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문화재 훔쳐간 나라는 왜 사과하기보단 소유권 주장할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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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김경민

영국박물관 소장 그리스 리키아 크산토스 유적 ‘네레이드 제전’. 을유문화사 제공 영국박물관 소장 그리스 리키아 크산토스 유적 ‘네레이드 제전’. 을유문화사 제공

식민지의 시대, 20세기 제국주의의 피해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부분 중 하나가 어쩌면 문화재일지도 모른다. 나라는 독립했을지언정, 약탈한 문화재는 아직도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11년 8월 프랑스로부터 ‘반환’이 아닌 ‘5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일괄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은 〈외규장각 의궤〉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다.

문화재사 연구자인 저자 김경민이 문화재 약탈과 세계사를 논쟁의 세계사라는 측면에서 분석했다. 왜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같은 ‘시장국’은 이집트 그리스 에티오피아 이란 인도 한국 같은 ‘원산국(문화재 원소유국)’에게 문화재를 훔쳐 간 데 대해 “사과하기보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책은 출발한다.

해외 박물관, 특히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국립박물관에 가보면 그 나라의 것이 아닌 문화재가 전시된 경우가 많다.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영국박물관의 경우 그리스 인도를 비롯한 원산국의 세계적인 유물을 다수 전시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영국 문화재 약탈은 인도 ‘티푸의 호랑이’부터 시작됐다. 인도 술탄 티푸의 궁전을 약탈하면서 전리품을 챙겼고, 티푸의 호랑이는 그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거대한 호랑이가 영국 군인의 목을 물어뜯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두 아들을 영국에 인질로 빼앗긴 티푸의 분노가 반영됐다. 이런 상징적 의미를 가진 티푸의 호랑이가 처음으로 영국에 반출된 인도의 문화재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지금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책은 이같은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단순히 원산국이 도덕적 관점에서 문화재를 돌려 받아야 한다는 점이 아니라, 왜 반환받아야 하는지, 반환이 어렵다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지 현실적인 차원에서 설명한다. 문화재 약탈과 반환 사례 중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김경민 지음/을유문화사/372쪽/1만 6000원. 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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