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헬싱키 노선 신설 ‘딴지’] 인천공항·국적항공사 이익 위해 언제까지 지역민 희생돼야 하나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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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헬싱키 항공 노선 신설에 동남권 주민들과 상공계, 정치권 등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인 헬싱키 반타공항. 동북아시아에서 이동 거리가 짧고, 유럽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환승시스템이 가장 편리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 신설에 동남권 주민들과 상공계, 정치권 등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인 헬싱키 반타공항. 동북아시아에서 이동 거리가 짧고, 유럽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환승시스템이 가장 편리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과 관련해 국적 항공사와 수도권 논리만 대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부·울·경 주민과 정치권, 여행 업계가 일제히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그동안 인천공항을 거쳐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지나치게 번거로워 차라리 인근 일본, 중국 공항 경유를 택했던 환승 수요를 김해공항이 흡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부울경 주민·여행업계·정치권

편향된 ‘수도권 논리’에 일제히 성토

“지금도 인천보다 中·日서 환승 많아”

장기적으론 유럽 관광객 증가 기대

“중·장거리 노선 신설 박차 가해야”

■인천 가느니 中·日서 환승

경남 진주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진주에서 유럽에 가려면 하루에 몇 번 없는 KTX로 3시간 넘게 걸려 광명역에 간 뒤 인천공항 리무진을 타고 1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며 “김해공항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차로 한 시간여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어 훨씬 더 편리해질 텐데, 이걸 왜 특혜나 정치 논리까지 들이대며 반대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허브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조영주(36·경남 양산시) 씨는 “김해에서 인천으로가는 내항기 운항 횟수가 너무 적은 데다가 티켓 값도 비싼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느니, 평소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환승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본, 중국 공항에 동남권 장거리 승객을 다 뺏기고 있는 형편에 차라리 김해에 직항을 신설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이득 아니냐”고 말했다.

여행 업계도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로 유럽 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블루여행사 김용석 대표는 “헬싱키는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 연계도 잘 되는 데다가 공항에 한국어 안내판도 있어 지역 여행객의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언제까지 서울공화국의 논리로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과 희생을 강요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상품을 공급하는 업계는 물론,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영남 지역의 해외 여행객들도 함께 바라던 일이 실현됐다”며 “올 5월 싱가포르 직항에 이어 이번 헬싱키 노선까지 영남발 중·장거리 노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영남 고객들이 인천이나 홍콩 등을 경유해야 했던 불편에서 벗어나 비행 시간을 줄이고 편안한 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헬싱키는 아시아와 수많은 유럽의 도시를 잇는 거점 지역으로, 향후 다채로운 상품이 개발돼 여행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유럽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들이 많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찾는 유럽 관광객 증가도 기대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부산에 더 유럽 노선 신설이 시급한 입장이기 때문에 외국 항공사에게 특혜를 준다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며 “아웃바운드가 먼저 활성화 되고 나면 인바운드 상품 프로모션도 더 늘어날 것이고,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도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항공편을 독점 운항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근 일본과 중국 등은 복수 도시에서 헬싱키행 노선을 띄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본은 4개 도시에서 주 34회, 중국은 6개 도시에서 주 28회 헬싱키로 운항 중이다.

수도권 논리에 치우쳐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을 비판한 서울 지역 한 신문의 13일 자 지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기사 내용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수도권 논리에 치우쳐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을 비판한 서울 지역 한 신문의 13일 자 지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기사 내용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도 여야 없이 환영

부산~헬싱키 직항노선 신설을 두고 부산 여야 정치권이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13일 잇따라 내놓았다. 다만, 유럽 직항 신설을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의 동력으로 삼는 데에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부산과 영남권 주민들의 유럽지역 항공 편익을 증진하고, 수도권 중심의 항공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동남권 관문공항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을 해소하고 김해신공항 확장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발표한 이현 대변인 논평에서 “무엇보다 헬싱키 직항노선 신설은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유럽과 중동, 미주 노선까지 해외 중장거리 노선들의 신설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세익·황상욱·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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