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환경규제 강화 ‘코앞’ 저유황유 문제로 ‘업계 혼란’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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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연료유 황함량 상한을 3.5%에서 0.5%로 강화한 규제가 약 6개월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국내 해운업계 약 70% 가량은 당장 대규모 투자를 유발하지 않는 저유황유 사용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고유황유보다 50% 이상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저유황유가 품질에 대한 신뢰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1일 국내 해운업계에 따르면 황함량 0.5% 이하 저유황유를 선박에 사용하는데 품질을 신뢰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연료유 황 함량 상한 규제 강화

6개월 앞인데도 품질 해결 안 돼

촉매 미립자 등 선박 손상 우려

온실가스 감축 3년 앞당겨져 숙제

대표적인 것이 촉매 미립자(cat fines). 원유 정제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고 남은 알루미늄과 실리콘 혼합물(알루미노실리케이트)이 피스톤링이나 라이너에 박혀 지속적인 손상은 물론, 표면 보호막을 파괴해 화학적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연료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 규정인 ISO 8217은 연료 내 알루미노실리케이트 상한 값을 60ppm으로 제한했다.

또 자동차 연료에는 일정 비율 혼합이 의무화된 바이오디젤 생산 공정에서 선박용 저유황유를 생산할 경우 바이오디젤 특유의 지방산(FAME)이 섞여 연료 내 높은 수분으로 인해 곰팡이나 효모균 등 미생물 성장을 촉진시킬 우려가 제기된다. ISO 8217은 이 FAME 함량을 7%로 제한하고, 장기 보관에 주의를 요구했다. 더구나 정유사나 지역마다 황함량을 낮추기 위해 다른 기름을 섞어 제조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고, 윤활성이나 점도를 개선하기 위한 불특정 첨가 물질도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한국선급 김진희 책임연구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이나 ISO 8217은 저유황유 사용에 따라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질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연료 구매자 입장에서 적극 준비하고 대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벙커링 업체를 선정할 때 공급업자에 대한 신뢰도 분석뿐 아니라 계약서에 연료유의 명확한 품질 조건을 명시하고,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연료 샘플을 확보한 뒤 연료유 분석 보고서, 수급 기록, 기관 손상·불량 증거 등을 꼼꼼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조언이다.

기존 고유황유 저장 탱크에 저유황유를 담기 위해 탱크 세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고유황유를 담은 탱크에 슬러지 분산제 등을 사용해 나름대로 충분히 세척했는데도 탱크에서 황 성분이 계속 뿜어져 나온다”며 “기존 탱크 세척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6개월 뒤도 문제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더 큰 숙제로 부상했다.

올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4차 회의에서는 강화된 선박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적용 시점을 애초 정했던 2025년에서 2022년으로 3년 앞당기는 방안을 내년 4월 회의에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EEDI는 같은 화물을 같은 거리 운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얼마나 줄일지를 나타낸 지수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최소 15%, 1만 8000TEU(20만DWT) 이상인 컨테이너선은 50%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해운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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