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맹독 문어의 경고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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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장한 해운대·송정·송도 등 부산지역 3개 해수욕장에 첫 주말 동안 20만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아직 봄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는데 여름은 급하게도 밀어닥친다. 문득 언제부터가 여름일까 궁금해진다. 기상학적으로 여름의 시작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에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로 본다. 2010년대 부산지역의 평균 여름 시작일은 5월 27일. 올해는 2008년 폭염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이른 날짜인 5월 23일 중부지역에 첫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에 무더운 여름이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부터 부산의 해수욕장을 찾을지도 모르는 외래 불청객이 하나 늘어 골치라고 한다. 최근 기장군 일광 연안에서 발견된 맹독을 지닌 ‘파란선문어’가 요주의 대상이다. 겨우 10㎝ 안팎으로 문어치고는 작은 크기라 귀여울 정도다. 하지만 침샘 등에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을 함유해 맨손으로 만지다가 물리면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6월 제주에서는 관광객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로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파란선문어는 제주도 해안에는 출몰했지만 부산 연안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되었다. 이제 송정·해운대 해수욕장 등 다른 해안에서도 충분히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해양생물이 출현하는 빈도가 잦아진 것은 우리나라 연안 수온이 치솟아 환경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연안의 수온 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0년간 전 세계 바다의 수온은 0.48도 상승에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23도 올라 2.6배나 높았다. 2013년 이후에는 여름철마다 폭염에 따른 연안의 고수온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에서 어획된 전체 어종의 40% 이상이 아열대성 물고기였다고 한다. 필리핀·대만 연안에서 주로 서식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호박돔, 아홉동가리, 쥐돔, 철갑둥어를 이제 쉽게 볼 수 있다. 부산과 경남 등 남해 연안은 물론 동해의 독도 주변 바다에서도 산호초와 아열대 물고기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007 옥토퍼시’에서 본드걸 옥토퍼시는 반려동물로 파란선문어의 일종을 키웠다. 007이 격투 끝에 악당 한 명을 어항에 처박자 이 문어는 얼굴에 달라붙어 끝장을 낸다. 맹독 문어가 부산에 온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박종호 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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