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현대상선, 국내 중소선사와 협력이 살길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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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부터 세계 3위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정규 멤버로 활동하는 현대상선(사진)이 아시아 시장에서 국내 중소 선사들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협력 관계를 공고히 맺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동향분석131호 보고서에서 현대상선이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의미와 과제를 분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동향분석

디얼라이언스 가입 과제 제시

“물동량 증가 동남아 전략 필요,

고가 화물 적정량 수송 주력해야”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첫 주부터 12주 동안 2만 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매주 인도받는다. 선복량이 급증하면 기존 유럽, 미주 노선에 투입하던 1만TEU 이하 선박들이 물동량이 증가하는 인트라아시아 노선에 투입돼 이 시장을 무대로 하는 국내 중소 선사들과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KMI는 선대 규모가 커진 현대상선의 경영 안정과 지속 발전을 위해 적정 선적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의 영업력 제고뿐 아니라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제조 시설 이전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는 동남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양 정기선사의 전후방 통제가 강화되면서 피더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현대상선과 디얼라이언스도 이런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중소 선사들도 지금까지는 구조조정에 미온적이었지만 인트라아시아 시장의 급격한 경쟁 격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방향 설정을 미룰 수 없고, 개별 선사들이 짧은 시일 내 선대를 현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과 같은 원양 선사와 지분 투자,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해야 하고, 정부도 세계 해운시장 변화 과정에서 국내 선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과점 현상이 심화되는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3대 해운동맹 정규 멤버가 된 국적 원양선사 현대상선의 존재는 국내 화주들에게도 안정적인 서비스와 운임을 보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수출화주가 일본 화주에 비해 추가로 부담한 운송비가 연간 1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수출화물 운임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 것과 동시에 안정적인 노선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적 원양 선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는 재확인했다.

또 선대 규모가 커지는 현대상선은 물량을 채우는 문제에 당면하게 됐지만 저가 화물 대량 수송이 오히려 비용 증가로 적자 운항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고가 화물 적정량 수송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영업 전문인력이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운항 정보, 항만 운영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통합에도 블록체인 기술 등을 도입해 경쟁 우위를 도모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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