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명지 전어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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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은 한 자(약 30.30㎝)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黑山)에서 간혹 나타나나 그 맛이 육지 가까운 데 것만은 못하다.’(정약전 〈자산어보〉)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서울에서 상인들이 파는데 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하였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하였다.’(서유구 〈임원경제지〉) ‘청어과의 바닷물고기. 몸의 길이는 20~30cm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등은 검푸른 색, 배는 은백색이고 비늘에 짙은 갈색 무늬의 점줄이 있다.’(표준국어대사전)

전어는 유난히 말이 많이 따르는 바닷물고기다. 경상도에서는 전애, 전라도에서는 되미 뒤애미 엽삭, 강릉에서는 새갈치라 부른다. 크기에 따라 대전어, 엿사리, 전어사리로 나누기도 한다. ‘전어 굽는 냄새에 나가던 며느리 다시 돌아온다’는 속담은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전어 굽는 냄새가 하도 고소해서 시집을 버리고 나가던 며느리가 마음을 돌려 돌아온다는 뜻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에는 가을이 되면 전어를 빼놓고 어류의 맛을 논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어 대가리 하나에 깨가 서 말’이라는 말도 회자한다. 가을이 깊을수록 고소한 멋이 더해지는 맛있는 고기가 바로 전어라는 것이다.

‘흑산도 전어가 육지 가까운 데 것만 못하다’고 〈자산어보〉가 지적하듯 전어의 명산지는 대체로 육지와 가깝다. 전어 축제가 열리는 사천시 삼천포항, 부산 명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어는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연안에서 산란하며, 여름에 바다에서 자라다가 성어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연안으로 되돌아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 연안에서는 예부터 전어를 떡전어라 불렀다. 떡처럼 살이 통통하고 크다고 해서 떡전어다. 낙동강 하구인 부산 강서에서는 내장까지 썰어 된장에 찍어 먹는 떡전어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

햇전어 요리를 통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명지시장 전어 축제가 한창이다. 19일 축제 성공 기원제를 시작으로 22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와 남해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거래하는 명지시장에서 2001년 전어 축제가 처음으로 막을 올렸으니 올해로 벌써 19회째를 맞았다. ‘낙동강 하구 명지의 정취, 싱싱한 전어회 잡숴보이소’라는 슬로건도 여전하다.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시나브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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