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봉준호 “칸, 한국 영화 100년사에 큰 선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한국영화계에 울림이 사뭇 크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최고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형 블랙 코미디 ‘기생충’
표준근로기준법 준수해 촬영
제작비 135억 원, 30일 개봉
경쟁부문 21편 가운데 최고점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성 높은 평가
심사위원장 “재밌고 따뜻한 영화”
■100주년 맞은 한국영화의 성취
봉 감독은 수상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면서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큰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상을 받고 ‘기생충’이 관심을 받게 됐지만,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 한국영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가난한 가족의 장남이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부잣집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블랙 코미디다. 한국적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중 표준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촬영한 작품이라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칸으로 떠나기 전 영화 전문 주간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 예정된 스케줄에 오차 없이 잘 마쳤다”면서 “조합 규정에 따라 영화를 찍는 방식을 지난 8년간 체득해, 표준 근로계약에 맞춰 영화를 찍는 방식이 문제없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용 관계에서 이들에게 갑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동을 이끌고 예술적 위치에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나의 예술적 판단으로 근로시간과 일의 강도가 세지는 것이 항상 부담이었다. 이제야 ‘정상화’돼 간다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표준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제작비 135억 원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영화 해외 최다 판매 기록인 192개국 판매가 확정돼 흥행 면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는 30일 개봉한다.
■뜨거운 반응, 예견된 결과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칸 영화제 공식 데일리 소식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부문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기생충’에 줬다. 또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로부터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받아 수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도 심사위원 9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기생충’을 황금종려상으로 선정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며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멕시코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SNS에서 “정말 받을 만한 감독이 상을 받았다”고 썼다.
지금까지 장편 7편을 만든 봉 감독은 칸 도전 5번 만에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이날 수상자(작) 발표에서 심시위원대상에는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틱스’,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과 클레버 멘돈사 필로의 ‘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이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감독상은 ‘영 아메드’로 다르덴 형제가, 각본상은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의 셀린 시아마가 받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