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웨이브’ 하이라이트 2. 포스트 모더니즘 꽃피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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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던진, 새 길로 향하는 날선 질문들

카리나 카이코넨의 ‘우리는 너의 날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카리나 카이코넨의 ‘우리는 너의 날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핀란드 웨이브(Finnish aalto)’ 전에서 현대 미술은 포스트모더니즘 성향을 띠며 예술의 존재 이유에 관해 묻고 있다. 11월 2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이런 방향을 가진 11명의 작가가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핀란드 현대미술은 기능을 통해 관객과 일상에서 소통하는 디자인 분야와 성격을 달리한다. 문화적으로 정치화된 핀란드의 197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 전시에서 선보인다. 이는 추상을 통해 인간 개개인의 감성을 뒷받침하며 어떠한 담론을 형상화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1970년대 이후 작품들 전시

인간·자연 등에 대한 고민 담겨

강렬한 붓질·과감한 색 주목

버려진 물건도 예술로 승화돼

버려진 물건을 주재료로 사용한 카리 카벤의 작품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버려진 물건을 주재료로 사용한 카리 카벤의 작품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전시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함의를 지니고 있지만, ‘핀란드적’이란 규정을 붙일 만한 모습을 보인다. 북유럽의 지역성과 환경, 자연, 사회,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에 대한 그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은 우리에게도 새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듯하다.

패트릭 소더룬트와 비사 수온파 두 명의 예술가가 결성한 듀오 ‘IC 98’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1998년에 결성된 듀오의 이름 ‘IC’는 ‘우상 파괴자·인습 타파주의자’라는 뜻의 ‘Iconoclast’에서 가져온 것이다. 드로잉과 디지털 효과를 적절히 결합한 영상 작업은 인간 존재, 자연 생태계, 자연 역사, 정치학, 사회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완성한 이미지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사회적 현상의 층위와 그 표출을 드러낸다.

이들의 전시작 ‘Arkhipelaos(Navigating the Tide of Time)’은 안개와 해무가 뒤섞인 희미한 시야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으로 영상을 시작한다. 깃발만 보이는 선박이 끝이 없는 물결 위를 표류한다. 이 영상에서 직접적인 주인공을 찾을 수 없다. 상황의 결과만 장면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잘못된 행동이 가져올 재앙에 대한 두려움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헌 옷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카리나 카이코넨의 ‘우리는 너의 날개’는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부산 시민에게서 3개월간 수집한 옷 800벌로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일렬로 널리거나 뒤엉킨 옷들은 삶의 시간에 대한 비유적인 묘사이다.

뛰어난 색채주의자 안나 레툴라이넨은 강렬한 붓질과 과감한 색으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 속에서 표현주의적 경향을 띠며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나타내는 작가이다. 4개의 대형 연작인 ‘숲’은 드로잉의 선이 회화의 색채가 되고 색채가 다시 선이 되는 결합을 보여준다.

안나 투오리의 작품은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대화 공간을 만든다. 작가는 인간 마음의 초상화와 같은 그림이 감정을 투여한 공간이라고 보고 있다. 카리 카벤은 버려진 물건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그는 목재, 금속 등의 재료로 끊임없이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 중이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의 현대미술 작품은 추상화적 요소를 띠고 있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국 핀란드의 사회와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51-740-2600.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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