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부산시 ‘행정 무능’이 부른 재활용품 대란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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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사회부

13일간의 ‘부산 재활용품 대란’이 17일 끝났다. 이날부터 부산시재활용센터에서는 부산시내 재활용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부산시재활용센터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생곡폐기물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와 부산시는 평행선을 달렸다. 평행선을 넘어 협상은 갈등이 됐고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부산시가 재활용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방식인 역외 민간위탁을 하겠다며 엄포를 놨고 대책위는 내부 회의를 거듭해 부산자원순환협력센터로 반입되는 일반 쓰레기까지 막아서겠다고 맞불을 놨다.

어떻게 상황이 급반전된 걸까?

결과적으로는 주민들이 물러섰다. 주민들은 향후 협상을 조건으로 13개 구·군의 재활용품을 모두 받기로 했다. 부산시는 지난달부터 6차례 이상 협상하며 원칙대응, 강경대응이라는 기조 아래 주민들을 출구 전략 없이 몰아붙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산시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문제는 17일 노기태 강서구청장이 대책위 주민들을 만나면서 급반전됐다.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재활용대란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읍소했다. 시는 17일 오후 ‘재활용 대란은 종료됐다’며 자신있게 발표했다.

원칙 대응이 우선이었는지, 볼모 잡힌 재활용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는지 부산시에 묻고 싶다. “주민들의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주라는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는 말이 아니다. 집에 2주간 재활용품 산더미를 쌓고 있는 시민 불편이 안중에 있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시와 대책위의 원칙을 강조한 팽팽한 ‘고래싸움’에 매일매일 쌓여 가는 재활용품으로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새우등’만 터졌다.

13일간의 재활용품 대란은 사회적 재난이다. 태풍이 오고 땅이 흔들리는 것만이 재난이 아니다. 사회적 재난을 관리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부산시의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재점검해야 한다.

재활용품이 볼모 잡히는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 향후 진행될 대책위와의 협상에서 극단을 향해 달리는 무조건적인 강경대응, 원칙대응이 아닌 타협 가능한 협상이 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다시 재활용품이 볼모로 잡혔을 때에 대한 대비책 역시 세워야 한다.

시와 대책위가 어느 하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재활용품 대란이 잠시 봉합된 상황에서 재활용품 대란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13일 동안 재활용품이 집에 쌓이는 일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jundragon@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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