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마이스 부산, 황금알을 낳으려면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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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상 동서대 관광학부 교수

복합리조트 샌즈그룹의 아델슨 회장이 마이스 업계 출신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리조트는 대표적인 마이스 시설이자 세계적인 랜드마크인데, 이 리조트를 구상하고 건설한 사람이 아델슨 회장이다. 그는 가난한 택시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나 열두 살에 신문가판대 사업을 시작으로 여행사,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1973년 댈러스에서 첫 번째 컴퓨터 전시회를 연다. 이후 1975년 ‘인터페이스’라는 전시 주최사로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박람회를 개최한다. 컴덱스(COMDEX)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가전 전시회다. 컴덱스는 IBM과 애플 등 굴지의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더 유명해졌고, 라스베이거스는 20만 명의 전시회 참가자로 북적거렸다. 라스베이거스는 컨벤션 도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아델슨은 컨벤션 분야의 일인자로 불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컨벤션으로 번 돈으로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을 사들였다. 이어 베니스의 운하도시를 재현한 샌즈호텔을 개장했고, 1995년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컴덱스쇼를 8억 6000만 달러(한화 1조 원)에 매각한다. 세계 100대 자산가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샌즈그룹의 리조트는 전시컨벤션 시설이 잘돼 있다. 아델슨 회장 이야기를 끄집어낸 건 마이스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기업군의 규모가 작다고 미래의 성장 가능성조차 낮춰 볼 수는 없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행정 업무에 발목 잡힌 글로벌 마케터

통계 기준조차 정립 안 된 마이스 산업

기업도 지원에만 기댔다간 경쟁력 상실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하지만 갈 길 멀어

2005년 APEC 정상회의로 시작한 부산의 마이스산업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아시아 도시 중에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데도 지역 마이스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시 공간의 확충 필요성에 따라 제3 벡스코 건립 논의도 진행 중이다. 부산시가 마이스산업 육성 의지로 지식마이스산업팀을 마이스산업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마이스산업이 도약할 계기도 마련됐다.

그래도 마이스가 산업이라고 하기엔 갈 길이 멀다. 지금껏 관광 마이스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면 이제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게 더 밀도 있는 지원과 컨설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회의 기획사나 전시 기획사 등 마이스 기업의 통계를 잡을 명확한 기준조차 없다. 기준이 없는 바람에 마이스 기업 시장 규모를 스스로 줄이는 꼴이 됐다. 마이스는 연관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이라 호텔, 여행사, 인쇄, 디자인, 수송, 의전, 렌털 등 행사를 한 번 유치해오면 폭넓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민간전시회나 국제 스포츠 이벤트, 세계합창대회 등 규모 있는 행사인데도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행사도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고 자체 예산으로 유치 마케팅을 벌이다가 뒤늦게 지원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협업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서라도 어디까지 마이스의 범주로 봐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마이스 유치전이라는 전쟁터에 나갈 전문적인 마케터가 부족하다. 부산컨벤션뷰로(마케팅 조직)가 부산관광공사로 흡수된 뒤 사업 범위는 넓어지고 체계화됐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국내외 도시와의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먼저 언어권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선제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부산을 널리 알리고 마이스를 유치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터를 키워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을 행정 업무처리에 매달리게 하지 말고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한두 번의 인연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컨벤션 기획사, 전시 기획자, 이벤트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만 기대지 말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시장 개척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언젠가는 끊어지게 마련이다. 지원을 밑거름 삼아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마침 부산시도 지원을 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원 효과는 있었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체계화할 모양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마이스의 제2 도약을 응원한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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