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부산 경제는 부산 사람들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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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구 부산외국어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경제학자들은 오지도 않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소수점까지 예측하니, 이들의 오만은 정도를 넘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그 뻔뻔함과 달리 사실 그러한 예측은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틀린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 등 외생 돌발변수를 핑계로 댄다.

그렇다면 잘 맞지도 않는 미래 예측을 구태여 할 필요가 있을까. 답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이다.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그 예측에 따라 대비하면 우리가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어떻게 우리가 더 잘 예측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경제학은 이 문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 하락 경제 전망 나빠

소비자심리지수도 과거보다 비관적

예측하고 대비할 때 삶이 나아져

부산시민 경제 기대심리 전국 최악

수입 줄어들 전망에 미래 ‘부정적’

생업현장서 체감할 시정 대책 절실

노력 끝에 경제학자들은 현재와 미래를 알아낼 수 있는 경제변수들을 정리해 냈다. 이를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라고 한다. 13일 OECD는 한국의 4월 선행지수(CLI)가 98.76으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하였다.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우울하다. 그러나 이 경제지수도 역시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자주 틀린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 예측값의 정확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보조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스타벅스의 커피 농도, 립스틱의 농도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마치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 최첨단과학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변수를 하나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소비자 동향지수 CSI이다. 한국은행 역시 정기적으로 CSI를 만들고 있는데 전망 CSI가 100보다 크면 미래 상황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나아가 한국은행은 소비자 동향지수 중 6개 주요 개별지수를 합성하여 소비자심리지수 CCSI를 발표하고 있다. 역시 이 지수도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작을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단순히 사람들의 생각, 심리를 묻는 이 ‘비과학적인’ 지수가 세계 모든 국가에서 조사되고 널리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기 움직임이 사람들의 생각과 유사하고 경기선행지수가 메꾸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경제는 결국 사람이고, 사람들의 생각이 미래 우리 삶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조사에 의하면 부산지역의 2019년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5.8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하였다. 100보다 작으니 부산사람들은 상황을 장기평균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지난달보다 더 떨어졌으니 더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인식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나쁘다. 부산의 현재 경기판단 CSI는 매우 낮아 62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64에 비해 또 더 떨어진 것이다. 그러면 미래에 대한 부산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부산시민들의 6개월 후 미래 전망을 보면 생활형편전망 CSI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89로 90 아래에 머물고 있다. 가계수입전망 CSI는 94에서 92로 떨어져 5월 부산지역 CCSI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가계 적자가 확대되면서 저축전망 CSI는 4월 91에서 84로 대폭 떨어졌다. 향후 경기전망 CSI는 2달 연속 73이라는 낮은 수치에 머물러 있다. 일부 전망지수에서 전국지수가 부산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모든 변수 값이 부산이 낮아 부산시민의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나쁜 것은 확실하다.

부산 사람들은 미래에 수입이 더 줄 것으로, 그래서 미래의 삶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부산의 문제가 이것보다 더 확실하고 또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부산 사람들의 이러한 마음을 바꾸어 줄 수 있는, 부산 사람들이 체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장 경제 대책이 더 필요하다. 생업현장에서 부산시장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면 곤란하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문제로 시민들이 불안할 때 부산시의 존재감은 무엇이었는가. 17일 부산참여연대는 “소통하고 협치를 하자는 부산시는 매번 정책과 사업이 입안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시민들의 생업과 괴리된 대형사업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장기적인 대형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할 필요는 없다.

경제는 사람이고 사람이 경제다. 현재 부산 사람들의 심리지수는 부산의 경제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지금 길거리에서, 가정에서, 생업현장에서 보다 많은 부산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일과 시정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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