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합의안 부결 여파] 지역경제계 반응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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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파국 치닫나… 계속된 노사 갈등에 한숨 짓는 부산 경제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단협 타결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지역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출선적을 기다리는 르노삼성차의 닛산 로그. 부산일보DB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단협 타결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지역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출선적을 기다리는 르노삼성차의 닛산 로그. 부산일보DB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단협 타결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지역 경제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매출 1위 업체인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한국GM처럼 공장 폐쇄의 전철을 밟기라도 한다면, 지역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르노삼성차 장기 노사분규

손실액 약 3000억 원 추정

올 들어 내수 판매량도 감소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 ‘직격탄’

사태 장기화 땐 피해 눈덩이 울상

일부 협력업체 구조조정 준비도

상의 “조속 해결을” 성명서 발표

르노삼성차 사 측이 밝힌 노사분규에 따른 추정 손실액은 현재까지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 감소한 2만 2800여 대에 불과하다. 노사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신차 배정과 신규 물량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사분규가 길어지면 안정적인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생산비용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르노그룹으로서도 XM3의 수출용 신차 배정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아닌 스페인 등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오린태 이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 상승,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에게 르노삼성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르노삼성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르노삼성차만 쳐다보고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인식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부품 업계는 아무리 힘들어도 완성차 업계와의 수직적 관계를 의식하는 탓에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면서 “르노삼성과 계약을 맺은 부산경남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일부 협력업체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상공회의소도 22일 르노삼성차 사태와 관련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위한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노사분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부산상의는 “지역사회의 기대와는 달리 노조원 투표를 통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사태 타결을 위해 노사가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르노삼성차가 최근 6개월 동안 250시간의 부분파업으로 인해 총 2800억 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생산차질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피해규모 또한 상당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가 더욱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고 소통하는 계기로 삼길 바라며, 아울러 협력업체의 노고와 지역사회의 지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 경제에서 르노삼성차가 가진 비중은 절대적이다. 부산지역 수출총액의 10% 가까이가 르노삼성차가 생산하는 완성차에서 나올 정도다.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뿌리 깊은 체질을 바꾸는 게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백충기 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제지표가 워낙 좋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르노삼성 사태의 여파로 지역 경제 전반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과거에도 노사 갈등을 잘 풀어낸 선례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사태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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