고급 살치살을 골랐다. 살치살은 육안으로도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있는 게 보인다. 육즙도 풍부해 구이용으론 최고급 부위다. 연하게 구워 먹으니, 부드러움이 강렬하다. 보통 이럴 때 “입에서 녹는다”고 표현한다. 허 대표는 “살치살을 이렇게 온전하게 1인분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메뉴가 우리 자랑 중 하나다”고 말했다.

고급 고깃집의 주된 메뉴가 살치살인데, 종종 먹다 보면 같은 접시의 고기라도 맛이 다를 때가 있다. 살치살은 소 한 마리에서 4~5kg 정도만 나온다. 아주 귀한 부위다. 반면 고깃집엔 등짝째 고기가 들어가는데, 살치살만 골라 쓰기엔 등심 등 처치 못 하는 부위가 너무 많다. 그래서 최고급 메뉴라 해도 살치살과 다른 부위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대형 식육식당은 나머지 부위도 다 판매할 수 있어, 온전히 살치살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고기를 구우면서도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니 연기 흡입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기도 날아오르지도 않는다. 화로에서 바로 연기를 흡입하는 시스템이라, 연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채끝살.

채끝살과 갈빗살을 이어서 먹었다. 둘 다 부드러운 육즙을 자랑하는 부위다. 채끝살은 지방이 적지만 향이 좋았고, 갈빗살은 쫀득함이 있어 식감이 좋았다. 한 팩에 3만 원대였다.
채끝살은 향이 좋다.

식후 음식으로 입소문이 난 냉면을 주문했다. 허 대표는 뜬금없이 “티슈 비닐을 한 번 보라”고 했다. 물티슈 비닐 뒤에 붉은 글씨로 ‘전통 함흥냉면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냉면을 맛보니 이런 자신감이 이해됐다. 단순히 고기를 먹은 뒤 느끼함을 달래기 위한 냉면이 아니었다. 주방장도 실제로 유명 냉면집 출신이고, 자가제면부터 전 요리과정이 전문점과 동일하다고 했다. 물냉면은 육수가 과하지 않은 달짝지근함이, 비빔냉면은 입에 붙는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비빔냉면의 육수는 사기로 만든 컵에 담겨 나온다. 허 대표는 “사기가 무거워 직원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며 “그래도 쇠로 만든 컵에 입에 닿으면 쇠 맛이 느껴질 수 있어 사기 컵을 쓰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포갈비 문현점/부산 남구 우암로 359(문현동)/상차림비 성인 6000원 초등생 4000원, 함흥냉면 9000원(식후 6000원, 평일 점심 식후 무료) 등/051-639-9200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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