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방사능 오염 선박평형수, 국내 해역 방류 진상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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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폭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인근 바닷물이 선박평형수 형태로 우리 해역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121척의 선박이 후쿠시마와 인근 해역을 왕래하면서 배의 균형을 맞추는 평형수를 이곳 바닷물로 채운 뒤 우리 항만에 와서 대량 방류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그 양은 128만t가량으로 2L 생수병 6억 40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국내 수산물 수입은 금지돼 있지만 정작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바닷물은 아무런 제지 없이 국내 영해로 들어온 것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 뒤인 2013년, 일본 북동부 항만을 다녀온 선박 5척을 대상으로 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여부가 측정된 적 있다. 당시 선박 4척에서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해수부는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평형수에 대한 방사능 오염 측정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원전 사고 인근 바닷물은 국내 영해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당국이 몰랐거나 방치한 것이라면 국민 안전을 망각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우선은 후쿠시마 인근 바닷물로 주입한 선박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 바닷물이 주입되거나 배출된 시기와 지점, 지역 바다 생태계는 물론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전면적인 실태·역학 조사도 필요하다. 평형수 방류 지역이 동해나 남해일 가능성이 큰 만큼 부산 역시 긴장을 늦추지 말고 방사능 오염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왕래 선박의 평형수 처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일본에서 실은 평형수를 공해에 방류한 뒤 국내에 입항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후쿠시마는 지금 방사능 오염에 따른 식자재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올림픽 마케팅에 동원돼 국제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인접국인 우리로서는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우리 바다가 선박평형수라는 예기치 못한 형태로 방사능 오염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수입 식품의 방사능 검사 강화를 넘어서 방사능 오염을 막는 전방위적인 대비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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