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영화, 드라마에 나온 그 골목이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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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헤매던 부산 영도 흰여울마을 골목길엔 극 중 국밥집 아줌마의 하얀 집이 있다. 집안에서 뚫린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헤매던 부산 영도 흰여울마을 골목길엔 극 중 국밥집 아줌마의 하얀 집이 있다. 집안에서 뚫린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 뉴욕을 찾은 관광객은 미드타운 5번가의 보석상을 코스처럼 간다. 평범할 것 없는 대도시 길 한복판에서 너도나도 쇼윈도를 바라보며 인증샷을 찍는다. 미국에 티파니 매장이야 넘쳐나지만, 유독 이 매장이 유명한 것은 순전히 영화 덕택이다. 1961년 개봉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에서 오드리 햅번이 쇼윈도를 응시하는 장면은 60년 가까이 흘러서도 전 세계인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있다. 뉴욕에는 이런 곳이 한두개가 아니다. ‘나홀로 집’의 울먼 아이스링크장, ‘비긴 어게인’의 유니온 스퀘어, ‘스파이더맨’의 조스 피자, ‘세렌디피티’의 세렌디피티3 커피숍 등 곳곳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다. 이런 곳을 묶은 관광상품도 인기다. 영상 속 이미지는 평범한 장소에 스토리를 입혀 매력적인 공간을 탄생시키는 마력이 있다.

스토리 입힌 평범한 마을, 매력적인 구경거리

도시의 화려함·낡은 공간 공존 촬영지 각광

‘변호인’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만나는 송강호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맞아 또 다른 느낌

‘쌈, 마이웨이’에 등장한 남일빌라 옥상 남일바

범천동 산복도로 아름다운 야경 데이트 장소로

국제시장, 40계단, 이기대 산책로, 광안대교…

시간이 멈춘 범일동 매축지 마을도 입소문

‘변호인’과 국밥집 아줌마 집의 창

영화의 도시 부산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꽤 매력적이다. 산과 바다가 있는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면 감성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좋다. 항구도시의 이미지는 거친 이야기를 풀기에도 좋다. 도시의 화려함과 낡은 골목이 공존해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 그 덕에 매년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부산에서 찍히고 있다.

지금 부산에서 가장 핫한 촬영지는 영화 변호인에 나온 흰여울문화마을이다. 2013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은 흰여울마을의 매력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부산 영도 흰여울마을 변호인 촬영지 안에서 바라본 영도 앞바다. 부산 영도 흰여울마을 변호인 촬영지 안에서 바라본 영도 앞바다.

영화에서 변호사 역의 송강호가 국밥집 아줌마 김영애의 아들을 변호하기로 마음 먹고 집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흰여울마을이 등장해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송강호가 헤매는 골목길 너머 영도 앞바다가 펼쳐져 있는 풍경이 관객에게 왠지 모를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하필 국밥집 아줌마가 집에 없어 변호사는 흰여울마을 골목길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잠들어 버린다.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흰여울마을은 사실 변호인의 촬영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엔 바다를 배경 삼아 걷기에 딱이다.

절영해안산책로 거닐다 계단을 올라 마을에 접어들면, 송강호가 거닐던 골목길이 나온다. 단층 혹은 2층 크기의 원색의 옷을 입고 있는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길은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중간중간 주택을 개존한 커피숍과 매점이 있다. 예쁜 집들과 바다를 구경하는라 심심할 틈이 없는 길이다. 간혹 고양이와 강아지가 한가로이 놀면서 반겨주기도 한다.

그렇게 15분 정도 가면 국밥집 아줌마의 집이 나온다. 흰색의 담벼락이 쳐져 있는 단층 주택이다. 담벼락엔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같은 영화 속 대사와 송강호가 담배피는 장면 등이 그려져 있어, 단번에 촬영지임을 알 수 있다.

국밥집 아줌마의 집은 10평 남짓하다. 좁은 방 3칸으로 이뤄져 있는데, ‘흰여울 안내소’로 운영되고 있다. 벽에는 마을 이야기가 적힌 전시물들이 걸려 있으나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문과 창의 자리는 빈 공간으로 뚫려 있다. 방 가운데엔 창 쪽으로 작은 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에 앉으니, 작은 창은 액자가 되고 창 너머 보이는 바다와 하늘은 그림이 된다. 평일 오전이라 관광객도 적어, 꽤 오래앉아 있을 수 있었다. 마음도 한층 가라앉아, 바다와 하늘은 골목길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촬영지를 나와 다시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변호인의 모델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인지, 이 길을 헤매던 영화 속 변호사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청춘의 낭만이 반짝이는 ‘남일바’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산복도로인 호천마을의 호천마을 생활문화센터 전망대엔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등장한 남일바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산복도로인 호천마을의 호천마을 생활문화센터 전망대엔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등장한 남일바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흰여울마을이 전 연령대의 핫플 촬영지라면, 남일빌라의 옥상을 재현한 남일바는 젊은 층에서 핫한 촬영지다. 남일바는 2017년 5~7월 사이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부족한 스펙 때문에 고생하는청춘들의 삶을 유쾌하게 그린 성장로맨스이다. 일명 ‘병맛’이라는 젊은 층의 개그코드도 있고, 이야기 전개도 작위적이지 않으며, 은근히 사회적 메시지도 있어 꽤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한 곳이 부산진구 범천동 산복도로의 호천마을이다.

부산에서 촬영되는 드라마는 많지만 유독 호천마을이 알려진 건 남일바 환상적인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장롱을 열면 옥상의 남일바가 펼쳐진다. 평범한 빌라 옥상엔 알록달록한 조명과 작은 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주인공들은 산복도로의 야경을 배경 삼아 남일바에서 떡볶이와 맥주를 마시며 신세타령을 했다. 로맨틱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진다. 남일바는 산복도로 야경의 아름다움을 전국의 젊은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부산 부산진구 호천마을 문화센터 전망대에 재현된 드라만 '쌈, 마이웨이'의 남일바. 부산 부산진구 호천마을 문화센터 전망대에 재현된 드라만 '쌈, 마이웨이'의 남일바.

지금의 남일바는 호천마을 생활문화센터 전망대에 마련돼 있다. 원래 드라마 촬영지는 멀지 않은 주택 옥상이었으나 촬영 뒤 철거됐다. 그러나 워낙에 많은 이들이 남일바의 흔적이라도 봐야 겠다며 호천마을을 찾아와, 부산진구청이 국비지원 사업으로 지난 1월 이곳에 남일바를 재현했다. 드라마 속 소품들이 그대로 재현돼 있고, 드라마 설명 자료와 편의시설 등도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야경이 멋지다. 그 덕에 젊은 연인들의 야간 데이트 장소로 떠올랐다. SNS에도 남일바 간판 앞에서 찍은 야경 사진이 수두룩하다. 중국인, 대만인 등 한류 열풍을 타고 평일 밤에도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호천마을은 꼬불꼬불한 길과 벽화 등이 유명했는데 드라마 콘텐츠의 매력까지 더한 셈이다. 호계천의 ‘어슬렁 미술관’을 시작으로 180계단, 남일바, 호천마을 벽화거리, 실제 남일바 촬영지 등으로 이어지는 20분 남짓의 도보길 코스가 인기다.

부산엔 흰여울마을, 남일바가 외에도 유명한 촬영지가 많다. 동구 범일동 매축지는 철길로 막혀 도심 속 섬 같은 구조다 보니, 1970~19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분위기를 낸다. 영화 ‘아저씨’, ‘마더’, ‘친구’가 촬영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중구 국제시장은 영화 국제시장을 비롯해 너무 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역시 중구의 40계단과 부산데파트 건물은 각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도둑들’ 촬영지로 유영하다. 남구 이기대 산책로는 ‘해운대’의 프러포즈 신이 촬영됐고, 기장군 아홉산숲의 대나무숲은 ‘군도’·‘대호’·‘협녀’로 유명하다. 광안대교도 여러 영화에 출연했는데, 마블의 ‘블랙팬서’에 나와 전세계인들에게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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