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기다려야 오는 두리발” 부산 장애인 발 묶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 이용 신청을 한 이기환씨가 7일 오후 부산 중구 영주동 사무실 앞에서 두리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씨가 이용 신청한 뒤 1시간 52분 만에 배차가 이뤄졌고 2시간 13분이 지나서야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정종회 기자 jjh@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 이용 신청을 한 이기환씨가 7일 오후 부산 중구 영주동 사무실 앞에서 두리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씨가 이용 신청한 뒤 1시간 52분 만에 배차가 이뤄졌고 2시간 13분이 지나서야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정종회 기자 jjh@

7일 오후 2시 57분 부산 중구 영주동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뇌병변 장애인 이기환(50) 씨는 부산시설공단이 중증이거나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을 위해 운영하는 콜택시 ‘두리발’을 불렀다. 그런데 배차 안내 문자는 오후 4시 49분에야 왔고, 두리발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10분이었다. 이 씨는 “평소에도 호출을 한 뒤 이 정도 시간은 기다린다”며 “미리 두리발을 불러도 약속 시간에 늦을 때가 많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오후 2시 57분 두리발 불렀지만

2시간 넘어 ‘5시 10분’에 도착

“평소에도 이 정도 기다린다

미리 불러도 약속시간 못 지켜”

현재 운행하는 두리발 126대

부산시 2022년까지 230대로 증차

“부산 1만7000명 휠체어 장애인

수요 감당 하기엔 턱없이 부족”

평소 두리발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장애인은 이 씨뿐만이 아니다. 두리발로 출퇴근을 하는 김정권(51) 씨는 “오전 8시 전에 신청하면 보통 2시간을 기다리는데 일터에 도착하면 10시가 넘는다”며 “퇴근할 때는 3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체장애인 제오종(54) 씨는 “지하철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나 공원 등에 갈 때 두리발을 이용하는데, 대기자가 적은 시간에 호출해도 보통 40~80분가량 기다린다”며 “도착한 기사님이 기다릴까 봐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데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장애인들이 두리발 차량 부족에 따른 긴 대기 시간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호출을 하면 보통 4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최대 2시간 이상까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리발 스마트폰 앱을 보면 대기자 수가 100명이 넘을 때가 빈번하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전현숙 사무처장은 “병원 예약을 했거나 복지관을 갈 때 이용하시는 분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여름철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 뒤 뙤약볕 아래에서 두리발을 장시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대기 시간이 긴 가장 큰 이유로는 부족한 차량 수가 꼽힌다. 부산에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1만 7000여 명으로 파악되지만, 현재 운행하는 두리발은 126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모든 차량이 동시에 운행하는 것도 아니다. 기사 근무시간 등을 고려해 시간대마다 40~70대만 운행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설공단은 차량 수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오는 12일부터 20대를 추가로 투입하는 등 올해 총 30대를 늘릴 예정이다. 현재 부산시는 63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22년까지 차량을 23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도 있다. 지난해 기사 급여, 차량 유지비 등에 65억 원이 투입되는 등 예산 부담이 있다 보니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단기간에 대대적으로 증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시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230여 대의 두리발도 부족한 데다 운영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성민 소장은 “지금도 2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 수에 비해 230여 대의 차량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센터 관계자는 “굳이 두리발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출근 시간 등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 배차를 집중하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휠체어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인들은 바우처 택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