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자리 미스매치] 1. 통계로 본 현황과 진단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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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58.6%만 부산 첫 직장… 어릴수록 “거주 의사 없다”

부산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5월 벡스코에서 열린 ‘2019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5월 벡스코에서 열린 ‘2019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 부산일보DB

‘노인과 바다.’

부산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빗댄 말이다. 부산에서 청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7만 명이 넘는 10~30대 청년들이 부산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대학이 많은 도시다. 인재들은 쏟아지지만 도시는 그들을 잡을 만한 능력이 없다. 대학생활을 부산에서 보낸 청년들까지 부산을 등지고 떠나는 현실은 우리 도시의 슬픈 자화상이다.

부산 25~49세 경제활동인구

2017년 121만 → 2047년 61만

청년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없어

“애향심 강요나 수십만 원 지원책

요즘 대학생들에게 안 통한다”

지역기업들 인력 확보에 ‘갈증’

공기업 공채 100 대 1 몰려 대조

■30년 뒤면 ‘인구절벽’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15~39세 청년 경제활동인구는 104만 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 126만 명보다 21.1%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55만 5000명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청년 이탈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부산의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5~49세 인구가 2017년 121만 명에서 2047년 61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향후 30년간 부산 인구 전체 감소율은 21.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표가 있지만, 결론은 부산이 가장 ‘늙은 도시’로 전락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더 이상 부산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생각은 확고하다. 지난해 부산연구원이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산청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향후 부산시에 거주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15~19세 청년은 16.5%로 30~39세(7.1%)보다 배 이상 많았다. 15~19세 청년 중에 부산에 계속 살고 싶다고 답한 이들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부산을 떠나는 걸까. 주거와 학업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바로 ‘일자리가 없다’는 데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청년층 지역이동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에서 첫 직장을 갖는 이들의 비율은 58.6%에 불과하다. 인접한 경남(14.3%)으로의 이동이 가장 많았지만, 서울(10.9%), 경기(4.9%)로의 전출이 상당했다.

지난해 부산지역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0.9%로 전국 평균인 62.8%보다 다소 낮았지만 대구나 울산, 경남, 광주 등 여러 도시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부산지역 자체의 고용률 지표는 12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전국 평균 고용률과 4%포인트대 격차를 유지하는 ‘독보적’ 최하위다. 대학에서는 우수한 인재가 배출되지만 지역 기업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산의 한 국립대 공과대학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서울이나 판교(IT업체), 대전(연구기관) 등 다른 지역으로의 취업을 준비한다”며 “이들에게 애향심을 강요하거나 수십만 원 정도의 취업 준비 자금을 쥐여주는 지원책 등은 사실상 아무 쓸모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청년종합실태조사에서도 취업에 관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청년들은 첫 번째로 ‘취업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34.4%)고 답했다. 취업 준비 비용 문제(13.6%), 경험의 부족(12.4%), 스펙 쌓기(10.6%) 등 부수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낀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부산연구원 서옥순 박사는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는 부산이 20년 넘게 앓고 있는 고질병”이라며 “임금, 복지, 직업훈련 등 중소기업 고용환경의 대대적인 개선 없이는 청년 인재들의 유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년 인재가 부족하다”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에서 청년들의 대척점에 선 모양새인 기업들은 그 나름대로 인력 확보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산의 미충원 인원(구인 인원에서 실제 채용 인원을 뺀 수치)은 4835명, 미충원율은 12%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미충원율인 11.2%보다 높았으며, 주요 특·광역시 가운데 부산보다 미충원율이 높은 지역은 광주(12.4%) 외에는 없었다. 가장 낮은 울산은 미충원율이 5.4%에 불과했다.

반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신입 공채에는 청년들이 몰려 경쟁률 ‘100 대 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가 됐다. 올초 진행된 부산시설공단 신입 공채에는 57명 모집에 16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부산도시공사 역시 신입사원 모집이 60 대 1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행정직 부문에는 14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 정용환 이사장은 “업계 자체적으로 대규모 박람회를 열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젊은 인재들의 씨가 마른 상태”라며 “경쟁력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 취직한다면 역삼각형 인력 구조상 회사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잠재력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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